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SK의 인적 개편…멈추지 않는 '리밸런싱'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김도균 기자 2024.10.2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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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메시지/그래픽=김지영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메시지/그래픽=김지영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 CEO(최고경영자) 3명을 교체한다. 다음달 SK E&S와 합병법인 출범을 전후로 조직 쇄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이르면 이번주, 늦으면 다음주 중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최소 3개 자회사의 CEO를 교체하고, 임원급 인사 역시 진행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사로는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온, SK엔무브,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SK어스온, SK엔텀 등이 있다.



임원 인사의 경우 지난 17일 진행된 SK에코플랜트 인사의 연장선에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SK에코플랜트는 전체 임원 66명 중 17명이 물러나고, 신규임원 1명만 승진했었다. SK그룹 전체적으로 '임원 규모 20% 이상 감축'이 정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일단 SK그룹은 이같은 설에는 선을 긋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임원 인사를 두고도 일각의 우려와 달리 '광폭'의 규모는 아닐 것이란 전망이 존재한다.

인사는 다음달 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법인 출범을 앞두고 이뤄질 게 유력하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출범을 대비하기 위해 조직을 정비하는 방향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을 통해 '자산 100조원' 규모의 거대 에너지 기업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정유·가스·발전 등 기존 캐시카우를 토대로 전기차 배터리, AI(인공지능) 에너지 솔루션과 같은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건다. SK E&S의 경우 SK이노베이션 내 CIC(사내독립기업) 형식으로 존속한다. 인사폭이 크진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새 사명으로는 'SK이노베이션 E&S'가 낙점됐다.



'10월 중 인사'는 SK그룹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SK그룹의 인사는 보통 10월 CEO세미나에 이어 11월 말~12월 초에 이뤄져 왔다. SK그룹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서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리밸런싱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적자 속에 수 조원의 투자를 진행해야 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자금난이 리밸런싱의 시발점이 됐다. 리밸런싱의 핵심 키워드는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들을 감당 가능한 선까지 정리하고 질적 성장을 달성하자"는 '슬림화'다.

남은 인사의 향방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진행되는 CEO세미나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회장이 '서든데스'를 언급한 게 리밸런싱의 신호탄이었던 만큼, 올해 최 회장의 메시지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이 'AI(인공지능)'를 시종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조에 맞춘 조직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업 조정도 지속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도 리밸런싱의 일환이었다. 베트남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 산하 유통 전문 자회사 윈커머스의 지분 약 2700억원 어치를 팔며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SK㈜는 SK스페셜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이외에도 SKIET 지분 일부 매각 등이 추진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알짜 자회사 SK엔무브의 지분 40%를 보유했던 IMM PE 측으로부터 지분 10%를 매입했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의 SK엔무브 지분율은 기존 60%에서 70%로 상승했다. SK이노베이션은 남은 지분 30% 매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확보하게 된다면 SK엔무브를 사업 조정에 활용할 수도 있다. 당초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IMM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의 리밸런싱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내년 이후까지 꾸준히 추진될 과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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