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상암벌' 가득 채운 임영웅, 여전히 시급한 주제 파악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4.05.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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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물고기 뮤직/사진=물고기 뮤직


매 공연을 매진시키는 임영웅에게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제 파악이 필요하다'는 말이 뒤따랐다. 많은 관객이 몰릴 것이 뻔한 임영웅에겐 더욱 큰 콘서트장이 필요하다는 뜻을 담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상암벌에 입성한 임영웅의 공연을 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임영웅은 여전히 주제 파악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임영웅은 25일과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콘서트 'IM HERO - THE STADIUM'을 개최했다. 지난해 서울, 대구, 부산, 대전 등 21회 공연을 통해 22만 명을 동원했던 전국 투어의 마침표를 찍는 공연이다. '전국민 효도 전쟁'으로 불렸던 이번 콘서트는 이틀간 10만 관객과 함께하며 성대하게 펼쳐졌다.



/사진=물고기 뮤직/사진=물고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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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에게 주제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는 단연 팬덤일 것이다. 남성 솔로 가수가 5만 명 이상 규모의 스타디움을 꽉 채우는 경우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부터 얄궂은 봄비가 내렸지만, 영웅시대(임영웅 팬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연시작 30분 전 부터 비가 잦아들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고, 공연내내 오락가락하는 비는 편안한 관람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영웅시대는 변함없이 콘서트장을 지켰다.



공연장에 입장한 5만 명의 영웅시대 외에도 서울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는 수많은 팬들이 자리를 지켰다. 비록 영웅시대는 아닐지라도 부모님을 모시고 온 아들딸들 역시 경기장을 뚫고 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피튀기는 티켓팅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임영웅은 이보다 더 큰 공연장을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진=물고기 뮤직/사진=물고기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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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을 향한 영웅시대의 애정만큼이나 영웅시대를 향한 임영웅의 애정 역시 마찬가지다. 이날 임영웅은 관객 전원에게 무상으로 우비를 제공했다. 스스로는 "비오는 날을 좋아 한다", "마치 하늘이 특수효과를 준 것 같다"며 개의치 않아 했지만, 객석에 앉아 있는 관객들에게는 꾸준히 건강 상태를 물어봤다. 팬들을 향한 임영웅의 사랑은 콘서트의 구성에서도 느껴졌다. 경기장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2층 관객과 눈을 마주치기 위해 직접 열기구에 타는 모습이나 곧 추후 OTT를 통해 공개될 단편 영화의 일부분을 공개하는 등 볼거리도 풍성했다.


음악적으로도 '계단말고 엘리베이터', '소나기', '따라따라'같은 트로트, 보컬적인 측면이 강조된 '이제 나만 믿어요', '연애편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분위기를 띄워준 '돌아와요 부산항에', '어쩌다 마주친 그대'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쉴 새 없이 몰아쳤다. 이날 임영웅은 혼자서 30곡가량을 소화하며 진정한 무대 장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다채로운 장르와 구성으로 공연을 선보인 임영웅에게 더 큰 무대에서의 공연을 기대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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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임영웅이 상암 이상의 장소를 바라봐야 한다고 느낀 이유를 또 하나 덧붙이자면, 공연장을 대하는 태도다. 이번 상암 공연의 특징은 그라운드에 관객이 입장하지 않고 그라운드 밖으로 잔디를 침범하지 않는 4면을 두른 돌출무대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경기장의 잔디 훼손은 막으면서도 공연의 퀄리티는 높이겠다는 임영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실시간 무대 조립에 도전해 하기도 했다. 잔디가 최대한 오래 햇빛을 받을 수 있게 하고 반대로 물리적인 힘을 받는 시간은 최소화한 것이다. 프로젝터 맵핑천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색다른 미디어 아트로 만족도도 높이기도 했다. 지난해 4월 8일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에서 시축에 나섰을 때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던 임영웅은 본업을 하기 위해 1년 만에 돌아온 월드컵 경기장을 다시 한번 배려했다.

/사진=물고기 뮤직/사진=물고기 뮤직
다행히도 임영웅은 주제 파악과 관련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게 공연을 시작한 임영웅은 "1년 넘게 준비한 공연인데 두 번만 하고 끝난다는 게 아쉽다. 이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싶다"라면서도 "영웅시대의 한계는 어디인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더 큰 꿈을 펼쳐보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공연 막바지에도 "데뷔 후 2849일이 흘러 이 스타디움에 서 있는 것은 저의 힘이 아닌 여러분들의 힘"이라며 "여러분 덕분에 앞으로도 안주하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겠다"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주제 파악이 시급한 임영웅이 다음에는 어떤 공연장에서 영웅시대와 함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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