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티빙
모든 공포 콘텐츠의 시작은 여기부터다. 있다고 증명된 적 없지만, 그렇다고 없다고 증명된 적도 없는 귀신의 존재가 일단 있다고 생각하면 모든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해의 문이 열린다. 그 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엿볼 수 있다. 티빙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샤먼-귀신전’은 그 문을 열고 나간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다.
최근 ‘오컬트’ 콘텐츠는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 개봉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 ‘파묘’는 1120만에 육박하는 관객이 들어 대한민국 오컬트 장르 영화 사상 첫 천만영화가 됐다. 최근 SBS에서는 무당을 비롯한 타로 점술가, 사주 역술가들이 등장하는 ‘신들린 연애’가 방송됐다.
사진-티빙
일단 무섭다. 오컬트 콘텐츠 고유의 본분은 바로 보는 사람을 ‘오싹하게’ 하는 일이다. 첫 회부터 집 근처를 어른거리는 검은 영체를 목격하는 사례자의 증언은 실재감이 있다. 제작진은 이들의 상황을 검증하기 위해 정신과 진료 이력도 보고, 이른바 ‘굿 중독’의 사례자를 막기 위해 관련 여부도 확인했다. 심지어 출연한 무당들을 통해 ‘점사’ 형식으로 이들의 사실 여부를 검증하기도 했다.
그렇게 뽑힌 이들의 상황은 실제로 심각했다. 현대의학과 첨단기술이 닿지 않는 영적인 영역에서 이들의 삶을 괴롭히는 존재는 분명 존재했다. 실제로 사례자들은 피해를 입고 있었으며, 무당을 통한 점사에서는 그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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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례자에서는 그 정도가 심해진다. 온갖 ‘잡귀’로 불리는 존재가 사례자인 연인 사이를 쉼 없이 파고든다. 때로는 잡귀를 조상신이라 오해해 빙의 상태에 빠지는 사례자도 있고, 해외에서 태어나 출생 내력으로 결국 신내림을 받아 무당이 돼야 하는 사례자도 있었다.
사진=티빙
이들이 빙의되거나, 굿을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되는 듯 눈빛이 변하는 모습은 영화에서 나오는 막연한 귀신 CG보다 훨씬 실재감이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재연과 필요하다면 CG를 쓰는 모습도 다채로운 그림을 좋아하는 지금의 젊은 시청자들의 취향에 적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샤먼-귀신전’은 인문 다큐멘터리다운 고찰도 담겨있다. 단순히 한순간 무섭고 마는 ‘납량 콘텐츠’가 아니라, 그 안에서 뭔가를 남겨 생각하고 결국 인간의 본질을 찾아간다는 다큐멘터리의 취지를 지키려 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류학 박사 로렐 켄달은 “귀신이 있느냐, 없느냐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것들이 효용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샤먼-귀신전’은 귀신이 있는지, 이를 증명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귀신이 있는지는 비록 알 수 없지만, 영적인 존재들로부터 고통을 받고 심지어 생명을 위협받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들은 무당, 무녀라는 사람들이 해주는 영적인 행위를 통해 고통에서 해방되고, 일상을 되찾는다. ‘오컬트’의 효용은 우리가 귀신의 존재 여부를 따져 묻기에 앞서 의료행위만큼의 구체성을 띤다.
사진=티빙
마냥 멀게 느껴지는 무속과 시청자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배우 유지태와 옥자연이 ‘프리젠터’로 합류한다. 이들은 때론 무당들에게 영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일종의 치유 의식인 굿을 참관하며 넋을 놓고 보기도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무속에도 편견 없이 다가서는 유지태의 모습은 역시 배우로서의 그릇 크기를 짐작하게 한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간다. 당신은 귀신을 믿는가. 이에 대해 정확히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은 귀신으로부터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샤먼-귀신전’은 이에 대한 조금은 으스스한 철학적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