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은 신뢰도는 한은 하기 나름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 2018.09.04 03:48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하고 있다는 질문에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통화정책 스탠스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 건너 갔다고 본 것에 대한 소회였다.

금통위 기자회견이 끝난 후 오디세이에 나오는 '사이렌의 노래'를 떠올렸다.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향하던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을 조심하라는 경고를 듣는다. 요정 사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해 바다에 뛰어들게 하고, 배를 암초로 유인해 난파시키는 존재다.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고, 자신은 배 기둥에 묶어 위기를 벗어난다.

한은은 작년 6월 '완화정도의 조정'이라는 칼을 꺼내 든 이후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칼은 여전히 유효하다. 7월, 8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고용지표는 부진하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불확실성은 커졌다. 사이렌의 노래는 아름답기라도 했지만 경제지표는 그렇지 않다. 악조건 속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란 목적지로 가고자 했던 이 총재의 길을 막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의 기대와도 어긋났다.


8월 금통위를 지켜본 시장 관계자들은 2015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후 약 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를 떠올렸다고 했다. 연준은 2014년 말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이야기했지만, 중국 주식시장 폭락 등과 같은 악재가 터져 2015년 말에 이르러서야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었다. 당시 연준은 대외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극도의 신중함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와 다른 행보를 보이면서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통화정책당국이 소통에 실패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은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면서도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정작 커뮤니케이션을 어렵게 한 건 오히려 한은인 셈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은의 신뢰도는 한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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