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보건복지부 전문과목별 전문의 현황에 따르면 국내 요양기관에서 일하는 마취과 전문의는 올해 1분기 기준 5300명이다. 전체 활동 의사의 5.5%가량이다. 마취통증의학과는 매년 200여명의 전공의를 모집하는데 매년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100%를 웃돈다.
중증·응급 질환을 책임지는 상급종합병원도 마취과 전문의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1분기 기준 상급종합병원의 수술실은 총 1120개지만 마취과 전문의는 775명으로 훨씬 적었다. 병원(수술실 2605개, 전문의 799명), 종합병원(수술실 1817개, 전문의 1031명), 의원(수술실 3119개, 전문의 2503명) 모두 마찬가지다. 마취가 아닌 통증만 보는 전문의도 통계에 포함됐다는 점에서 수술실 마취 인력 부족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의료기관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현황/그래픽=이지혜
개원가에서 일하는 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마취를 전담하는 경우 대학병원 교수보다도 개원가로 막 나온 전문의 월급이 200만~300만원 정도 많다"며 "주 4일 근무나 휴가 보장 등은 장점이지만 최근 대학병원을 떠나는 의사가 늘면서 업무량이 많아져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마취통증의학회는 이대로라면 '수술 마비'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며 중증 질환에 대한 마취 수가를 높이는 등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한다. 약물 투여에 대한 보상, 수술 전 환자 평가에 대한 수가 신설 등도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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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단체는 당장 급한 암, 뇌 등 중증 질환의 원활한 처치를 위해 외국 마취과 의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한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8일 논평을 통해 "대학병원의 가장 시급한 곳은 수술실의 마취과"라며 "환자와 직접 대면 진료를 하지 않아도 가능한 분야이므로 외국 의사면허를 가진 이들에게 의료 심각 단계인 지금, 가장 시급한 수술실 마취과 분야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뇌전증을 진료하는 홍승봉 대한뇌전증센터학회장(신경과 전문의)도 앞서 "외국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지원받아 시급한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