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전기로 자극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 새롭게 제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 킹스칼리지런던대 심리학·신경과학연구소 연구팀, 영국 이스트런던 심리학과 연구팀, 미국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 연구팀이 '경두개 직류자극법(tDCS)'을 통해 우울증을 치료할 방법을 실험을 통해 제시했다. 연구 결과는 21일(현지시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tDCS를 우울증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중증 우울증을 진단받은 만 18세 이상의 환자 17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전전두피질 등 감정 조절과 관련된 뇌 영역을 전기로 꾸준히 자극할 때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 확인했다.
참가자는 첫 3주간 일주일 5회씩 전기 자극 치료를 받았다. 마지막 7주간은 일주일에 3회로 자극 횟수를 줄였다. 전기 자극에 따른 반응은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돼 연구팀에게 전달됐다.
10주 후, 환자들의 우울증 증상을 점수로 매겨 측정하자 실제 전기 자극을 받은 치료군의 우울증 수치가 치료 전에 비해 약 10점 낮아졌다. 참가자의 45%가 우울증 증세가 줄었거나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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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전기 자극 그룹에서도 일종의 위약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효과가 있었다"고 답한 참가자는 실제 치료를 받은 집단에 비해 확연히 적었다. 가짜 그룹에서는 참가자의 22%가 우울증 증세가 나아졌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번 실험 결과만으로 tDCS가 기존 항우울제나 심리치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실험 참가자 중 참가 전부터 최소 6주 동안 심리 치료를 받거나 항우울제를 복용한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프랭크 페드버그 독일 뮌헨 루드비히막시밀리안대 정신의학과 박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tDCS가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후속 연구를 통해 사람에 따라 효과의 편차가 생기는 이유를 확인하고 환자마다 최적화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네이처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항우울제 처방이나 심리 치료가 통하지 않는 환자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가량"이라며 "이번 치료법은 이들을 위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