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우 심장인수한 대우證 자금부장 출신 CEO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8.09.12 17:22

NH證 서울스퀘어 1조원에 인수…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대우 인연 눈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제공=NH투자증권
서울의 관문, 서울역을 나서면 우뚝 솟아 있는 25층짜리 갈색건물이 제일 먼저 보인다. 한때 한국경제 압축성장의 상징으로 불렸던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빌딩)이다. 김우중 회장이 세계경영을 기치로 내건 이후 이 건물은 대우그룹의 심장의 역할을 했다. 가장 먼저 불이 켜지고 가장 늦게 꺼지는 건물로 유명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후 대우그룹이 몰락하면서 주인이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바뀌었고, 2007년 모건스탠리로 다시 넘어갔다. 모건스탠리는 서울스퀘어를 9600억원에 인수했지만 공실률 관리에 실패해 손실을 감수하고 팔았다. 현재 서울스퀘어 건물주는 싱가포르계 투자회사 알파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로 2011년 모건스탠리로부터 8000억원에 매입했다.

이제 이 건물 주인은 NH투자증권이 된다. NH투자증권은 12일 서울스퀘어 매수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의 매수 제안가격은 1조원이고 11월까지 거래를 마칠 계획이다.

거래를 주도한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대우와의 인연도 새삼 회자된다. 정 사장의 첫 직장이 대우증권이다. 정 사장은 1988년 대우그룹에 입사해 종합상사로 가려고 했지만 기대와 달리 대우증권으로 배정받았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증권업의 매력을 느꼈고, 능력을 인정받아 1997년 대우증권 자금부장에 발탁됐다. 덕분에 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겪었다고 한다.

정 사장은 "대우증권 자금부장 당시에는 민간기업의 부장이었지만 금융당국 수장, 재무부 고위관료 등과 소통하며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는 일을 했다"며 "자본시장의 거시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추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


결국 대우그룹은 망했지만 대우증권은 살아남았다. 정 사장은 대우증권이 외환위기를 넘기는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5년 회사를 옮기기 전까지 기획본부장, IB(투자은행) 본부장을 거쳤다. 이후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겨 IB본부를 이끌었고, 지난 3월 NH투자증권 수장에 올랐다.

정 사장은 공격적으로 IB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여의도 파크원(Parc1), 1조원이 넘는 여의도MBC 부지 개발사업, 7000억원에 이르는 삼성물산 서초사옥 인수와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한편, 1980년대 대우증권은 대학을 갓 졸업한 젊고 우수한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나 다름없었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대우증권에 입사했던 인재들이 아직도 금융시장 곳곳에 포진해 했다. 정 사장 외에도 손복조 토러스투자증권 회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등이 대표적인 대우맨이다.

대우증권 자금부장 출신이 옛 대우의 심장을 되사는 스토리는 대우는 몰락했지만 수많은 대우맨은 남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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