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

머니투데이 이웅 기자 2001.03.0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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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나온 말말말...]

"정회하고 나하고 한판 붙자"
"중국 때놈 전방에 살았어요.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요"
"봉건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
"선방한 거다"
"시민운동 그만두고 투자회사 차리는 것이 낫겠다"

9일 세계 초일류 기업임을 자부하는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발언들이 오가 참석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주총 의장으로써 회의진행을 맡았던 윤종용 부회장은 참여연대측의 집요한 문제제기에 대해 "정회하고 나하고 한판 붙자"고 포문을 열었으며, "중국 때놈 전빵에 살았어요. 왜 이렇게 의심이 많아요"라고 비꼬았다. 또 "삼성전자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이재용씨 이사선임과 관련한 논쟁도 줄을 이었다.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실장은 "40대 부장이 즐비한데 사실 이재용씨는 내 대학후배"라며 "봉건왕조시대도 아닌 21세기에 왕후장상에 씨가 따로 있느냐"라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윤부회장은 또 이재용씨의 삼성전자 출근일수가 얼마나 되냐는 참여연대의 질문에 대해 "과장급만도 1만여명인데 직원들의 출근여부를 내가 어떻게 일일이 체크하느냐"고 맞받았다.

소액주주 중에는 윤 부회장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회의진행을 들어 "의사진행이 이렇게 가벼워서야 어떻게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느냐"고 꼬집는 이도 있었다. 또 "사상최대 실적을 낸 회사 주총장이 부도난 회사에 몰려온 빚쟁이들 싸움판 같다"는 말도 나왔다.

회의장 밖에서는 "얼마나 벌었는데 선물도 없냐"며 발길을 돌리는 소액주주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주총이 끝난 뒤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는 전성철 변호사 이사선임 표결에서 우호지분이 1.6%에서 16%로 늘어난 것을 두고 "시민운동 그만두고 투자회사 차리는 것이 낫겠다"고 해 주변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선방한 거다"고 논평했다.

이어 주총캠페인이 정치적 입지마련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경제계의 의심에 대해 "나오면 찍어주지도 않을 사람들이 꼭 이런 말들을 한다"고 우스개 소리로 답변을 대신했다. 장교수는 또 "잉크에다 물 한방울 떨어뜨린다고 달라지는게 있느냐"는 아들의 충고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주총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반까지 8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표결을 기다리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점심식사도 거른 채 회의진행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측은 여느때보다 강화된 주총참석 요건을 제시, 일부 소액주주 관계인들로부터 격렬한 원성을 사기도 했다. 회의장 주변에서는 엄격한 출입통제조치와 관련 진행요원들과 주주들간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개회직후 요건미비로 참석을 거부당한 참석대리인 7∼8명은 가져온 참석장을 소각하며 격렬하게 항의하다 돌아가기도 했다.



삼성전자측과 참여연대측은 전성철 변호사나 이재용씨 문제는 물론, 대부분의 안건들에서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였으며 여기에 일부 소액주주들이 가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주총에는 이사선임을 비롯, 제무제표 정관변경 주식매수선택권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5가지 의안이 상정돼 논쟁을 벌였으며, 첫번째 의안인 제무제표승인과 마지막 이사보수승인건을 제외하고 있는 모두 표결에 부쳐졌다.

각각의 의안은 8000만주 이상의 의결권이 행사된 가운데 90%내외의 찬성율을 기록하며 원안대로 통과됐다. 관심을 모았던 전성철 변호사와 이학수 삼성기업구조조정본부장과의 대결은 87.28%대 16.07%로 승패가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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