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무시하는 행위" 클린스만 '경질 눈앞', 역대급 태업+무능한 감독의 말로[축구회관 현장]

신문로(축구회관)=박건도 기자  |  2024.02.15 17:51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스1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스1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는 감독 경질로 의견을 모았다.


황보관(59) 기술위원장은 15일 오전 11시 서울시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열린 2024 제1차 전력강화위원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전력강화위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60) 감독을 경질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였다. 정몽규(63) 회장에게 보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전력강화위도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에 등을 돌렸다. KFA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임원 회의는 다음 주 중 있을 예정이다. 그때 클린스만 감독의 정확한 거취가 결정 날 듯하다. 클린스만 감독의 최초 계약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까지다.

당초 오후 2시로 발표됐던 전력강화위 브리핑은 계속 미뤄졌다. 오전 11시에 시작된 회의 내용은 약 5시간 만인 오후 4시가 넘어서야 공개됐다.

클린스만 경질론이 대두된 이유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탈락 여파뿐만이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지 약 1년이 됐다. 황보관 위원장은 "재임 기간 중 선수 선발에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양한 선수를 보고 발굴하려는 의지도 부족했다는 의견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감독의 실제 행보를 보면 그렇다. 클린스만 감독은 재임 기간 중 대부분 시간을 해외에서 보냈다. 자택이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향하거나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망),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등 해외에서 활약 중인 주요 선수들을 파악한다는 핑계로 자리를 비웠다. 해외 스포츠 매체인 'ESPN' 패널로도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황보관 위원장은 "국내 체류 기간이 적었다. 국민을 무시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됐는데, 이번에는 근무 태도 논란이 터진 상황이었다"라고 짚었다.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15일 2024년 첫 전력강화위원회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 선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15일 2024년 첫 전력강화위원회가 끝난 뒤 취재진 앞에 선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게다가 최근 대표팀 내 선수 간 다툼 논란마저 불거졌다. KFA 관계자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손흥민과 이강인의 '탁구 논란'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황보관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도 직접 이야기했다. 선수단 내 불화가 있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라며 "해당 사항에 대해 아직 자세하게 파악 중이다.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선수단 불화) 때문에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고도 했다. 전술적인 문제는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단순 경기뿐만이 아닌 선수단 분위기를 잡는 것도 감독의 당연한 역할이다.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는 게 전력강화위의 설명이다. 황보관 위원장은 "지도자로서 팀 규율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단 불화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아시안컵 실패 원인으로 황보관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이)직접 얘기했다. 선수단에서 불화가 있었다. 감독도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라며 "(선수단 징계) 이 자리에서 말할 상황은 아니다. 진상 조사를 하고 있다. 대표팀 운영 관련은 감독의 무한 책임이다"라고 설명했다.

준결승전 요르단과 경기 참패에 대한 책임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은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요르단과 2-2로 비겼다. 4강에서 두 번째 맞대결을 펼쳤지만, 유효 슈팅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다. 황보관 위원장은 "아시안컵에서 두 번째로 만난 요르단을 상대로 전술적인 준비도 부족했다는 의견이 모였다"라고 전력강화위의 분석을 전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황보관 전력강화위원장. /사진제공=뉴스1
심지어 2024년 첫 전력강화위원회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아시안컵 탈락 후 인천국제공항을 찾았지만, 지난 10일 이미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급한 불도 꺼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오는 3월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태국과 2연전을 치른다. 마이클 뮐러(59) 위원장, 정재권 위원(54·한양대 감독), 곽효범 위원(인하대학교 교수), 김영근 위원(46·경남FC 스카우터), 송주희 위원(47·경주한수원 감독)이 참석했다. 조성환 위원(54·인천 유나이티드 감독)과 최윤겸 위원(62·청주FC 감독), 박태하 위원(56·포항 스틸러스 감독)는 화상 회의에 임했다.

약 1년 전 출항한 클린스만호의 결과는 대실패다. 비록 파울루 벤투(55·현 아랍에미리트) 감독 재임 시절인 2019 아시안컵(8강)보다 표면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는 하나, 결과나 내용적으로는 최악이었다. 벤투 감독은 단 4개월 만에 첫 메이저 대회에 나섰다. 클린스만 감독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약 1년간 팀을 다듬을 만했다.

