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안 또 퇴짜… 국정기획위, '밀어붙이기'식 압박 문제없나

머니투데이 임지수 기자, 김세관 기자 2017.06.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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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업무보고에 "미흡했다" 퇴짜… 수년간 중장기 로드맵 필요한 사안에 '수일내 결론' 압박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기획위)의 통신비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보고한 통신비 인하방안에 또다시 퇴짜를 놨다. 법적 근거 없이 마련했던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 공약에 대해 밀어붙이기식 압박이 이어지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위의 일방적인 소통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부 보고에 국정기획위 또다시 퇴짜=국정기획위 경제2분과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미래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방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추가 협의를 갖기로 했다.

이날 미래부 보고는 지난 8일 대통령이 임명한 김용수 미래부 제2차관이 직접 브리핑했다. 이개호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미래부가 굉장히 고심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국민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을 정도에는 미흡했다"며 "한 번 더 협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국정기획위 경제2분과에서 통신비 인하를 담당했던 최민희 위원의 업무보고 보이콧 선언 이후 미래부는 통신비 인하 방안 보완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직접 이해당사자인 이통사로부터 의견을 듣는 한편, 보다 진전된 대안을 업계 스스로 마련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통사들은 여러 대안들을 제시했지만, 핵심쟁점인 기본료 폐지나 그에 상응하는 통신비 인하 등에 대해서는 기업 경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당장 이렇다 할 구체 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가 후속 대책안에 대해 미흡했다고 본 것도 이 때문이다.

◇무리한 공약 밀어붙이기 방식 문제없나=일부 정치권과 업계에선 전기통신사업법 등 현행법을 비춰 법적 근거없이 마련된 공약을 국정기획위가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면서 사안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동통신 기본료 폐지는 헌법(37조 2항)에 명시된 기업 재산권 행사 제한에 해당할 수 있다. 때문에 이를 위한 법 개정 여부가 여의치 않다. 공약 실현을 위해선 통신사들이 스스로 가격정책을 바꿔야 하지만 적자전환 등 경영환경 변화가 불가피해 주주 설득 과정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통신비 인하 정책이 수년간의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사안임에도 수일 내 구체적인 결론을 내달라는 국정기획위 요구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국정기획위의 일방적인 소통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이 위원장은 미래부 보고 직전 모두 발언에서 "과거 정부처럼 일방적인 지시, 강요가 아니라 소통을 통해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국정기획위가 주로 소통한 주체는 시민단체들이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9일 10개 시민단체들과 통신비 간담회를 진행한 뒤 정책 제안 등 의견을 수렴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2G와 3G를 포함한 단계적 기본료 폐지 방안이 나왔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여러가지 안을 포함해 보편적 통신비 인하를 추구하는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시민단체들은 2G, 3G 기본료 우선 폐지 등 단계적 기본료 폐지안보다 국민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통신비 인하정책을 제안했다. 이에 국정기획위가 2G, 3G 기본료 폐지 뿐 아니라 4G인 LTE 요금제 인하 방안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3사 독과점 구조로 자발적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 증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 이 위원장의 발언도 그간 일부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왔던 인식과 괘를 같이한다.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혼났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의사를 존중했지만 정작 통신비 가격 결정 주체인 이통사의 의견수렴은 미래부가 대행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미래부를 통한 간접 의견 표명에 대해서는 '누구를 위한 미래부냐'며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시민단체들이 제안하기도 했지만 통신사를 비롯한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통신비 논의기구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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