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절대 못 옮겨가는 10가지 이유?(상)

머니투데이 김준형 기자 2004.07.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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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본 세상-

돈 냄새를 맡는 탁월한 감각으로 정평이 난 김형진 SDN회장은 IMF 직후 혼란기에 정부기관 주최 세미나를 부지런히 쫓아다녔다.

정부가 어떤 정책으로 위기를 극복할지, 이에 따라 금리나 주가는 어떻게 움직일지를 고민한 결과 그는 '채권 투자자'에서 세종증권 회장으로 한단계 도약했다.



돈 모으는데 절대 놓치지 않아야 하는 변수중의 하나가 정부이다. '정부와 맞서지 말라'는 건 정부가 항상 옳다고 믿는 해바라기가 되라는게 아니고 필연적인 정책흐름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당면한 최대의 정책변수인 행정수도 이전은 부동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금리 주가 환율 같은 변수까지 영향권에 두게 된다.

수도권 비대화는 '시장의 실패', 어느 정부라도 나서야



수도 이전 불가론의 가장 강력한 근거는 이른바 '시장논리'이다. 이헌재 부총리가 지난주 '시장경제 못해먹겠다'는 한방으로 자문 수수료 의혹을 잠재웠듯 '시장'이라는 단어는 위력적이다.
요약하자면, 수요가 있고 기반시설이 갖춰진 서울로 재화와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며, 시장은 일찌기 애덤 스미스가 갈파했듯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최적배분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어진 카드발 신용위기를 겪고도 시장에 맡겨졌을때 모든게 해결된다고 믿는다는 게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모든 것이 집중돼 있다는 이유로 서울이 주변의 모든 것을 끝없이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은 전형적인 '시장의 실패'이다.

'시장실패'는 '정부실패'보다 치유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 '도덕 감정론'에 국부론보다 더 애착을 갖고 있던 애덤 스미스는 자유방임주의보다는 오히려 능력과 정직을 바탕으로 정부의 역할을 확대시키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수도를 옮기는 것은 시장실패가 걷잡을수 없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느 정부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규모의 불경제, 서울 경쟁력 갉아먹는다

두번째, 수도서울의 경쟁력 문제이다. 글로벌 도시들과 맞서려면 서울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는 '1극 중심론'이다. 한마디로 '규모의 경제'를 들어 수도이전은 절대 안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야기하면서 '규모의 불경제'까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건 의도적인 왜곡이거나 고등학교 교육의 잘못이다.

단위요소 투입당 산출되는 효용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한계개념은 생산성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같은 돈을 들여도 서울이라는 땅에서 기대할수 있는 생산성은 극히 미약하다.

도로 1킬로미터 건설하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그중 95%이상이 토지보상비로 들어가는 고비용 저효율 땅덩어리에서는 이명박시장식의 버스중앙차로제 같은 '몸부림'이 어찌보면 불가피할수 밖에 없다.

도쿄는 일찌감치 수도이전을 고민하고 있고, 상하이는 정치수도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져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과밀'을 발전전략으로 택하고 있는 도시는 없다.

IMF이후 우리 사회가 익힐 생존비법 가운데 하나는 '워크아웃(Work out)'이다. 불필요한 살을 과감하게 떨쳐내서 탄탄한 몸매를 갖추는게 경쟁력이다. 덕지덕지 군살이 붙은 서울을 탄력있게 만들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상식으로 받아들이면서 서울에는 선택이 빠진 '집중'을 강요할수는 없을 것이다. 선택없는 집중은 비만으로 이어질 뿐이다. 서울은 문화 관광 경제의 중심지로 설것인지 이도 저도 아닌 거대한 잡탕이 될 것인지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헌법'?

수도 이전 반대의 세번째 이유는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에 좀더 솔직히 반영돼 있다.
국민투표라는 절차상의 문제제기 뒤에는 수도이전이 국민(보다 정확히는 서울시민)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분노가 담겨 있다. 합의없이 이 충청권을 신행정수도로 못박아 타 지역(수도권 뿐 아니라 영호남 등도)평등권을 침해했고, 참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타지역 사람들의 감정까지 '배려'했지만, 본질은 서울특별시민 서울공화국민으로서의 '기득권' 침해가 심기를 건드렸다는 점이다. 남의 땅에 집을 짓고, 남의 선산에 묘를 써도 오래되면 점유권이라는게 생기는데 600년씩이나 누려온 수도시민의 권리를 누가 빼았느냐는거다.

