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파트 살걸"…폭탄으로 돌아온 '생숙·지산' 왜?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2024.06.19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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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다음달 강제이행금 부과를 앞둔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와 거주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강제이행금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19. ppkjm@newsis.com /사진=강종민[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다음달 강제이행금 부과를 앞둔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와 거주자들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강제이행금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3.09.19. [email protected] /사진=강종민


#.다음 달 준공을 앞둔 부산 해운대구 346실 규모의 한 생활형 숙박시설. 전체 수분양자 중 100여명이 분양계약 취소 등 손해배상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시공·시행사에 요구하는 금액은 사업비 3분의 1인 200억원 수준이다. 해당 업체는 대규모 집단소송 우려에 자금조달 우려가 커지면서 '흑자도산'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 활황기에 기존 아파트 등 주택을 대체하는 투자수단으로 주목받던 수익형 부동산이 시장을 뒤흔들 폭탄이 돼 돌아왔다. 생활형 숙박시설(이하 생숙), 지식산업센터, 상업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위축하면서 시공·시행사와 수분양자 간 갈등이 '끝장 소송'으로 치달으면서다. '사기 분양'을 주장하는 수분양자들은 계약을 해제하기 위해 전문 법무법인을 끼고 수백명씩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시공·시행사업자들은 기존 계약, 약관을 근거로 분양 해지는 불가능하다고 맞서는 모습이다.



18일 법조계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416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 등을 상대로 '사기 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관련 집단소송은 법무법인 정세가 원고 측 대리를 맡았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지하 6층~지상 15층, 5개 동, 총 876실 규모로 올해 8월 준공·입주를 앞두고 있다. 불과 3년 전 분양 당시 때만 해도 상황은 완전히 달랐다. 2021년 분양 당시 84~88㎡ 분양가가 14억~17억원에 달했지만, 청약에 57만여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은 657대 1을 기록했다. 정부의 아파트 규제 강화로 생숙이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분양 직후 최고 2억원 프리미엄(P)이 붙기도 했다.



당시 국토교통부가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할 수 없고, 이를 주거용으로 쓰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용도 전환하지 않을 경우 분양가의 10%에 달하는 이행강제금도 부과하기로 했다. 수분양자들은 분양 당시 업체들이 '실거주가 가능한 대체 주거상품'으로 안내하면서 사기 분양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당 업체들은 분양 당시 계약자별로 확약서를 받고 약관에서 명시했으니 책임 없다는 입장이다.

수익형 부동산 분양계획 취소 집단소송 전국으로 번져
수익형 부동산 분양계약 취소 소송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 중구 '세운 푸르지오 그래비티' 수분양자 150명은 서울중앙지법에 대우건설과 코리아신탁, 분양대행사인 미래인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 취소 및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둔 '힐스테이트 청주 센트럴(1차)' 수분양자 80여 명은 조만간 건설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를 대상으로 분양계약 취소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거주가 불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 '송도유림스카이오션더퍼스트'와 '해운대에비뉴', 충남 아산 '한화포레나천안아산역' 등 수분양자들 역시 소송을 검토·진행 중이다.


수분양자의 분양계약 취소는 사업자들에 책임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소비자 리콜 사건'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최진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수익형 부동산 사기 분양은 일반 매매계약 취소가 아닌 상품 하자에 따른 소비자 리콜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건설사에 유리한 약관조항이나 확인서는 오히려 사업자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리지 않은 채로 판매했다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형식적 수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련 집단소송이 로펌이 중심이 된 기획소송이기 때문에 업체는 물론 수분양자한테도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대표변호사는 "한 달여 사이에 분양해지 소송 자문은 10여건, 이 가운데 수임하는 경우도 5~6건으로 늘어났다"며 "일부 로펌에서 수분양자들을 끌어모아서 갑자기 폭탄을 던지는 듯한 대규모 소송이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개월 넘게 걸리는 '재판 지연' 문제가 이같은 집단소송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신 변호사는 "일단 소송이 걸리면 실제 재판까지 수개월씩 걸리는 재판 지연 문제도 심각하다"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 기간에 업체들은 자금줄이 막히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여느 PF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 분양소송 관련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게 자금줄 경색을 막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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