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 '의심'과 '믿음'으로 빚어낸 김산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6.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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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삼촌'서 대선배 송강호에 밀리지 않은 열연으로 호평세례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배우들의 연기력. 배우 변요한은 '삼식이 삼촌'의 가장 큰 핵심이자 장점으로 꼽았던 부분이다. 송강호를 비롯해 이규형, 진기주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출연하는 '삼식이 삼촌'의 배우들을 향한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물론 그 안에는 변요한 본인도 포함된다. 대선배 송강호와 맞붙으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준 변요한. 그가 그토록 탄탄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던 데에는 끊임없는 의심과 믿음이 바탕에 있었다.

지난 19일 종영한 디즈니+ '삼식이 삼촌'(극본 연출 신연식)은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하는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변요한은 육사 출신의 최고 엘리트로 대한민국을 산업 국가로 만들겠다는 꿈을 안고 귀국한 김산 역할을 맡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던 김산에게 '우린 같은 꿈을 꾸고 있다'며 삼식이 삼촌이 손을 내민다.

작품이 모두 공개되고 난 지난 25일, 변요한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만났다. 마지막 화를 출연진과 제작진이 함께 모여 관람했다는 변요한은 "치열하게 찍었는데 값진 열매를 볼 수 있어 행복했다"는 소감과 함께 작품과 연기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변요한이 '삼식이 삼촌'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출중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합류, 그리고 '동주', '러시안 소설' 등을 통해 변요한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신연식 감독이 직접 쓴 대본이 그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함께 호흡하고 싶었어요. 저보다 후배 배우들도 연기를 잘하는 친구라는 걸 알고 있어서 같이 연기하고 싶었어요. '삼식이 삼촌'에서 가장 보고 싶었고 듣고 싶었던 평가는 배우들 모두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이었어요. 그게 우리 드라마의 핵심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평이 나와서 감사드리고 배우분들에게도 감사드려요. 또 신연식 감독님의 글을 좋아해요. 근현대사를 다룬 '삼식이 삼촌'이 2024년에 재탄생하면 어떨까라는 호기심도 있었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변요한이 연기한 김산은 국가재건산업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다. 처음에는 정치와 연이 없었지만, 이를 위해 정치에도 뛰어들고 쿠데타를 모의하기도 한다. 격변의 시대 속 중심에 있던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변요한이 내린 답은 결국 대본에 있었다.

"많이 리서치도 했지만, 피부에 와닿을 수는 없었어요. 저는 감정의 답은 책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눈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게 김산이 세상을 보는 관점이라고 생각했어요. 국가재건산업을 한다는 설명이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김산의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관점에서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1960년대라는 시대적인 배경은 그 시대가 낯선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이 같은 관점에 대해 변요한은 오히려 "우리 작품은 영원할 것"이라며 오랜 시간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1960년대 한국 근현대사를 표현할 수 있는 건 대한민국 배우밖에 없다는 자긍심이 있어요. 작품이 다 만들어졌고 OTT에 남아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찾아보실 거라고 믿고 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만족스럽고 참여한 것이 영광스러워요. 이게 결국 통한다라기보다는 의미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삼식이 삼촌'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자극적이고 빠른 전개를 가진 최근 OTT 작품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이다. 변요한은 "시작점이 달랐던 작품"이라며 '삼식이 삼촌'만이 가지는 특징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삼식이 삼촌'은 책 같은 작품인 것 같아요. 책장에 끼워놓은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드라마를 나쁘게 보는 건 아니에요. 다 좋은 색깔들이고 대중들에게는 많은 감정이 필요하니까요. 다만 '삼식이 삼촌'은 대본을 봤을 때 시작점이 달랐어요. 차분하고 조용하지만 진취적으로 나아가고, 그 안에서 계속 소용돌이치는 것들이 결국 16부에 멈추는 그런 모습이 좋았어요."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연기력을 입증한 많은 배우들이 참여했지만, 단연 화제를 모은 건 첫 드라마 출에 나선 송강호였다. '삼식이 삼촌'을 촬영하며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지켜봤던 변요한은 '30년 넘게 연기한 이유를 알겠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동시에 자신을 향한 애정에도 감사를 전했다.

