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국 동부 안후이성 푸양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AFPBBNews=뉴스1
고향에서 카페를 창업한 이후 자오의 생활은 안정적이고 여유로워 졌다. 고급 품종인 게이샤 원두로 만든 드립 커피를 한 잔에 60위안(약 1만1400원)에 판매하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 그는 "베이징에서 받던 월급보다 단둥에서의 수입이 훨씬 많다"며 "대도시에서의 생활을 포기했더니 선택지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베이징·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빠져나간 인구가 전역의 소도시로 유입되면서 식음료부터 영화관, 자동차 등 생활 산업 전반의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인재를 유치하려고 생활비·주택 등 각종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베이징에서 직장을 관두고 단둥으로 옮겨 커피숍을 창업한 자오샤오웨이씨/사진=블룸버그
중국 컨설팅업체 메트로데이터테크에 따르면 2023년 상하이·선전 등 주요 대도시의 인구는 매 분기 감소한 반면 소도시의 경우 인구 유입이 활발했다. 이는 중국 고등교육 컨설팅기업인 마이코스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2022년 대졸자 양성 품질 추적 및 평가 블루북' 자료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에 따르면 현급 소도시에 취업한 대졸자 비율은 2018년 20%에서 2022년 25%로 5%포인트 증가했다.
소도시 취업자의 59%가 졸업 5년 내에 현급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나머지 41%는 일정 기간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에서 근무하다 현급 도시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도시는 규모에 따라 중앙직할시와 성급, 지급, 현급, 향급 등으로 나뉜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테슬라 등 전기차 판매나 영화관 수익 등도 대도시보다 소도시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물량 가운데 소도시 비중은 지난 2021년 30.5%에서 올 2월말 현재 35.4%로 증가했다. KFC·피자헛 등을 운영하는 얌차이나홀딩스가 오는 2026년까지 중국 전역에 5000개 이상 매장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이 중 절반 이상은 중소 도시에 열기로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얌차이나홀딩스의 취추이룽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소도시 젊은이들은 고정 생활비용이 높지 않아 음식료를 즐길 예산이 충분하다"며 "이에 비해 대도시에 사는 젊은이들은 생활비 부담이 커 더 많은 돈을 벌어야 비슷한 수준의 외식 소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KFC·피자헛 등을 운영하는 얌차이나홀딩스가 오는 2026년까지 중국 전역에 5000개 이상 매장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이 중 절반 이상을 중소 도시에 열기로 한 것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사진은 중국 허난성 구시현에 문을 연 KFC 매장/사진=블룸버그
대도시에서보다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대졸자들이 소도시로 향하는 이유다. 2022년 기준 현급 도시의 하루 근로 시간은 7.2시간으로 공식 근로 시간인 8시간보다 짧다. 일은 덜 하지만 경제적으로 크게 부족하지 않은 점도 소도시로 인구가 유입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2022년 현재 현급 소도시 대졸자 평균 소득은 월 5377위안(약 103만원)으로 전국 평균 월소득 6000위안(약 114만원)과 큰 차이가 없다.
대도시 직장인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하는 이른바 '996' 문화를 수용해야 하는 반면 소도시 직장에선 경쟁이나 압박이 덜한 점도 만족도가 높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중국 지방 정부들이 인재 유치를 위해 생활 보조금, 임대주택 제공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청년들의 소도시 이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급 도시에서 일하는 대졸자의 40%는 정부·연구소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전국 평균(22%)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