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청력과 더불어 전신의 균형감각을 좌우하는 핵심 기관이다. 귀는 외부에서부터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 순서로 구성되는데 이 중 가장 안쪽 내이의 달팽이관(청각)과 반고리관 등 전정기관(균형)이 이 일을 도맡는다. 전정기관과 반고리관에는 림프액이 가득 차 있는데 몸을 기울이거나 돌 때, 앞뒤로 움직일 때 중력에 따라 림프액이 움직이면서 몸의 위치를 인지한다. 컵에 물을 채우고 몸을 움직이면 움직임에 맞춰 물이 출렁대는 것처럼, 림프액이 이리저리 이동하며 몸의 위치와 회전 상태를 감지하는 것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세아 교수는 "내림프 수종(내이에 림프액이 과잉 축적된 상태)은 바이러스 감염과 알레르기, 자가면역반응을 비롯해 림프액의 흐름 및 삼투압 조절에 중요한 당단백질과 내분비 대사 이상까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역학 연구에서 비교적 젊은 성인의 메니에르병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 확인됐지만 나이와 발병 기전의 연관성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메니에르병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내림프 수종 모식도./사진=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메니에르병은 이뇨제, 베타히스틴과 같은 약물 치료만으로도 환자 10명 중 8명가량은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약물의 효과가 없다면 귓속(고실)에 염증을 해소하는 스테로이드를 주입하거나, '젠타마이신'이라는 이독성 약물을 넣어 남은 전정 기능을 파괴하고 어지럼증을 조절할 수도 있다. 이래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전정신경을 자르거나, 미로 절제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생활 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며 술, 담배, 카페인을 줄이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음식을 짜게 먹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도 중요한 습관이다. 메니에르병 환자에서 하루 1500~2300㎎을 넘지 않는 저염식은 내림프압을 낮춰 현기증의 횟수나 강도를 개선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신장과 내이의 수분 이동을 조절하는 혈액 속 항이뇨 호르몬(ADH)의 수치를 낮춰 청력 개선과 현기증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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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아 교수는 "메니에르병은 한 번의 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며 "반복적인 어지럼증과 귀 먹먹함, 이명, 청력저하 같은 동반증상이 있다면 이비인후과에서 정확하게 진단받고 빠르게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니에르병은 반복적인 병력 청취와 청력검사, 전정 기능 검사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20분에서 12시간까지 지속되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2회 이상 발생하면서 △저주파수 대역의 감각신경성 난청이 1회 이상 확인되고 △이명 △이충만감 증상이 동반되지만 별다른 질환이 없을 때 확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