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소리 없는 암살자' 알레르기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 2018.09.09 05:01

[알러지를 알려주마-②]복합적 요인에 의해 발생, 근본적 치료 어려워…방치하면 사망할수도

편집자주 | 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사진=이미지투데이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아침저녁 공기도 제법 서늘하다. 요즘 같은 때 남들보다 계절의 변화를 남들보다 빨리 알아채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인 A씨(30)는 "지난주부터 코가 막히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재채기를 달고 산다"며 "코가 반응하는 걸 보니 가을이 정말 왔구나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알레르기(allergy)는 그리스어인 'allos'(다른)와 'ergos'(반응)의 합성어다. 어원 그대로 '다르게 반응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사람에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물질(자극)이 특정 사람에게 비정상적으로 과민성 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다.

알레르기는 주로 두드러기, 가려움, 콧물, 기침 등 면역체계의 이상 반응으로 나타난다. 천식, 비염, 아토피피부염, 약물 알레르기 등이 면역학적 기전에 의해 일어나는 대표적 알레르기 질환이다.

<가로선>'가렵고 코 막히고'…삶의 질 낮추는 알레르기, 왜 생기는 걸까?

알레르기는 기본적으로 면역 기능 문제로 발생하지만 원인은 복합적이다. 유전적인 요인, 원인 물질 노출 정도,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유전적 요인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40%, 양쪽 모두 알레르기 질환이 있을 때는 70%의 확률로 자녀에게 알레르기 질환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유전인자를 갖고 있어도 외부 환경에 따라 알레르기 증상 발현 여부나 강도가 달라진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과 감기, 흡연, 공기 오염, 황사 등 악화 요인이 있다.
최근 주거·식생활 등 생활환경의 변화로 알레르기 악화요인이 늘고 있다. 미세먼지 등 심해지는 환경오염, 서구화돼 가는 식습관 등으로 알레르기 질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1998년 1.2%에 불과했던 알레르기성 비염의 유병률은 2016년 15.3%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가렵기밖에 더하겠어?"…방심하다 큰코 다친다



원인 물질이 많은 탓에 알레르기 증상을 겪으면서도 자신이 알레르기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은 항원 또는 알레르겐(allergen)이라 말한다. 알레르겐 종류는 약물, 음식물, 동물 털, 꽃가루, 화학물질 등 다양하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겪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이 '식품 알레르기'다. 식품 알레르기란 일반적으로 해롭지 않은 식품에 대해 몸의 면역계가 과민반응을 나타내면서 음식을 섭취한 후에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식품 알레르기는 대개 가려움, 피로, 두통, 두드러기 등의 가벼운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치기 쉽다. 직장인 B씨(26)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에야 알게 됐다"며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목이 간질거렸는데 원래 그런 과일이라 다른 사람도 다 간지러운 줄 알았다"고 전했다.

증상이 약하다고 해서 알레르기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알레르기는 방치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위험한 질환이다. 특히 중증 알레르기 쇼크인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아나필락시스는 원인 물질에 노출된 후 전신 알레르기 반응이 급격히 일어나는 증상이다. 알레르기 물질에 노출되면 입안 혹은 얼굴이 붓고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긴다. 호흡이 가쁘고 숨소리가 거칠어지거나 혈압이 떨어져 실신할 수도 있다.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제로 지난 6월 한의원에서 봉침 치료를 받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아나플락시스 반응을 일으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한 교사는 사전 알레르기 반응 검사 없이 봉침 시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원인은 벌·개미 등 곤충 독, 음식물, 약물 등이다. 식품의 경우 연령 별로 주요 유발 원인이 다르다. 영유아는 우유와 달걀 등이, 그 외 연령대는 땅콩이나 잣, 호두 같은 견과류, 새우와 같은 해산물 등이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알레르기, 즐길 수 없다면 피하라



알레르기를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이다. 이를 위해서는 증상을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피부반응 검사, 알레르기 유발 검사, 콧물이나 혈액 세포검사 등을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가장 정확한 진단방법은 피부반응 검사다. 피부반응 검사는 원인 항원을 피부에 바르거나 주입해 그 부위가 붉어지거나 부풀어 오르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정확도가 높고 반응을 즉각적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피부질환이 있거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시행할 수 없다.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다양한 항원을 검사하기도 힘들다.

피부반응검사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는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는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지만 객관적이고 간편해 선호되는 방법이다.

검사 후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알레르기 질환을 완치할 근본적인 치료법이 없어서다. 지속적으로 항원에 노출시켜 면역력을 올리는 치료법도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약물치료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히는 데 그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알레르기 질환은 모든 연령층이 지속적으로 예방 및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영·유아기부터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한 노출을 회피하는 등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적정한 예방이 이뤄지지 않으면 성인이 되면서 아토피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알레르기 행진'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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