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1
의과대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 의료 교육의 질적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검증을 거쳤고 필요한 경우 재정 투자를 통해 교육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의 우려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의 의학교육 관련 발언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공유되며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박민수 차관은 지난 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갑자기 2배로 늘어난 인원을 누가 어떻게, 질 좋게 가르칠지 의료계가 우려한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각 대학에서 희망 수요를 받고 전문가와 검증한 결과 교원과 여러 가지 시설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교육의 질 저하 없이 수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2년간 예과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보완할) 시간이 있고 필요하면 정부가 재정 투자도 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대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2.08./사진=뉴시스
우여곡절 끝에 졸업했지만 동기는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나머지는 방대한 공부량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거나 이해가 달려 유급·제적당했다는 것. 마 과장은 "의과대학 교육만 받았다면 지금쯤 의사를 그만뒀어야 했을 것"이라며 "전공의 때 주 120시간 이상 밤낮없이 공부하며 훌륭한 스승에게 배운 덕분에 의사로서 능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냈다.
7일 서울 소재 한 의과대학의 모습. 2024.2.7/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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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구인난에 몸살을 겪는 병원계도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등 7개 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수준은 의료계 내에서 많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의학교육의 질이 유지될 수 있도록 의대 정원 규모를 재고해야 한다"고 공식 요청했다. 의료인력의 질적 관리와 함께 전공의 인건비, 교육시설 확충 등에 한꺼번에 수 천억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게 부담일 것이란 분석이다.
의학 분야 국내 석학들로 구성된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역시 "불과 수개월 내 입학정원 증원에 필요한 교육자와 교육시설이 마련될 수 없다"며 "의과대학 입학정원 조정제도 확립 등 의학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한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