[CEO칼럼]"부단한 실행만이 희망의 봄을 연다"

백원기 ㈜효성 테크니컬 얀 PU장 2005.04.1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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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무르익어 푸른 신록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축제도 막바지에 다다르며 푸른 잎새를 틔울 준비를 마쳤다.

겨우내 언제 새싹이 돋아날까 걱정스럽던 나무가지들은 어느새 푸른 새싹을 틔우며 푸른 여름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 새로운 생명들은 기나긴 겨울동안 영양분을 비축한 채 수면을 취하며, 거듭날 봄을 위해 나름대로 준비 과정을 거쳐왔다. 푸르른 새싹들은 내실있는 준비 끝에 나온 성과인 셈이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실천으로 뒷받침돼 착실하게 준비된 과정을 통해서만 지속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지 않는 비즈니스는 성장이 멈추는 겨울과 다를 바 없다. 비스니스의 세계에서 겨울은 도태란 의미와 다르지 않다.



필자가 맡고 있는 ㈜효성의 테크니컬 얀 퍼포먼스 유닛(PU) 사업부는 자동차 에어백, 안전벨트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원사를 생산하고 판매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직원들은 회사의 효자 사업인 타이어코드 분야와 연계되어 있는 사업이기에 생산 설비를 늘리기만 하면 판매가 쉽게 될 것이라는 공급자 중심의 안이한 생각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과 고객은 이미 변해 있었다. 우리 사업부는 타이어코드로부터 독립한 이후 지속적인 침체의 길을 걸어야 했다. 적자는 계속됐고, 구성원들 사이에는 패배의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시장에 대해 면밀한 분석에 들어갔고, 고객을 기다리는 대신 고객이 있는 곳이라면 해외일지라도 직접 찾아가 긴밀한 대화를 시작했다. 보고는 전 직원이 공유하는 이메일로 대신하고 모든 사안은 온라인 상에서의 의사결정 즉시 실행에 옮기도록 했다.

멀리서 진을 쳤을 때 난공불락으로 보이던 성문(城門)은 막상 가보니 반쯤 열려 있었다. 2년 여 간의 노력 끝에 고객들의 신뢰는 돌아왔고, 매출과 수익이 늘어났으며, 새로운 시장과 고객이 창출되어 산업용사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까지 넘보게 됐다.

실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단지 '누가 언제' 실행으로 옮기는 것인가가 관건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결론이 나왔다. 부단한 실행을 통한 내실 있는 준비가 결국 희망의 봄을 이끌어 낸 것이다.


최근의 한국 경제는 '기나긴 동면 상태'로 종종 비유된다. 원화절상이라는 수출 악재와 함께 유가 및 원료가 상승 등으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을 이유로 움츠리고 있기에는 국내·외 경영환경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 잘 되는 기업과 안 되는 기업간의 격차도 점점 크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 차이가 무엇 때문에 유발된 것인지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어려운 상황은 오히려 우리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고쳐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실행해야 한다. 기존 시장의 틀에서 아웅다웅 하는 가격경쟁에 힘들어 할 것이 아니라 가격 경쟁력 이상의 가치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개척해야 할 때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우리가 어떤 생각과 마인드로 대처해 나가야할 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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