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특강 노소영 "아는 척 해야 인간취급... 실망스럽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4.06.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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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사진=뉴시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서울대와 계명대에서 각각 특강을 한 소회를 전하며 두 대학 학생들의 가치관을 비교한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노 관장은 마음의 벽을 높이 쌓은 서울대생들에 실망했다고, 상대적으로 순수했던 계명대생들에 감동했다고 썼다.

노 관장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주 두 곳의 학교에서 특강을 했다"고 밝혔다. 계명대와 서울대다.



계명대에서 노 관장은 담당 교수로부터 "아이들이 주눅이 들어 있고 질문을 안 한다"는 말을 듣고 "대구까지 내려가 한두 놈이라도 깨워 놓고 오겠다고 각오(했다)"라고 썼다. 수업 전 총장실을 찾아간 노 관장은 본관 계단 중앙에 큰 백지 캔버스를 마주했다. 노 관장은 총장에게 tabula rasa(백지). 정체성과 관련되는 것 아닐까 넘겨짚었다고 했다. 그 순간 총장 얼굴이 환해졌다고.

50분 강연 후 노 관장은 40~50명쯤 되는 학생들에게 포스트잇을 나눠주고 질문이나 코멘트를 써내라고 했다. 노 관장은 한 장씩 읽어보고는 "감동이었다. 우선 순수했다"고 적었다.



특강에서 정체성에 관한 얘기를 했는데 진지한 고민이 묻어났다고. 특히 "관장님의 타불라 라서에는 어떤 그림이 있나요?"라는 질문도 있었다며 이 부분에 "허걱"이라고 썼다.

반대로 서울대 학부생들에는 실망했다고 했다. 이유는 진솔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가슴으로 말하려면 가드를 내려야 하는데, 이들은 잔뜩 경직돼 있었다"며 "뭔가 아는 척을 하지 않음 인간 취급 못 받는 것처럼 말하는데 학부생이 아는 척을 하면 금방 바닥이 보이지, 쯧"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노 관장은 "'바닥을 보여줬다. 몇몇 희생자들이 지나가니 아이들의 관심도가 급 높아졌다"고 적었다.


주임교수에게 실망스러웠다는 느낌을 얘기하자 이 교수는 "본인도 지방대에서 가르칠 때가 더 좋았다"고 호응했다.

노 관장은 "문제는 챗GPT 등 인공지능이 서울대 학부생들의 지능을 훨씬 넘어섰다. 교육시스템의 문제를 넘어 이제 교육의 목적 자체를 재고할 때"라며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은 정체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 그래야 오리지널(독창성)이 생기고, 그것만이 인간이 기계를 이길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노 관장은 서울대 공대 섬유공학과에 입학한 후 윌리엄앤드메리대학 경제학 학사, 스탠퍼드 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를 취득하고 시카고 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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