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속여 수천만원 생계급여 타낸 60대…대법 "재판 다시" 왜?

머니투데이 양윤우 기자 2024.05.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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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정부를 속여 수천만원의 생계급여를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국선변호인 선임을 요청했는데도 법원이 거부하고 판결한 것은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에 다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 김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에 돌려보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실혼 관계의 여성 배우자 재산을 숨기고 기초생활지원이 필요한 1인 가구처럼 속여 2018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정부로부터 생계·주거급여 2528만원을 타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배우자가 전남 순천에 소유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배우자 소유의 K9 차량을 이용하면서도 자신의 재산이 아닌 것처럼 지원급여를 신청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1·2심에서 사실혼 배우자가 아닌 단순 동거인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이 같은 아파트로 전입하고 주변에 서로를 배우자라고 지칭한 적이 있는 점, 휴대폰 전화 끝 4자리를 같이 쓴 점, 25차례에 걸쳐 동반 해외여행을 간 점 등을 토대로 이들이 사실혼 관계였다고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이 같은 범행은 진정한 수급권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기 위한 사회보장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이 수사기관에서부터 현재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가 2심 재판부에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했지만 재판부가 거절한 것을 두고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형사소송법 제33조 제2항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이나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피고인이 청구하면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형사소송규칙 제17조 제3항에 따르면 이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가 있는 때에는 지체없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해야 한다.

김씨는 1심 재판부에 자신이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재판부는 김씨를 위한 국선변호인을 선정했다. 김씨는 2심 재판부에도 수급권자라는 이유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해달라고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김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김씨만 법정에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한 끝에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1심 법원에 제출한 수급자 증명서 등의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기록상 이와 달리 판단할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해 변호인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해야 했다"며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위반해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도록 하지 못하는 결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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