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2261만원, 이 약이 유일한 희망"…희귀병 앓는 딸·손녀 위한 청원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6.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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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리렉 개요/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웰리렉 개요/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웰리렉은 폰히펠린다우증후군(VHL) 환자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평생 먹어야 하는 약이 눈앞에 있어도 약값 때문에 감히 먹을 수가 없는 현실을 어찌 표현해야 할까요?"

1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VHL 환자 자녀를 둔 정 모 씨는 '폰히펠린다우증후군의 치료제인 MSD사 웰리렉의 보험급여 적용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돼 최근 5만531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번 청원은 제22대 국회가 열린 이후 희귀질환 치료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성립됐다. 국민동의청원은 국민이 입법시스템에 신청서를 작성하고 청원요건 검토, 국민 5만명의 동의를 얻어 성립되면 국회 해당 위원회로 회부된다. 이번 청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소위원회 심사, 전체위원회 의결을 한 후 본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정부로 이송하게 된다.

폰히펠린다우증후군은 3만6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병이다. 종양 억제 유전자(VHL)의 변이로 신장, 중추신경계 등 여러 장기에 악성 종양을 유발한다. 신장암 중 투명세포형 신세포암과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소수의 경우에는 암이 전이돼 신체 다른 부위로 퍼지기도 한다.



연도별 폰히펠린다우(VHL)증후군 발생자수/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연도별 폰히펠린다우(VHL)증후군 발생자수/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전 세계적으로 20만명, 미국에서 1만명가량이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관리청 희귀질환자 통계 연보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2019년 40명, 2020년 66명, 2021년 54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다.

또 폰히펠린다우증후군은 유전 질환으로 부모가 이 질환을 앓으면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에 달한다. 환자의 약 80%는 부모 중 한 명이 이미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일한 진단 방식은 유전자 검사다.

평생 악성 종양이 온몸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 환자들의 고통이 크다. 2021년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성인 폰히필렌다우증후군 환자의 신세포암, 췌장 신경 내분비 종양, 혈관 모세포종 치료제로 허가받은 웰리렉이 유일한 희망인 셈이다.


청원자는 "1991년생인 딸은 2020년 4월 뇌종양 진단을 받고 양성자 치료 25회를 받았다. 2021년엔 신장, 난소, 췌장, 부신의 갈색 세포종과 종양 발견으로 폰히필렌다우증후군 진단받았다"며 "현재 신장, 췌장, 폐의 전이된 종양을 치료하기 위해 임상 항암 중"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미 청력은 잃었고 고주파치료, 레이저치료, 항암을 진행하고 있다. 추가 수술도 고려하고 있다"며 "유일한 치료제는 하루 3알 복용하는 웰리렉으로 한 달(90알) 가격이 2261만원에 달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심사평가위원회에 보험급여 신청이 통과돼 보험적용을 받아 환자들이 약을 먹을 수 있고 병에 짓눌리지 않고 소소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며 "어린 손녀들도 제 딸에게 유전돼 진단받은 상태로 고통받는 자식을 둔 부모의 간절함으로 청원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웰리렉은 국내에서 지난해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급여엔 등재되지 않았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보험 급여 적용을 신청해둔 상황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환자분들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는지 저희도 잘 알고 있다"며 "하나뿐인 치료제이다 보니 접근성 향상에 있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회사 차원에서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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