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힘'을 아무리 눌러도… "세계는 가짜버튼 천국"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9.12 15:53

엘리베이터·신호등 등에 작동 안 하는 버튼 많아…
"내가 통제한다" 생각에 행복감·인내심 증대 효과

/사진=Flickr.
횡단보도 '보행' 버튼,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 호텔방 안의 온도조절기까지…. 아무리 눌러도 바뀌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든 적 있다면? 착각이 아니라 원래 작동이 안 되는 것일지 모른다. 전세계는 지금 '가짜 버튼'의 천국이라고 최근 CNN이 보도했다.

미국에는 횡단보도에 보행 버튼이 설치돼 있다. 길을 건너고 싶은 사람이 빨리 보행 신호를 켜달라고 누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작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 먹통이 된 버튼은 점점 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뉴욕시에 위치한 4000여개 이상의 보행 버튼 중 실제로 작동하는 비중은 2004년 23%에서 현재 10%까지 줄었다.

뉴욕 시내 보행 버튼은 20년 전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 때 처음 등장했다. 무단횡단을 줄이기 위해 지나가는 차가 별로 없을 때 보행 신호가 작동하도록 설치한 것이다. 하지만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보행자의 요구를 맞춰주는 게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됐다. 게다가 교통 흐름에 따라 자동으로 신호를 조절하는 기술이 나오면서 '가짜 버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가짜 보행 버튼은 미국 보스턴, 시애틀, 댈러스부터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등 전세계 주요도시에 있다. 영국 런던에서도 6000개 넘는 횡단보도 중 보행 버튼이 작동하는 것은 10% 남짓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시는 모든 보행 버튼이 먹통이다.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도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미국 내 엘리베이터들은 닫힘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문이 빨리 닫히지 않는다. 영국에서도 80%가 이렇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 안전하게 엘리베이터를 타는 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닫힘 버튼을 없애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문이 빨리 닫히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호텔방이나 사무실 벽에 부착된 온도조절기도 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다. ABC뉴스에 따르면 미국 약 72%의 영업장들이 가짜 온도조절기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짜 버튼이 있는 이유는 '통제의 환상'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지만 이를 누름으로써 스스로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껴 불법행위가 줄고 만족감이 올라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가짜 버튼을 '플라시보 버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가짜 온도조절기를 통해 영업장 내 온도 관련 민원이 75% 가까이 줄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엘런 랭거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통제의 환상은 사람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웰빙을 증진시키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사람들이 뭔가가 통제할 수 없다고 여기면 우울감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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