"송강호 선배님이 현장에서는 굉장히 경건하세요. 30년 넘게 연기한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연기와 현장을 사랑하고 많은 배우들을 지켜주셨어요. 작게 출연하는 분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위로해 주시고 박수쳐주셨어요. 또 연기가 풀리지 않을 때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묵묵하게 기다려주시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이 이번 현장에서의 낭만이자 특권인 것 같아요. 감사한 이유가 많은데 특히 캐릭터 대 캐릭터로 열정적으로 사랑해 주셨던 마음이 카메라 안에서 느껴졌어요. 또 카메라 밖 현장에서는 달콤하게 저를 챙겨주셔서 좋은 에너지가 발생했던 것 같아요."

캐릭터 설정상 많은 장면을 송강호와 맞붙어야 하는 변요한의 배역은 많은 배우들이 탐내기도 했던 배역이다. 또래 배우들 역시 송강호와의 연기에 관심이 많았을 터. 변요한은 '나중에 한 번 만나보라고 했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저는 같이 호흡했던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 편이라 나중에 한 번 만나보라고 했어요. 그게 예의인 것 같아요. 작품을 대하는 애티튜드, 현장을 사랑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으시겠지만, 배우들에게 대해주셨던 태도나 관심은 '삼식이 삼촌'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성향에 따라 다른 작품에서는 다른 모습이 있을 수도 있어서 따로 말을 안 했어요."

변요한 역시 대선배 송강호 못지않은 연기력을 자랑했다. 특히 김산의 '피자 연설'은 변요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 중 하나였다. 변요한은 그 장면에 대해 "굉장히 고민이 많았다"며 현장에 있던 배우들 덕분에 장면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게 김산의 시작이자 삼식이 삼촌이 김산을 바라보는 시작점이라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연설을 해본 적이 없으니 고민이 많았어요. 무작정 대본을 들고 제주도로 떠나 바다를 보면서 연습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답은 현장에 있다고 그날 주요 배우분들이 강당에 계셨는데 그 분들을 보니까 연설이 되더라고요. 그 분들이 저를 바라보는 눈빛은 서먹서먹하고 처음 봤지만 확신을 갖고 김산으로 바라봐주셨어요. 그 분들 덕분에 만들어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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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를 다룬 '삼식이 삼촌'이 2024년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변요한은 '의심'과 '믿음'이라는 상반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믿음과 의심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삼식이 삼촌'을 통해 변요한이 깨달은 가치였다. 나아가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믿음'과 '의심' 사이에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조언을 남기기도 했다.

"'삼식이 삼촌'에 4.19, 5.16 등의 사건이 나오잖아요. 믿음과 의심의 연속이었던 시대 같아요. 그리고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의 저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작은 선택이 모여서 결과를 만드는데 그런 연속된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지금의 우리 시대를 만든 거죠. 저 또한 앞으로도 믿음과 의심의 연속성에서 쫄지 말고 과감해져야겠다는 생각, 지혜롭게 선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들 그러실 텐데 믿음과 의심은 계속 필요한 감정들인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배우 변요한에게 이 '믿음'과 '의심'은 동시에 찾아오는 것들이었다. 변요한은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그 반작용으로 돌아온 강한 믿음을 마주하는 순간이 배우로서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식이 삼촌'의 김산 역시 이러한 믿음과 의심 속에서 완성된 캐릭터였다.

"액션이 들어가기 직전까지 의심하고, 눈감고 숨 쉬고 들어가면 확신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의심한 만큼 믿음이 찾아오고, 그걸 체험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그 순간이 마법 같고 저에게 필요한 감정인 것 같아요. 제가 안일해지지 않고 배부르다고 누워있지 않으려면 그 두 가지 감정이 저에게 보약인 것 같아요."

믿음과 의심 속에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변요한은 '연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왜 연기를 해야 하는지는 조금씩 알 것 같다'며 앞으로는 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연기를 '왜 해야하는지'는 조금씩 알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를 위해서만 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연기를 짧게 할지, 혹은 꾸준히 하게 될지 모르지만, 보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하고 싶어요. 제 연기를 볼 때 '나를 위해서 했다'는 순간이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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