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잠자는 아이, 또 홀로 남긴 국회

머니투데이 이재원 기자 | 2018.09.05 04:31

[the300]

‘잠자는 아이 확인법’(슬리핑 차일드 체크법·도로교통법 개정안).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 7월 어린이가 통학차에서 7시간 방치돼 숨진 사고 뒤 발의된 법이다. 하차 확인 장치 의무화와 정부의 비용 지원을 담고 있다. 여야 가리지 않고 10여건이 넘는 법안들이 쏟아졌다.

쟁점도 없었다. 여야 원내 지도부도 8월 국회 통과에 합의했다. “응당 해야할 법”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8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도 통과했다. 법안들이 모두 비슷해 위원장 대안으로 합쳐져 처리됐다. 하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본회의 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상정조차 안 됐다. 국회법 때문인데 명백히 국회 실수다. 국회법은 상임위→법사위→본회의 절차를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 회부 뒤 상정까지 5일의 숙려 기간을 둔다. 하지만 긴급한 경우 법사위 간사간 합의에 따라 이를 건너뛸 수 있다. 한 여당 의원은 “간사 중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졌어도 됐을 일”이라고 씁쓸해했다.

각 당 간사 의원들은 물론, 18명의 법사위원, 22명의 행안위원 모두 이 법을 흘려 보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한정·권칠승, 자유한국당의 김현아,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등 법안을 발의했던 10여명의 의원들도 이를 챙기지 않았다. 모두 잊어버렸다.

일사천리로 처리된 재난안전법 개정안과 대비된다. 같은 날 행안위를 통과한 재난안전법은 법사위(29일)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두 법의 차이는 단 하나, 지역구다. 국회 관계자들은 “재난안전법은 지역구가 걸린 문제라 의원들의 관심이 더 높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재난구역을 지정하고 폭염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지난 여름의 피해도 소급 보상한다. 지역구 주민들의 원성은 들리지만 혼자 남은 아이들의 눈물은 여의도에 닿지 않았나 보다. 9월 임시국회가 막을 올렸다. 100일간의 대장정을 마친 뒤엔 홀로 남은 아이가 없길 기대한다.


이재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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