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경영]다시보는 '펀 경영'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2004.02.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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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펀(Fun) 경영으로 유명하다. 허브 캘러허 회장 본인부터 직원들을 웃기기 위해 노력하고, 직원들 또한 고객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 머리를 짜낸다. 이상한 복장으로 고객을 맞기도 하고, 짐칸에 숨어 있다 갑자기 나타나며 "놀랐지요(What a surprise)" 라고 하기도 하고, 기내방송에서 "이 비행기는 금연입니다. 다만, 흡연석이 한 곳 설치되어 있습니다. 밖에 있는 날개입니다." 라는 식의 조크를 날리기도 한다. 유머가 완전히 생활화 되어 있는 셈이다. 덕분에 그 회사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이 계속해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회사에 관련된 책이 봇물을 이루고 일부 기업에서는 이를 흉내 내 펀경영을 기치로 내걸기까지 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보거나 이를 슬로건으로 내건 기업을 볼 때마다 의문점이 생긴다. 이 회사가 과연 재미 때문에 성공을 했을까, 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그렇게 회사생활을 재미있어할까, 재미와 일이 공존할 수 있는걸까, 재미없는 회사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일까…



펀 경영을 내세우면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이나 입사하려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무엇보다 회사와 재미라는 것이 부조화를 이룬다. 회사는 재미 때문에 다니는 곳이 아니다. 회사는 일을 하러 다니는 곳이다. 일을 통해 시장을 창출하고, 수익을 내고,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게끔 하기 위해 다니는 곳이다.



또 우리가 하는 일 중 재미있어 하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일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의 비율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그 보다는 마지못해 다니거나, 하기는 싫지만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 그렇지 않다면 왜 사람들이 주말을 기다리고, 월요일을 괴로워하겠는가?

만일 펀 경영이 작동을 하고 효과를 본다면 그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기쁜 마음으로 휴가나 주말도 반납하고 흐뭇하고 유쾌한 기분으로 계속해서 회사에 있겠다고 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런 식의 슬로건이나 가치는 직원으로 하여금 잘못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아마 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가만 있을 테니, 상사인 당신이 한 번 나를 웃겨 보시지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두고 봅시다."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가능하지도 않지만 그럴 책임도 필요도 없다. 괜히 쓸데없는 곳에 관심을 두게 하여 조직의 힘만 분산하는 것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또 재미라는 것은 주관적인 것이다. 누가 재미있게 한다고 재미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기가 찾고 느껴야 재미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는 것, 아닌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중요하다. 일이 바로 그렇고, 회사가 바로 그렇다. "좋아하는 일을 하라, 하는 일을 좋아하라" 는 말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것 이상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현실과 너무 떨어져 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그 보다는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 "일은 원래 힘든 거야, 회사란 원래 재미없고 딱딱한 것이야" 라고 이야기 해야 한다.

모든 것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회사에 대한 것도, 일에 대한 기대도, 회사와 개인의 관계도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그러면서 거품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회사가 개인에게 과도한 것을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개인은 회사에 대해 말이 안 되는 신기루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런 생각의 거품을 빼는 것이 좋다. 즐거움을 어설프게 약속하는 기업은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채워줄 수 없는 개인의 욕구를 채워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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