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우리 삶의 파괴 주범”…아마추어가 필요한 시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9.07 06:10

[따끈따끈 새책] ‘아마추어’…영혼 없는 전문가에 맞서는 사람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일하다 조금의 실수가 엿보이면 흔히 듣는 말이다. 전문가와 대비되는 ‘아마추어’라는 표현은 능숙함이나 자신감, 실력에서 월등히 차이 나는 비하의 의미로 통용되기 일쑤다.

복잡한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전문가들이 신뢰의 한 축으로 주목받자, 아마추어는 폐기되거나 ‘해서는 안 될’ 주의로 묘사되는 게 현실이다.

저자는 그러나 전문가들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관료주의 시스템이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시민을 바라보고 있음을 지적하며 전문가에 대한 맹목적 믿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 정신은 주로 생계유지 수단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창의성과 호기심을 죽이는 숨겨진 독이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다는 정치 공약은 대부분 정치인의 밥벌이를 위한 것이고, 그 옆에 붙어사는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의 눈치만 보며 공정한 법 집행을 하지 않는 법률가, 기관에 빌붙어 양심을 파는 교수, 정권에 입맛에 맞는 뉴스만 짜깁기하는 언론을 통해 본 전문가의 적폐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목도(目睹)해왔다.

뉴욕과 영국에서 전문가들이 만든 무책임한 도시계획을 확인한 저자는 프로페셔널 집단이 운영하는 시스템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 의문은 직업훈련에 가까운 대학 교육이나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조직 문화에도 이어진다. 가장 보편적인 집단에서조차 변화를 거부하고 생기를 잃은 근본 원인이 정체된 전문가들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의 정치 참여는 끊임없이 독려된다. 하지만 실제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치인들이 일반 국민의 삶과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왜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재에는 점점 더 큰 격차가 생기는 걸까. 저자는 소수의 엘리트 전문가 집단이 민주주의 시스템을 에워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아마추어가 전문가의 민주주의를 잘 감시하려면 과학적·법적 지식과 오랜 시간에 걸친 헌신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아마추어들은 전문 관료들이 장악한 ‘안쪽’을 파고들어 ‘바깥’의 요구에 직접 응답하도록 요구하고 투명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도록 직접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마추어 문화를 성장시켜 사회 인프라에 통합하려는 노력이 지금의 전문가 민주주의에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는 흔히 열린 사고방식이나 탐구심, 자기 영역을 확장하는 행위는 암묵적으로 부인한다.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단언하며 절대로 전문화된 영역의 안전지대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의견을 더 높은 가격을 써내는 입찰자에게 판매하는 데만 열을 올리기도 한다. 소수만 아는 난해한 언어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를 추구하지만 아마추어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배타적 전문기관으로 존재할 뿐이다.

아마추어란 무엇일까.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에드워드 사이드(비교문학) 교수는 이렇게 정의한다. “편안하고 돈벌이가 되는 순응적인 태도에 대한 저항이다. 이윤이나 보상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보다 더 큰 차원에서 도저히 억누를 수 없는 흥미와 열정에 따라 움직이려는 열망이다.”

그렇다고 전문가가 모두 틀린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다만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대중이 전문가 집단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을수록 전문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 샤를 보들레르, 발터 벤야민, 프란츠 카프카 등의 작가와 사상가를 내세우며 아마추어리즘이 일군 정신과 태도를 반추한다. 그들은 규정과 지시대로만 움직이고 모든 문제를 데이터와 숫자로만 보는 사람들에 맞서, 남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대담하고 용감히 나아갔다.

저자는 “진짜 살아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려면 다양한 형태의 아마추어 정신을 되찾고 전문가들의 세상에 이념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마추어=앤디 메리필드 지음. 박준형 옮김. 한빛비즈 펴냄. 328쪽/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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