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많이 팔아도 씁쓸한 삼성전자…HBM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4.06.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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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그래픽=김현정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그래픽=김현정


삼성전자 (80,600원 ▲600 +0.75%) 반도체(DS)부문이 최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하이엔드(고가격·고품질) 메모리 제품 비중을 신속히 늘려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DS부문은 1분기 흑자전환한 후 올해 빠른 실적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데, 레거시(범용) 위주의 제품 믹스(비중)로 영업이익률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우려에서다.

16일 증권가와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의 올해 영업이익률이 10%대 중반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이 116조~118조원 사이, 영업이익은 17조~18조원 사이로 관측했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을 현대차증권은 15.5%, 삼성증권 14%, 메리츠증권이 11.9%로 내다봤다.



지난해 DS부문이 15조원에 육박하는 연간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완연한 흑자전환이다. 그러나 업계는 이같은 실적 반등이 곧 삼성전자 반도체의 '위기' 탈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HBM3(4세대), HBM3E(5세대)와 등 AI(인공지능) 열풍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고부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우위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 최고 사양 HBM은 HBM3E인데, 삼성전자는 HBM3와 HBM3E 모두 AI가속기 글로벌 점유율 1위인 엔비디아에 아직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즉 레거시 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단기적 성과에 머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세부적인 제품별 판매량을 밝히진 않았지만, 반대로 HBM3와 HBM3E를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경쟁사 영업이익률과 비교하면 이같은 추정은 더욱 뚜렷해진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29.7%(현대차증권), 32%(메리츠증권) 등으로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66조~67조원 사이, 영업이익은 20조~21조원 가량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의 현재 제품 전체 출하량의 대부분이 HBM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신속히 차세대 AI메모리 기업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 메모리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기존의 레거시 위주에서 고객 맞춤형 커스터마이즈드 시장으로 옮겨가며 시장 선점의 중요성이 커졌다. 고객사와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제품이 만들어지는만큼 초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메모리 기업들의 핵심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빅테크들이 AI에 말그대로 올인하며 AI메모리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지난달 TED컨퍼런스에서 AI기술 개발에 1000억달러(약 140조원) 이상을 쓸 것이라 밝혔다. 앞서 아마존 역시 AI데이터센터에 15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고, 오픈 AI와 MS는 AGI(인공일반지능)용 슈퍼컴퓨터 '스타게이트'에 100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범용 사이클이 길어도 5년 정도였다면, PC와 스마트폰 혁신은 10년 이상 지속됐다"고 예시를 들며 "AI 기술 혁신은 우리가 경험했던 어느 사이클보다 길게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신 HBM 경쟁자 대열에 최대한 빨리 합류해야 한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캐파(CAPA,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는 사이 쫓아가지 못하면, 단기적으론 몰라도 결국엔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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