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참여하면 헌신하게 된다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4.06.2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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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강의 때문에 만난 적이 있던 최 사장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그는 경기도에 있는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이다.

대기업에 검사장비를 납품하는데 요즘 들어 부쩍 직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핵심인력들이 자꾸만 나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작년에는 매출도 괜찮고, 이익도 그런대로 났는데 이 상태로 계속 가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 의식이 생긴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을 해 달라는 것이 최 사장의 요구였다. 두 달에 걸쳐 파트너 컨설턴트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전 직원을 상대로 설문분석도 했다.

보통 그 정도 사이즈의 기업이 갖고 있는 전형적인 문제점이라는 결론이 났다. 진단결과를 발표하고, 새로운 비전에 대해 직원들과 얘기도 하고, 그 동안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워크숍을 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진단결과를 발표하고, 오후에는 직원들을 직접 참여시켜 회사 비전과 가치에 대해 얘기하게끔 하고, 저녁부터 그 다음날 오전까지는 팀웍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을 스스로 만들어 진행하라고 사우회에 일임했다.
 
이미 여러 번 재미없는 워크숍을 경험한 직원들은 별 생각 없이 참여하는 듯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졌다. 직접 참여해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비전을 만들고, 이를 형상화시키고, 발표를 하면서 서서히 눈빛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녁 시간에는 팀으로 구분을 하여 과제를 주고 이를 달성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열명의 팀에서 팀장만 눈을 뜨고 나머지는 모두 눈을 가린다. 랜턴에 의지해 팀장은 팀원을 이끌고 산을 오른다.

목적지에 오른 후에도 여러 과제가 준비되어 있다. 퀴즈를 푸는 경우도 있고, 노래를 함께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아이디어와 진행은 사우회에서 직접 진행을 했고 나는 참관만을 했다. 끝나고 돌아오는 직원들은 몹시 지쳐 보였다.


하지만 눈은 반짝거렸다. 팀 활동 후 그들은 이미 한 팀이 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고백이다. "그 동안 비전이 없다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습니다. 비전은 사장님이나 팀장님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직접 비전을 만들면서 비전이란 만들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모두가 참여해 만들어 나가는 거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팀 활동도 좋았습니다. 깜깜한 밤에 앞 사람 손만 잡고 산을 오르는 데 팀장이 길을 잘못 인도하거나, 앞 사람 손을 놓치면 모든 게 엉망이 되잖아요. 정말 팀장이 중요하다, 우리는 한 팀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정말 이번 워크숍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아요."
 
어느 심리학자가 줄 다리기에 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둘이서 줄을 당기면 각자가 가진 힘의 93%밖에 사용을 못하고, 이는 사람의 숫자가 늘면서 급격히 줄어든다. 3명씩 당기면 85%, 4명씩 당기면 49% 밖에 사용을 못한다는 것이다.

회사 일을 여기에 대비시켜 보면 사람들이 자신의 잠재력의 얼마를 사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거의 사용을 안 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이다. 나 자신 늘 10%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언을 하곤 했다. 그런 사람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들이기 위해 생각해야 할 화두는 단연코 "참여(Participation)"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헌신하지 않는다. (No participation, No commitment). 당연한 얘기이다. 반대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으면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GE는 하드웨어적인 혁신과 소프트웨어적인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두었고 소프트웨어 혁신의 대표로 워크아웃을 손 꼽는다. 워크아웃이란 직원들의 참여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하는 프로세스이다. 먼저 문제점이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팀원을 모은다. 여기에는 직급, 나이, 성별은 완전히 무시된다.

해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원이냐가 선발의 기준이다. "모두가 참여하여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이를 통해 문제점과 장애 요인을 열거한다. 이를 카테고리별로 묶고 헤드라인을 정한다. 우선순위를 매기고 선정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해결책이 현실적인지 여부를 평가하고 그렇다고 판단되면 액션플랜을 만든다. 계획을 공유하고 이를 보고하고 시행에 들어간다." 이것이 프로세스이다. 워크아웃 프로세스는 "직원들이 문제점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해결책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사람들을 참여시켜 그들로 하여금 해결책을 만들게 하고 경영진은 그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자."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일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가장 신날 때는 자신이 참여해 문제점과 해결책을 고민하고 결정한 것을 직접 시도해 보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신감도 생기고, 팀웍도 생기고, 오너십도 생기는 것이다. 경영진의 역할은 과연 이들을 어떻게 이런 과정에 참여시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참여하면 헌신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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