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잠금 파우치를 개발한 스타트업 욘드르의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사진=욘드르 홈페이지 갈무리
욘드르를 창업한 그레이엄 듀고니는 스마트폰이 필수품을 넘어 신체 일부가 된 듯한 현대 사회에서 '노 스마트폰'을 주장한다. 계기는 2012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음악 페스티벌이었다. 술에 취한 남성이 춤추는 모습을 관객 두 명이 허락 없이 촬영해 유튜브에 게시하는 것을 목격한 듀고니는 남의 사생활을 멋대로 공개하는 일을 막으려면 스마트폰 없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영화관, 공연장은 물론 교실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멋대로 꺼내 문제라는 말은 예전부터 나왔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보자는 말도 많았다. 이런 말 다음엔 알아서 스마트폰을 맡기거나 꺼내지 말자는 등 개인의 의지력을 강조하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욘드르는 개인 의지보다 유혹을 차단할 도구를 해결책으로 삼았다. 방법은 간단했다. 특정 자석으로만 열 수 있는 스마트폰 파우치를 개발하는 것. 스마트폰에 일종의 자물쇠를 거는 셈이다. 그는 초기 투자금과 저축에서 쥐어짜낸 10만 달러(1억3000만원)로 자석 파우치를 개발했다.
처음 노린 시장은 공연계였다. 알리샤 키스, 건즈앤로지즈 등 유명 가수들의 공연장에서 관객들에게 욘드르 파우치가 배포됐다. 이후 타인 개인정보를 쉽게 촬영, 유포할 수 있는 병원, 콜센터와 스마트폰 때문에 예배에 방해를 받을 수 있는 교회 등으로 시장을 넓혔다.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잠금 파우치./ 사진=욘드르 홈페이지
욘드르 파우치가 가장 각광받은 장소는 학교였다. 스마트폰이 교권 붕괴에 한몫하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 학부모들이 나서 '스마트폰 없는 학교'(Phone-Free Schools Movement)라는 시민단체를 설립할 정도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0~11월 미국 공립학교 교사 253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2%가 교실 대 스마트폰 이용 때문에 학생 주의력이 산만해져 문제라고 대답했다.
그레이엄 듀고니 창업자가 개발한 스마트폰 잠금 파우치./ 사진=욘드르 홈페이지
처음엔 학생, 학부모 반대가 거셌다. 한 학생은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되자 눈물을 흘렸다. 학부모들은 총격 사건이라도 나면 집에 연락을 해야 하는데 어쩔 거냐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학생들은 스마트폰 없는 학교에 적응했다. 아이팟을 귀에 꽂은 채 서로를 본체만체 하던 학생들이 서로 아침 인사를 주고받았다. 화장실에서 몰래 만나 전자담배를 피우고, 수업 중 몰래 부적절한 사진을 공유하는 일은 없어졌다. SNS에서 시작된 싸움이 학교까지 이어지는 일도 없어졌다. 총격 사건이 일어난 경우 학생들이 스마트폰으로 집에 연락해야 한다는 학부모들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돌핀 교감은 설명했다. 연락은 교사들이 하는 편이 낫고, 학생들은 조용히 숨어있는 게 안전하다는 것.
욘드르 파우치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지난 3월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3000개 이상 학교가 욘드르 파우치를 이용하고 있다. 포브스는 지난달 보도에서 욘드르 파우치를 사용하는 학생 수가 지난해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올해 2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욘드르는 올해와 내년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듀고니는 포브스 인터뷰에서 "학생들에게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 없이 6~8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라며 "(디지털 세상과 현실의) 차이를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다만 투자 모금 현황과 기업가치 평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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