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 스퀴즈"..진퇴양난의 공매도 세력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01.05.23 16:33
글자크기
【권성희기자의 뉴욕전망】미국 뉴욕 주식시장이 최근 랠리를 계속하자 "숏 스퀴즈(Short Squeeze)"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숏 스퀴즈란 간단히 말해서 "공매도 세력의 진퇴양난" 정도를 의미한다.

기술주가 올해 4월초까지 급락세를 계속하자 뉴욕 증시에서는 공매도가 판을 쳤다. 공매란 주가가 앞으로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지면 같은 주식을 재매입,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이런 공매도 세력 때문에 뉴욕 증시는 힘겹게 반등 움직임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얼마 못가 맥없이 허물어지기가 일쑤였다. 증시가 상승해도 공매도 세력들이 주식을 빌려 매도해버리는 통에 랠리가 3일을 지속하기가 힘들었다. 비관론이 팽배한 만큼 공매도 세력은 증시를 움직일만큼 파워가 커졌고 전문가들은 약세장이 지속되는 원인으로 공매도를 어김없이 지적하곤 했다.

그러나 공매도 천국이었던 뉴욕 증시는 4월초 이후 랠리를 지속하면서 공매도의 지옥으로 바뀌었다. 이런 변화를 실감나게 해주는 말이 "숏 스퀴즈"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지속하는 원인 중의 하나는 공매도 세력들이 증시 랠리가 계속되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허겁지겁 매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 즉 "숏 스퀴즈"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SSB)의 상장기업 매매 담당 이사인 밥 베이젤은 나스닥지수가 21일(현지시간) 5% 가깝게 급등했던 것은 "숏 스퀴즈"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스닥지수가 오르자 기술주를 공매했던 트레이더들이 손해를 줄이려 증시에 뛰어들어 지수 상승폭을 더 끌어올려 놓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공매도 세력들이 이제 항복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C도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 뉴욕 증시의 급등 이유 중의 하나로 "숏 스퀴즈"를 꼽고 있다고 22일 전했다.

최근 뉴욕 증시는 급등 뒤 조정을 받을 때조차 낙폭이 소폭으로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매가 발붙일 틈을 주지 않고 있다. 공매도 세력의 강성이 비관론의 팽배를 의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현재의 뉴욕 증시는 낙관론 팽배로 분위기가 돌변해 버린 것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네드 릴리는 이를 두고 "지난해말 분위기에 대한 완전한 안티테제(반대)"라고 표현했다.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폭은 크지 않다

현재 대부분의 월가 전문가들은 뉴욕 증시가 조정을 받아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 22일까지 나스닥지수는 6일간 상승세를 끌어왔다. 6일 연속 랠리는 지난해 1월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우지수는 21일까지 4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다 22일 소폭 하락하며 주춤했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더 높은 비상을 위한 바람직한 후퇴라고 평가했다.

현재 월가의 분위기는 상승세가 워낙 가팔랐던 만큼 조정은 받겠지만 하향 조정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란 낙관론으로 가득 차있다.

데인 로셔의 투자 전략 컨설턴트인 윌리엄 바커는 "강한 랠리 뒤의 차익 실현은 불가피하지만 하락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심리가 매우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바커는 또한 "아직도 투자해야할 현금을 안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많으며 이들은 증시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여겨 달려들 것이기 때문에 낙폭이 커질래야 커질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월가에 비관적인 목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살로먼 스미스 바니(SSB)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처치는 "우리는 단지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단계에 있을 뿐"이라며 아무 것도 아직 확실한 것은 없다며 과다한 낙관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퍼스트 알바니의 수석 투자 책임자인 휴 존슨은 "우리는 많은 기업들이 매출액도 이익도 지지부진했다고 고백할 것이 분명한 기간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며 2/4분기 실적 부진이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릴리는 이런 조심스러운 경고들조차 "몇 명의 비관론자들이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건전하다"며 여유있게 받아쳤다.

