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프로덕션이황](https://orgthumb.mt.co.kr/06/2024/05/2024052309567213404_1.jpg)
흔히 ‘록의 시대는 갔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시대가 저물었다고 장르 자체도 저물진 않는다. 장르는 그 자리에 있다. 다만 즐기는 사람들이 줄었을 뿐. 좋든 싫든 새로운 것만 좇는 힙스터가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나 취향이라는 걸 가지고 산다. 누구나가 가진 것이므로 취향은 각자가 다르게 마련이다. 시대에서 밀려난 장르들은 그런 다채로운 취향의 관심으로 연명된다. 그중 한결같은 취향을 고수해 온 사람이 있다 했을 때, 비주류 장르에게 그 사람의 관심은 의리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된다. 해외 중장년 스타 뮤지션들의 콘서트 장에 함께 늙어가는 팬들이 만원을 이루는 모습은 그래서 참 아름답고 한편으론 부러운 광경이다.
![사진=프로덕션이황](https://orgthumb.mt.co.kr/06/2024/05/2024052309567213404_2.jpg)
![사진=프로덕션이황](https://orgthumb.mt.co.kr/06/2024/05/2024052309567213404_3.jpg)
집단 피처링은 긍정으로 똘똘 뭉친 마지막 곡 ‘We shine’이라는 곡에서도 펼쳐진다. 이번에는 김경호를 동경해 온 팬들과의 콜라보로, ‘For 2000 Ad’와는 색다른 감동이 있다. 강약을 조절하며 한 걸음씩 내딛는 신작엔 ‘Going My Way’ 같은 브라스 디스코 록 트랙도 있어 듣는 맛을 돋운다. 아울러 ‘For 2000 Ad’와 같은 앨범에서 가져온 또 하나 셀프 리메이크 곡 ‘화인’은 원곡보다 키를 낮추었지만 무얼 불러도 강렬했던 세기말 김경호를 추억하게 해주고, 김태원을 흠모하는 차원에서 다시 부른 부활의 ‘비밀’은 슬럼프에 빠졌던 박완규를 부활시킨 곡의 힘을 김경호를 통해 재확인시켜준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비록 전성기는 지났지만 앨범 ‘THE ROCKER’는 우여곡절의 30년을 감당한 김경호가 ‘살아남은’ 지금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그 옛날 ‘마지막 기도’를, ‘금지된 사랑’과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을, ‘Shout’와 ‘Rock the Night’를, ‘나의 사랑 천상에서도’와 ‘아름답게 사랑하는 날까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라면 이 생존은 분명 남다른 감정을 갖게 할 터다. 그것은 또한 아이돌과 힙합, 트로트가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에서 록이 이대로 꺾일 순 없다는 시퍼런 반격이기도 하다. 90년대 얼트 록 넘버 ‘다시, Fly’의 가사처럼 “긴 어둠을 지나” 록이라는 장르가 한국 대중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갈 수 있도록 그의 긴 노력이 부디 헛되지 않길 빈다.
건강한 문화는 다양성을 먹고 자란다. 다양성이 질식된 곳에서 ‘선진 문화’란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