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삼성·현대차 vs GDP 비교 3가지 오류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 2018.09.05 19:17
편집자주 | 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편집자주
때만 되면 나오는 엉터리 뉴스가 있다. 기업의 매출과 한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는 뉴스다.

몇 년 간 이런 통계 방식의 문제를 지적해도 전혀 개선이 없다. 이 통계를 주로 사용하는 경우는 프로파간다(정치적 선전선동)가 필요할 때다.

'1% vs 99%'의 대결 프레임으로 정치적 여론몰이를 할 때 제격이다. 1%가 나머지 99%보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간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줄 때 주로 사용하는 재료다.

문제는 이런 잘못된 통계로 기업의 양극화를 드러내려는 것은 국민을 바보로 보는 행위이나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기업 매출 규모와 GDP를 비교한 언론보도들./사진=포털 기사 리스트 캡쳐
5일 여러 언론에서 거론한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매출이 국내총생산(GDP)대비 20%를 차지한다는 주장의 3가지 오류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가 비교 불가한 두 숫자를 비교하고는 '사실 비교 가능한 숫자는 아니다'라는 기사 마지막 한 줄 멘트로 면피하는 문제다. 두 번째 문제는 통계의 오류를 양해하더라도 방향성이 틀렸다는 점이며, 세 번째는 기업 양극화의 개선은 위를 끌어내려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아래를 끌어올리는 방법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현대차 매출 GDP 대비 20%?…중소기업매출 GDP 대비 110%=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매출이 GDP 대비 20.5%라는 게 오늘 나온 데이터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GDP 대비 비중은 얼마나 될까.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보면 놀랍게도 중소기업 매출이 GDP 대비 96% 수준이다. 201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가면 120%였던 때도 있다.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숫자가 아닌가. 비중을 계산할 때 전체 합이 100%가 돼야 하는데, 삼성전자와 현대차, 국내 중소기업을 합치면 100%를 훌쩍 넘는다.

이처럼 숫자가 맞지 않는 이유는 두 비교 대상이 등치(같은 값으로 환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비교 대상이 아닌 다른 두 데이터를 단순 비교한 왜곡이다. 기업들의 매출과 달리 국내총생산(GDP)는 부가가치의 합이다. 매출이 부가가치의 합보다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매출에서 매출원가 등을 제외한 게 부가가치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에서만 파는 게 아니라 해외에서도 생산하고 판매하는 물량이 있기 때문에 국내총생산보다 대략으로 봐도 한국 국적 기업의 매출이 3배 가량 많다. 부가가치로 따지면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내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매출과 다른 부가가치의 역전현상=몇 걸음 더 양보해서 이 데이터가 유의미하려면 비중은 다르더라도 벡터(방향성)는 같아야 한다.


국내 전체 기업들의 매출의 합과 GDP의 규모가 3배 가량 차이가 날뿐 각 구성요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등가성을 지닌다면 이 통계도 썩 나쁘지 않은 통계다.

규모에서의 차이만 있을뿐 논리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의 가장 큰 문제는 이런 방향성에서도 엉터리라는 점이다.

2017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GDP 대비 매출이 14.6%, 현대자동차의 GDP 대비 매출 비중이 5.9%라고 한다. 삼성전자가 현대차보다 2.5배 정도 많다.

그러면 최소한 GDP를 구성하는 국내 부가가치 총계의 측면에서도 매출처럼 '삼성전자 > 현대자동차'의 등호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부가가치는 '삼성전자 < 현대자동차'로 나온다. 국내 부가가치의 측면에서 보면 현대자동차가 7% 내외, 삼성전자가 4% 내외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 협력업체의 규모와 후방산업의 파급효과와 규모가 더 커서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삼성전자보다 크다.

이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매출이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생산하는 부가가치가 더 큰 기업들이 많다. 따라서 매출과 GDP의 단순 비교는 틀린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큰 놈이면 나쁜 놈인가?=그동안 논란이 됐던 대기업의 매출 편중현상을 지적하기 위한 통계로 보이지만, 덩치가 크다고 다 '나쁜 놈'일까. 특히 경쟁 시장이 전세계로 엮여 있는 기업간의 글로벌 경쟁에서는 특히 그렇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들의 상당수는 해외매출이 국내에서보다 훨씬 많다. 삼성전자의 매출 90%, 현대차의 매출 60~70%가 해외매출이다.

다시 말해 외국에 나가서 많이 벌어왔다는 얘기다. 그 덩치를 줄이도록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덩치가 작은 국내 기업들의 덩치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 덩치를 키우는 방법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몫을 떼어서 주는 형태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아래 순위의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해외시장에서 삼성이나 현대차가 아닌 다른 고객들을 확보해 스스로 더 덩치를 키워야 한다.

이들이 성장해 그 비중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다. 미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미국과 일본은 글로벌 1위를 하는 기업들이 고루 많다는 의미이고, 우리는 글로벌 1위를 하거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적다는 얘기다. '프로메테우스의 침대'처럼 큰 덩치의 발을 잘라서 침대에 맞추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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