헤이즈, "상승세 연말까지 간다..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1998년 이후 계속해서 증시 고평가론을 계속하다가 3월말에 기술적 분석상 증시는 반등 태세를 갖췄다고 전망했던 헤이즈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사장인 돈 헤이즈가 호황장은 연말까지 계속된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현재 뉴욕 증시는 1980년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개선이 없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로 인한 유동성 확대로 랠리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에 필요 이상의 돈이 있을 경우 이런 돈들은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가 강세장을 키워내기 마련"이라는 지적이다.

헤이즈는 다우지수는 올해 8~9월까지 최고점을 향한 드라이브를 계속하고 나스닥지수와 S&P500 지수는 올해 11~12월 사이에 최고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숏 스퀴즈"..진퇴양난의 공매도 세력


그러나 지수 곡선은 올해 하반기에 고점을 찍은 후에 아래로 꺾이며 빠르면 내년 6월부터 다시 약세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헤이즈는 먼 미래의 전망을 덧붙였다. 내년 6월부터 새로운 약세장이 시작되는 이유는 FRB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약한 고리는 여전하다는 증거들이 나타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별도로 헤이즈는 최근 다우지수는 1만2600까지, 나스닥은 2820까지, S&P500 지수는 1430까지 각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시가 최소한 여름까지는 상승세를 이끌고 갈 것이라고 전망하는 또다른 사람은 메릴린치의 수석 시장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맥카베이다. 그는 증시가 최고점을 아직 정복하지 못했으며 비록 과매수 상태로 인해 상승폭이 크지는 않다 하더라도 랠리 추세는 여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넘쳐나는 낙관론은 진실로 두달여 전의 넘쳐나던 비관론과 완전한 안티테제를 이룬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기업들의 실적이나 경제 펀더멘털상에서 변한 것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결국 변한 것은 투자자들의 심리 뿐이다.



그럼 시장 심리는 왜 돌변했을까.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은 올해들어 5번에 걸쳐 금리를 2.5%포인트 공격적으로 인하한 FRB일 것이다. 그리고 증시가 최악 상태를 영원히 계속하는 법은 없다며 저가 매수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강조해온 증시 낙관론자들의 복음 또한 "랠리를 놓칠 수도 있다"는 투자자들의 두려움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 결국, 최근 뉴욕 증시의 상승 국면은 투자자들의 낙관과 기대에 힘입어 자라난 결실이다.

23일에도 재료 빈곤은 지속될 듯

한편, 23일에도 21일, 22일과 마찬가지로 뉴욕 증시에는 예정돼 있는 주요한 경제지표나 실적 발표가 없다. 다만 미국 증권업협회가 '시장구조 2001년 그 이후'를 주제로 뉴욕에서 컨퍼런스를 개최, 브로커와 웹사이트의 관계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도이치텔레콤이 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정책이사회를 연다. 이날 ECB는 독일의 비즈니스 심리가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CB는 이달초 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데도 인플레이션 우려를 언급하며 오랜 시간을 끌면서 주저했었다.

HSBC 런던의 유럽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그윈 해치는 유럽의 핵심 인플레이션이 ECB가 억제선으로 잡고 있는 2%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ECB가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리를 인하한지 아직 한달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실제로 거의 희박하다.

23일 세계 증시 동향



23일 일본 도쿄 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약세를 보이며 0.17%(-23.49엔) 하락한 1만4067.70으로 마감했다.

대만의 가권지수는 정부가 자금을 투입, 주식을 매입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4.38%(+218.49포인트) 급등, 5209.97을 기록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보합권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마감 1시간을 앞두고 0.13%(-18.51포인트) 내린 1만3859.44를 기록 중이다. 싱가포르의 ST지수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13분 현재 0.49%(+8.25포인트) 오른 1690.55으로 거래되고 있다.



23일 유럽 증시는 약세로 출발했다. 오전 9시12분(한국시간 오후 4시12분) 현재 프랑스의 CAC40 지수는 0.58%(-33.15포인트), 독일의 DAX지수는 0.56%(-35.38포인트) 각각 약보합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 상업거래소의 나스닥100 지수 선물은 23일 새벽 2시10분(한국시간 오후 4시10분) 현재 18.50포인트 내린 2028.00을 기록 중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