지금껏 클린스만호의 성적은 8승 6무 3패다. 클린스만호는 출항 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다(3무 2패). 벤투호 색채가 남아있었던 지난해 3월 친선경기 2연전에서는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데뷔전에서 벤투호 시절 선수들을 대거 발탁했다. 지휘봉을 잡은 뒤 시간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화상 회의에 참석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시스 화상 회의에 참석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시스
부임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과 아시아 축구를 공부하겠다. 여러 국가대표팀과 클럽에서 경험을 쌓았다"라고 공언했다. 초기에는 약속을 지키는 듯했다. K리그1 FC서울의 홈 경기장을 찾기도 했다. 오래가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해외 리거들을 보거나 유럽축구연맹(UEFA) 행사 현장, 해외 매체 패널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여념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색을 입힌 6월 평가전부터 졸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FIFA 랭킹상으로도 몇 수 아래인 엘살바도르와 경기에서도 무승부를 기록했다. 페루와 6월 첫 친선경기에서는 0-1로 졌다. 몇 달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맡고도 한국 선수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듯했다. 제 포지션에 맞지 않는 선수들을 기용하기도 했다. 이는 대표팀의 졸전으로 이어졌다.

영국에서 치러진 9월 평가전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클린스만호의 색깔은 보이지 않았다. 선수 시절 레전드 스트라이커로 통하는 클린스만 감독은 '공격 축구'를 선언했지만, 골은커녕 좀처럼 슈팅도 나오지 않았다. 가레스 베일(은퇴)이 없었던 웨일스를 상대로 슈팅을 4번밖에 시도하지 못하는 등 고전했다. 오히려 웨일스가 경기를 주도했다. 로베르트 만치니(60) 감독이 갓 부임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는 1-0으로 간신히 이겼다. 클린스만호의 첫 승리였다. 승전고를 울리는 데 약 7개월이 걸렸다.

9월 평가전에서는 튀니지와 베트남을 차례로 만났다. 평가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은 가운데 한국 대표팀은 모처럼 대승을 거뒀다. 실제로 한국과 전력상으로도 몇 수 차이가 났다. 한국은 별다른 위기 상황도 없이 상대를 손쉽게 눌렀다. 11월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두 경기에서도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자신감 넘치는 발언을 이어갔다.

예방주사를 덜 맞은 듯 한국은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첫 메이저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바레인과 첫 경기에서는 이강인의 멀티골에 힘입어 이겼다고는 하나, 2차전 요르단전 2-2 무승부, 특히 3차전 말레이시아와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3-3으로 비기며 한국 팬들의 공분을 샀다. 해외 유력지 '디 애슬레틱'과 'ESPN' 등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클린스만 감독의 자국 매체인 '스포르트1'도 클린스만의 전술에 의문을 표했다.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한 마이클 뮐러 및 위원들. /사진제공=뉴스1 전력강화위원회에 참석한 마이클 뮐러 및 위원들. /사진제공=뉴스1
15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에 화상으로 참가한 클린스만 감독(가운데).  /사진제공=뉴스1 15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에 화상으로 참가한 클린스만 감독(가운데). /사진제공=뉴스1
토너먼트도 부진의 연속이었다. 클린스만호는 90분 내에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는 0-1로 끌려가다 후반 막바지 간신히 득점하며 패배를 면했다. 승부차기 끝에 이기며 체면치레를 했다. 호주와 경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동점골을 넣고 연장전 손흥민의 프리킥 결승골로 4강 문턱까지 밟았다. 대회 내내 클린스만 감독의 플랜A가 흔들렸다. 선수들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성향은 짙었다.

와중에 K리그 현장 경험이 부족했던 탓인지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 내내 불안점으로 대두됐던 수비라인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박진섭(29·전북현대)은 경기 막바지 교체투입 되는 데 그쳤고, 이순민(30·대전하나시티즌)은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벤투호 핵심 레프트백 김진수(32·전북)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늘어만 갔다.

기어이 일이 터졌다. 요르단과 대회 두 번째 경기인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역대급 졸전을 펼쳤다. 유효 슈팅은 단 한 번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너졌다. 외신도 '대참사'라며 한국의 패배에 적잖은 충격을 표했다. 여전히 클린스만 감독은 여유로웠다. 요르단과 경기 후 미소를 짓거나 인천국제공항 입국 후에도 활짝 웃으며 한국 취재진 앞에 섰다.

뻔뻔한 태도를 고수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미 해외로 떴다. 참사로 불리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의중은 바뀌지 않았다. 전력강화위마저 확실히 선을 그었다. 경질로 의견을 모았고,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무능하고 게으른 감독의 말로는 경질이 될 듯하다. KFA 관계자에 따르면 다음 주 중 임원 회의가 있을 예정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직접 추진한 정몽규 회장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클린스만 즉각 경질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축구협회 개혁의 시작, 정몽규와 관계자들 일괄 사퇴하라' 현수막. /사진=박건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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