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린벨트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8.09.12 03:45
"지금 서울시와 실무적인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협의가 진척되지 않는다는 관측은 사실과 다르니 조금 더 지켜봐주십시오."

신혼희망타운 조성을 위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안건에 대해 지난 7월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한 말이다. 해당 직원은 "수요 확인처럼 지역과 협의를 해서 풀어나가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신혼희망타운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 등 관련 안건 사업 협력을 위한 MOU(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다만 국토부와 서울시간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진다. 국토부는 비공개 실무 회의나 공식 행사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협의에 돌입했다고 생각하지만 서울시의 생각은 다른 듯 하다.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정부의 공식 협조 요청이 온다면 신중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최근에야 밝혔다. 정치적 수사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정부 주도의 협의가 일방적 소통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린벨트 해제처럼 주민 이해관계가 크게 얽힌 사안은 충분한 협의와 소통의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단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간 도시계획 차원의 협의 뿐 아니라 해제 지역 주민들의 생계에 미칠 영향도 신중히 점검되어야 한다.

일례로 신혼희망타운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 해제설이 도는 지역 주민들은 현재 천국과 지옥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린벨트 해제를 계기로 개발에 대한 벅찬 기대감을 갖는 토지 소유주가 있는가 하면 땅을 빌려 꽃 등 화훼 작물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나아가 그린벨트 해제에만 연연할 필요도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업추진이 어려워졌지만 재건축은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다.

공급 창구가 줄어든 여건에서 기반시설이 부족한 그린벨트를 얼마간 푸는 것이 집값 안정화를 위한 최선책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저가 분양에 따라 과도한 청약 열기가 고조되고, 투기 세력이 유입될 소지도 있다. 정부 과제인 집값 안정와 미래자산인 녹지의 보존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공론의 장에서 진정한 협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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