헌법소원을 대리하고 있는 이석연변호사가 얼마전 방송프로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것은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헌법 조문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은 이같은 정서를 솔직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변호사가 경실련에 계속 있었더라면 경실련은 그냥 시민운동단체가 아니라 '서울시민운동단체'라고 규정해야 할뻔 했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인 '기회균등'이 '경제정의'의 기본이라는 건 '경제정의 실천' 시민운동연합 사무총장출신이 아니라도 알법한데, 서울시민 말고는 수도 주민으로서의 권리를 누려볼 꿈도 꾸지 말라는게 헌법이라는 주장은 해도 너무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NOT IN MY LIFETIME)'...요즘식 약자로는 '님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차라리 이변호사가 헌재판결을 통해 수도이전에 법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노무현대통령을 위한 십자가를 졌다는 음모설을 믿고 싶을 정도이다.

'쾌적한 서울'이 자산가치 상승 잠재력

네번째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과 맞물린 집값폭락과 이로인한 부작용, 이른바 '경착륙'에 대한 공포가 수도이전 불가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집값이 떨어져도 회복될때까지 오래오래 버틸 능력이 있는 진짜 투기꾼보다는 '나만 이러고 있을때인가' 하며 가진 재산 올인하고 융자까지 받아 헐레벌떡 강남에 아파트 한채 사 놓은 '후발 추종자'들의 걱정이 더하다.

하지만 서울지역 집값은 행정수도 이전때문이 아니라 이미 2001~2003년 정상가격대비 20~30% 버블이 형성된 상태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오버슈팅'에 따른 반동은 감수해야 할 시점이다. 후발 추종자라면 집값하락을 우려해 수도이전을 반대하기보다는 오히려 '수도이전으로 길이 쑥쑥 빠지고 녹지도 더 많이 확보돼 살만한 동네라는 인식이 퍼지면 집값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하고 희망을 가져보는게 합리적이다.

겨울휴가철이면 뮤지컬 보러 전국에서 가족 관광객이 몰려들고, 월가에는 돈이 집중되고, 초기 건국당시 유적지도 잘 보존돼 있는 뉴욕같은 도시를 서울이 꿈꾸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전쟁같은 교통지옥에 멋대가리 없는 아파트군락은 이같은 꿈을 불가능하게 한다.

기왕이면 '혐오시설'취급받는 국회도 행정부를 따라가서 그자리에 큼직한 호텔이나 몇개 들어서면 여의도도 세계적 금융허브 자격을 좀 더 갖출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광화문에 빌딩 가진 언론사들은 노무현대통령의 편견과 달리, 오히려 눈엣가시같은 청와대가 빨리 내려가 땅값좀 더 오르기를 내심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수도권 추가 주택공급 한계

다섯째로 '수도 이전으로 전국토를 투기장화하느냐, 결국 수도권 집값도 잡지 못하고 신행정수도권 집값만 올려놓느냐, 집값 잡으려면 수도 이전이 아니라 수요가 몰리는 서울에다가 충분한 토지를 공급하는게 옳은 방법이다'라는 지적이 수도 이전 불가론에 놓여있다.

물론 신행정수도 인근의 투기대책을 확실히 하라는 지적은 백번 옳은 것이다. 그러나 위성도시 10여개를 더 만들고, 그나마 위태위태 남아있는 그린벨트 등 녹지를 풀어 수도권 전역을 콘크리트로 뒤덮지 않고서야 '충분한' 주택과 토지를 공급할 방법이 어디 있을까.

'토지'가 아니라 '허공'을 충분히 공급해 앞으로 서울사람들은 모두 최소한 60층짜리 건물에서 살아야 하고 도로도 복층, 복복층화 한다면 차라리 고개를 끄덕거릴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수요 요인을 관리하지 않고 공급만 늘리는 게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은 서울의 교통정책이 보여주고 있다.

국제 통화기금(IMF)체제 이후 DJ정부는 벤처육성을 중요한 정책축으로 삼았다. 주변의 상당한 잡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대기업 경제집중을 막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바람직한 방향이었기 때문에 이같은 정책방향은 지속될수 있었다. 남들이 긴가 민가 했던 시기에 흐름을 따라갔던 사람들은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편 보기]

수도, 절대 못 옮겨가는 10가지 이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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