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휴학 허용, 들어주면 당장 참석" 정부에 공 넘긴 의학회장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10.23 16:06
글자크기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9.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턴 수련제도 및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9.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의료대란을 수습하기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사집단 중 처음으로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가 참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의-정이 처음으로 마주 앉게 됐다. 다만 이들 두 단체가 요구한 5가지 사항 중 하나인 '의대생 휴학 승인'을 협의체 출범 이전에 실행돼야 할 전제조건으로 내걸면서, 협의체 출범의 공은 정부에게 넘겨졌다.

23일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와 KAMC의 요구사항 5가지 가운데 1가지인 '의대생 휴학 승인'은 협의체 참여 전 결정돼야 할 선결과제"라며 "의대생 휴학 승인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협의체에 나가지 않을 것이고, 조치를 취하면 당장이라도 협의체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들 두 단체가 전날(22일) 발표한 입장문에 따르면 이들의 요구사항 5가지는 △의대생이 낸 휴학계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하게 해줄 것 △2025·2026년 의대정원 논의와 함께 의사정원추계기구의 입법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행계획과 로드맵을 설정할 것 △의대생 교육, 전공의 수련 내실화·발전 위한 국가 정책 수립·지원을 보장할 것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독립성·자율성을 보장할 것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개편해 의료계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발표할 것 등이다.

이 가운데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제외한 4가지에 대해 협의체 출범 이후 여·야·의·정이 모이면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의대생 휴학 승인을 전제조건으로 내건 이유는 휴학계 승인을 10월 말 이후로 넘기면 11월부터 학교 방침에 따라 유급·제적되면서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따라 휴학계 승인을 최우선으로 승인하게 해달라고 KAMC 측에서 강력히 요청했고, 대한의학회도 이에 동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방침만 정해주면 각자 학교에서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막고 있는 여러 조건을 풀어달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결 조건만 해결되면 다음 주라도 당장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것"이라며 "승인하게 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선결 조건을 제시한 데 대해 정부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등 종합감사에서 휴학 승인에 대해 "교육부 소관이기는 하지만 휴학은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교육부도 그런 취지에서 제도를 개선했는데, 자세한 사항은 교육부와 한번 협의해 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연준 가톨릭의대학장, 김정은 서울의대학장, 신 이사장, 이은직 연세의대학장. 2024.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육관에서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장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연준 가톨릭의대학장, 김정은 서울의대학장, 신 이사장, 이은직 연세의대학장. 2024.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 협의체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세 단체는 '2025학년도 의대증원부터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대한의학회는 '전면 백지화'가 아닌 '논의'라며 완화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진우 회장은 머니투데이에 "우리는 25학년도를 무조건 백지화하자는 게 아니라,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도 증원을 막지 못한다면 증원 폭을 줄이는 방안까지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협은 이들 두 단체의 협의체 참여 결정에 대해 22일 낸 입장문에서 "대한의학회가 '의료계 전체'의 의견을 고려해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내년도 의대증원분부터 전면 백지화를 원하는 전공의·의대생의 요구가 의학회·KAMC의 협의체 5대 안건에 그대로 반영된 건 아니란 점에서 진통이 예고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우리 두 단체가 전공의·의대생을 대변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으냐"면서도 "협의체에서 의사 전 구성원의 입장을 전달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공의·의대생이 돌아올 '여건'을 만들고, 양질의 수련·교육을 받을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공의·의대생 단체의 협의체 불참 선언에 대해 이 회장은 "전공의들이 협의체에 들어오겠는가. (의정 갈등) 처음부터 정부가 두 손, 두 발 다 들 때까지 협상하지 않겠다는데"라며 "전공의와 의대생은 당연히 협의체에 안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간 의협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의협 자체적으로 내부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존중한다. 모든 단체가 어떻게 하나로 움직이겠는가"라며 "의정 사태 본질에 대한 문제의식은 의협이든 다른 단체든 똑같지만 각자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 다른 의사단체들도 협의체에 점차 합류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