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 원숭이도 사람만큼 한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1.08.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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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 사람보다 낫다?"

주식 투자에 있어서는 원숭이도 사람 못지않은 것 같다. 유럽판 월스트리트 저널(WSJE)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4번에 걸쳐 투자 전문가 그룹과 아마추어 주식 투자자 그룹, 그리고 원숭이 등 세 개 그룹의 추천 종목을 따라 투자한 결과 원숭이가 선두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E가 지난 1년간 4번에 걸쳐 3개 그룹의 수익률을 다트(작은 창 던지기 놀이) 점수로 환산한 결과 원숭이가 마이너스 11.4포인트로 가장 성적이 좋았고 전문가 그룹은 마이너스 13.6포인트로 원숭이를 바짝 뒤쫓았다. 아마추어 그룹은 마이너스 124.6포인트로 한참 멀리 뒤쳐졌다.



모간 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유럽 지수의 수익률은 지난 1년간 마이너스 26.9포인트로 원숭이와 전문가 그룹은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능가하는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E는 프린스턴 대학의 교수인 버튼 맬키엘(Burton Malkiel)이 1970년대초에 주창한 "효율적 시장 이론(Efficient Markets Theory)"이 타당한지 실험하기 위해 투자 전문가 그룹과 아마추어 그룹, 원숭이의 투자 수익률 시합을 벌이고 있다.



맬키엘 교수는 1973년에 "월스트리트를 발 가는대로(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란 책을 통해 주식시장은 진실로 효율적이기 때문에 눈을 가린 원숭이가 신문의 상장 종목 리스트에 다트 게임을 할 때 사용하는 작은 창을 던져 맞은 종목에 투자해도 투자 전문가만큼의 수익률은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이론에 따라 WSJE는 전문가 4명, 아마추어 4명의 그룹을 만들어 한 사람당 한 종목씩 추천하게 하는 한편 눈을 가린 사람이 다트 창을 던져 맞은 종목에 무작위로 투자하는, 이른바 이론적인 원숭이의 추천 종목을 가정해 이 세 개 그룹의 투자 수익률을 비교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은 원숭이의 실적이 가장 좋았으나 올해 2월15일부터 7월5일까지의 기간 동안만 봤을 때는 전문가 그룹이 마이너스 18%의 수익률로 선두를 달렸다. 원숭이는 마이너스 24.7%, 아마추어 그룹은 마이너스 43.5%의 수익률을 각각 기록했다.


원숭이는 독일의 섹스용품 판매 체인점인 비테 우제(Beate Uhse)에 투자해 이 회사에서만 1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또한 이탈리아 보석 체인점인 불가리를 선택, 9.8%의 수익을 냈다. 그러나 텔레콤 회사인 재즈텔과 에너지에서 각각 55%와 65%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해 다른 두 개 종목에서의 좋은 실적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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