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쿤 교수를 시작으로 이날 6시간여 동안 통역 없이 진행된 AI 대가들의 강연에 업계 전문가와 학계 관계자들은 한마디라도 놓칠 새라 귀를 쫑긋 세웠다. 인상적인 발표가 나올 때마다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누르거나 아예 강연 전체를 녹음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9월에 이어 1년만에 열린 삼성 AI포럼 현장은 미래세대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AI에 대한 국내외의 뜨거운 관심과 삼성의 기술주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지난해 미국 뉴욕 행사에 아쉬움을 곱씹던 국내 전문가들의 신청이 몰리면서 접수 사흘만에 신청자가 예상 인원의 5배를 넘어섰다고 삼성전자는 밝혔다. 삼성전자는 참석자가 늘자 별도의 장소에 중계실까지 마련했다.
5명의 글로벌 석학이 나선 첫날 강연에서 가장 많이 들린 단어는 '딥러닝'이었다. 포럼 첫 강연자로 나선 르쿤 교수도 기존 AI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자기지도학습(Self-Supervised Learning)을 제안했다.
자기지도학습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변 상황과 조건까지 예측, 인지하도록 하는 학습법을 뜻한다. 이를테면 "존이 서류가방을 들고 회의실에서 나간다"라는 말을 들으면 존이 회사원이라거나 근무 중이라는 등의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르쿤 교수는 "AI가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변 조건이나 배경까지 예측, 인지하게 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막대한 배경지식을 쌓게 될 것"이라며 "이런 단계까지 나가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야 '진짜 AI'(real AI)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AI 리서치(FAIR)를 이끌고 있는 르쿤 교수는 페이스북의 번역 알고리즘에 쓰인 컨볼루션 신경망(CNN, convolutional neural networks)도 소개했다. 페이스북이 사진을 보고 어떤 사진인지 인식해 음성으로 설명하는 게 CNN 알고리즘 덕분이다. 페이스북은 이 알고리즘을 활용해 지난해 기존 AI 번역 프로그램보다 9배 빠른 번역 시스템을 선보였다.
르쿤 교수와 함께 4대 석학으로 불리는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2년째 연단에 올랐다. 그는 'SGD(확률적 기울기 강하, AI 학습과 훈련 방법 중 하나) 기반 학습 기법이 최적화와 일반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해 청중의 관심을 끌었다.
조엘 피노 맥길대 교수(강화학습), 애런 쿠르빌 몬트리올대 교수(신경망을 이용한 상호정보량 측정), 양은호 카이스트 교수(머신러닝을 활용한 정밀의료) 등도 강연자로 나섰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석학을 한국 무대에 섭외하기 위해 수개월에 걸쳐 삼성전자의 AI 비전을 설명하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행사를 일반에 공개한 것은 단순히 최신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삼성전자의 전략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학계와 업계의 전문가들이 만나 혁신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 6곳에 AI 거점을 나눠 설립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과거 방식대로라면 'AI 컨트롤타워를 한곳에 모아 집중 연구를 주문하겠지만 전세계 곳곳의 인재를 최대한 확보해 성장동력을 찾고 업계 전체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판단 아래 인재들이 원하는 연구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별 센터를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AI를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연구 역량을 대폭 강화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앞으로도 AI 선행 연구를 이어가고 우수 인재를 확보할 계획이다.
13일까지 이틀 동안 열리는 포럼 이틀차엔 최근 부사장급으로 영입한 세바스찬 승 프린스턴대 교수와 신시아 브리질 MIT 교수 등이 각각 '현대적 관점에서의 컴퓨터와 뇌', '소셜로봇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삶' 등을 주제로 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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