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폐지한 '검사동일체'…검사들 인정 않는 이유?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2.0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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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폐지한 '검사동일체'…검사들 인정 않는 이유?



"검사의 직무상 독립성 및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의 원칙을 폐지하고, 검찰 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는 등 현행 규정의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임"

2003년 11월8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의 '검찰청법' 개정안의 '제안이유'다. 이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직접 읽은 건 판사 출신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었다.



◇노무현 정부, 검찰청법 개정안에 '검사동일체 폐지' 명시

당시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한다는 개정 목적을 분명히 국회 제출 법률개정안에 적시했다.



'검사동일체 원칙'의 개념 혹은 정의에 대해선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다. 2003년 12월 정부제출 검찰청법 개정안을 검토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심사보고서에 '검사동일체의 원칙 삭제'라는 항목에서 그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단독제의 관청인 검사는 검찰권행사의 공정성 및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검찰조직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이라며 "그 원칙이 검찰조직 운영의 근간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상명하복관계', '직무승계·이전권' 등이 주요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신임검사 임관식을 마친 후 신임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2.3/뉴스1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신임검사 임관식을 마친 후 신임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2.3/뉴스1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화성인·금성인' 만큼 먼 인식의 차이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각각 참석한 행사 인사말로 '검사동일체 원칙'을 두고 서로 배치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추 장관은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동일체 원칙은 15년 전 법전에서 사라졌지만, 검찰조직 내 아직도 상명하복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고 했다. 반면 윤 총장은"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입각해 운영되는 조직이므로 책상이 바뀌더라도 본질적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둘의 발언을 분해하면 첫번째 '검사동일체 원칙'이 법에서 폐지 혹은 삭제됐느냐에서 의견 대립이 있을 수 있고, 두번째론 검찰은 여전히 검사동일체 원칙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냐에 대해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의견이 다른 근본 원인은 궁극적으론 양측이 '검사동일체 원칙'의 '개념'에 대해 서로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입검사신고식에 참석에서 신입 검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2020.2.3/뉴스1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입검사신고식에 참석에서 신입 검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검찰청 제공) 2020.2.3/뉴스1
◇노무현 정부의 거의 유일한 검찰개혁 성과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노무현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금에야 실행에 옮겨진 여러 사법·검찰개혁 조치들을 집권 초기부터 중점과제로 삼아 추진한 바 있다.

전반적인 검찰개혁에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지만, 딱 하나 그나마 바꿨다고 할 만한 게 바로 '검사동일체 원칙'의 폐지다. 당시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알 수 있듯, 노무현 정부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검찰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보고 이걸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는 검사 개인이 상급자의 지휘·감독에는 따르되 정당하지 않은 경우엔 이의 제기를 할 수 있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을 원했고 실제로 국회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래서 검찰청법 제7조에 써 있던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삭제됐고, '상사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말도 빠졌다. 각각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 그리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관의 지휘·감독에 따른다'로 바뀌었다.

여기에 제7조 제2항으로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한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추가해 부하 검사가 상사에게 이의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새로 부여했다.

법전문가들에 따르면 법을 개정할 때는 그 취지가 가장 중요하다. 노무현 정부의 검찰청법 제7조 개정 취지는 국회에 개정안을 낼 때부터 명확하게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라고 적혀 있었다.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 받아 들이지 않는 검사들

한편 대체로 검사 출신 법조인들과 현직 검사들은 2003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04년 1월20일 공포된 이 검찰청법 제7조 개정에 대해 '검찰동일체 원칙 폐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검사 직무의 '위임·이전·승계' 관련 조항이 제7조의 2에 남아 있어 검사동일체 원칙의 핵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문구 자체는 사라졌고 완화됐지만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법사위 심사보고서에서 전문위원이 지적했듯 '검사동일체 원칙'의 주 내용을 '상명하복관계', '직무승계·이전권' 이었다고 본다면 '상명하복관계'는 노무현 정부가 없앴고, '직무승계·이전권'은 남겨둔 셈이다.

이를 해석함에 있어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각자의 발언을 통해 철저히 다름을 드러냈다. '직무승계·이전권'을 어떻게 보느냐가 핵심이다.
2003년 11월8일 국회에 제출된 노무현 정부 검찰청법 개정안 중 제7조.2003년 11월8일 국회에 제출된 노무현 정부 검찰청법 개정안 중 제7조.
◇검사의 '직무승계·이전권' 존속이 '검사동일체 원칙' 근거되나?

검사가 직무를 맡다가 다른 검사에게 맡을 수 있도록 한 이 조항이 '검사동일체 원칙'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근거가 될까.

그렇다면 개정 주체였던 노무현 정부의 당시 입장으로 돌아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직무승계·이전권'을 제7조의 2로 이동시켜 유지시키는 개정안을 국회에 내면서 이걸 '검사동일체 원칙'의 '존속'으로 여겼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직무승계·이전권'이 그대로 검찰청법에 남은 건 '검사동일체 원칙'을 계속 검찰 스스로 지켜가란 취지는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가 없애고 싶었던 것은 검사들이 스스로 '동일체'임을 강조하며 '상명하복'을 비판적 사고없이 받아들이고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따르려는 '관성'이었다. 사건을 맡다 교체되면 다른 검사가 이어받아서 수사를 하고 공소 유지를 하는 것까지 하지 말란 것은 아니었다. 즉 검찰이라는 '조직'의 실체와 조직 운영에서의 편의상 지휘·감독권을 인정해줬다.

그런데 검사들 혹은 검사 출신 법조인들은 '직무승계·이전권'이 그대로 조항에 남았으므로 '검사동일체 원칙'은 존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 장관 윤 총장, 둘 다 '틀린 말' 한 건 없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행사 발언은 둘 다 틀린 말이 아니다. 추 장관은 '상명하복'이 15년전 개정으로 사라져야하는 데도 여전히 검찰 내 문화에 존속함을 지적했다. 반면 윤 총장은 '책상이 바뀌더라도 본질적 책무는 바뀌는 것이 없다'며 '직무승계·이전권' 측면에서의 검사들의 동일체 의식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검사동일체 원칙'은 노무현 정부에서 폐지한 것은 맞다. 다만 검사들은 여전히 '폐지'라고는 받아들이진 않는다. 그리고 직무 특성상 판사와는 다르게 직무 연속성을 위해 '조직'이 '한 몸(동일체)'이란 점을 교육훈련 받고 그걸 원칙 삼아 일하던 검사들은 '검사동일체 원칙'을 다르게 본다. 검찰 조직만의 특유의 '검사동일체 원칙'에 대한 개념이해가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선 심지어 검사들과 판사·변호사를 비롯한 나머지 법조인의 인식 차가 있을 수 있다.
한 법조인은 "개혁대상으로 몰리고 있는 검사들이 수십년 간 지켜온 자신들의 전통으로 볼 수 있는 '검사동일체 원칙'을 지키고자 하는 것은 '종묘사직'을 지키려던 조선 왕조와 유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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