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가진 돈 다 썼다"던 웅진 회장의 재기 미스터리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18.09.03 05:00

[윤석금 회장 재기 미스터리](종합)

편집자주 | "사업이 어려워지기 전에 이미 가진 돈을 모두 썼다." 2012년 10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웅진홀딩스(현 웅진)와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후 기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무일푼을 선언하고 경영 일선에서 떠났던 윤석금 회장이 법정관리로 그룹이 해체된 지 5년여 만에 다시 시가총액 7조원에 달하는 코웨이 재인수를 추진한다. 법정관리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드러났던 윤회장 일가의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꼬리표가 떨어지지도 않은 채 또다시 외부 돈을 끌어들여 코웨이 재인수와 그룹 재건에 나서고 있는 윤 회장을 바라보는 재계 안팎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무일푼' 윤석금, 5년여만에 7조 코웨이 재인수?



[윤석금 회장 재기 미스터리]①법정관리 직전 지분처분 등 모럴해저드 논란 휩싸여

1980년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에서 출발한 웅진그룹은 렌탈사업의 웅진코웨이(현 코웨이)와 학습지사업의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한때 매출 6조원 규모의 30대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건설과 화학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경영난을 겪었다. 2012년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법정관리행을 택했고 그룹의 중심축이던 웅진코웨이도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그룹은 공중분해됐지만 총수 일가는 법정관리의 ‘기존관리인유지제도’(DIP)를 활용한 덕에 경영권을 지켜냈다.

◆법정관리서 재기발판 마련…‘모럴해저드’ 논란=법정관리 과정에서 윤 회장 등 총수일가는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였다. 우선 지주회사 웅진홀딩스와 자회사 극동건설의 동반 법정관리부터 논란이 됐다. 금융당국, 채권단과 자구계획안을 논의하던 중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야기한 것. 당시 수조 원의 손실을 입게 된 금융권은 물론 금융당국에서도 “당혹” “멘붕”이란 말들이 나왔다. 웅진코웨이 인수계약을 하고 잔금납부를 앞두고 있던 MBK파트너스도 충격에 빠졌다. 자칫 매각이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법원의 중재로 매각은 성사됐지만 웅진에 대한 MBK의 불신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법정관리 신청 이전 계열사간 지분이동과 채무조정 등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모럴해저드 논란은 더욱 확대됐다. 실제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 직전 계열사인 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에서 빌린 530억원을 조기상환했다. 당장 금융권 등의 채무변제를 피하기 위해 현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극동건설이 직간접으로 보유한 렉스필드컨트리클럽과 오션스위츠제주호텔, 웅진플레이도시 등의 지분도 웅진홀딩스와 웅진식품으로 옮겼다. 법정관리 이후 사업 재기를 위해 돈이 되는 알짜계열사를 따로 챙겼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 등 총수일가와 주요 경영진 등이 법정관리 전 주식을 모두 처분한 게 밝혀지면서 도덕성 논란은 정점에 이르렀다. 이에 웅진그룹 관계자는 “당시 총수일가는 부당이익을 얻거나 비자금 조성 등 개인적인 비리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사재까지 출연했는데 모럴해저드 지적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2011년 부도 위기에 처한 서울상호저축은행에 사재 800억원을 출연했다. 2009년 웅진플레이도시에 703억원을 무담보 대여하고 극동건설에는 렉스필드 보유주식 50%(평가액 약 500억원)를 무상증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법정관리 이전 부실 계열사들을 살리기 위한 것으로 계열사들도 동원돼 법적으로 문제가 됐다. 실제 윤 회장은 자금난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알짜계열사를 이용해 부실계열사를 지원했다는 등의 이유로 배임죄(징역 4년)를 선고받았다. 다만 계열사 지원사유가 사적 이익추구가 아닌 경영정상화였다는 점 등이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적용됐다.

◆지분 없고 유죄까지 받았는데…‘경영복귀’ 비판도=웅진그룹은 부침과 논란 끝에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웅진코웨이에 이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을 매각하면서 1년4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했다. 이후 남은 1조4000억여원 규모의 채무도 변제기간을 6년이나 앞당겨 조기상환했다.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2세 승계’가 이뤄졌다. 윤 회장은 2013년 2차례 감자로 6.95%로 줄어든 웅진홀딩스 지분을 장남 윤형덕 웅진그룹 대표(전무)와 차남 윤새봄 웅진그룹 사업운영총괄(전무)에게 각각 넘겨 그룹 지배력을 키울 수 있게 했다. 윤 회장은 무일푼이 됐지만 총수일가는 알짜계열사 매각과 지분승계로 경영권이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형제경영’ 체제에도 잡음은 이어졌다. 지난해 윤 전무가 미공개정보를 이용,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 실제로 챙긴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지만 웅진씽크빅 대표직에선 물러나야 했다.

일각에선 윤 회장과 윤 전무가 집행유예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윤 회장은 현재 그룹 내 보유지분은 물론 직함도 없지만 사실상 코웨이 재인수 등 경영을 진두지휘한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일부 행동은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코웨이 재인수도 회사 지분이나 경영책임이 없는 윤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것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하 기자



웅진, 코웨이 재인수 '승부수 or 무리수'



[윤석금 회장 재기 미스터리]②실적악화에 자금력도 부족...웅진씽크빅 대규모 유증


웅진그룹이 5년여 만에 코웨이를 되찾기 위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외부 FI(재무적투자자) 유치와 별개로 그룹사들을 동원, 인수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MBK파트너스가 매각에 미온적인 데다 그룹 내 자금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자금조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웅진씽크빅은 지난달 31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코웨이 인수를 위한 1700억원 규모(4200만주)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코웨이 인수 주체로 그룹 내 맏형격인 웅진씽크빅을 내세운 것. 주당 예정 발행가액은 4025원으로 현 주가보다 38%가량 낮은 금액이다. 청약예정일은 오는 11월12~13일 이틀간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지주사인 웅진도 345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웅진그룹 측은 “이번 유상증자 결정과 최종 협의를 진행 중인 토종 PEF(사모펀드)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조달에 대한 우려는 크게 해소될 것”이라며 “코웨이 인수가 무산된다면 다른 중견 렌탈업체 경영권 지분 인수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웅진그룹이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물음표는 여전히 남아있다. 코웨이 재인수에 필요한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해서다. MBK파트너스가 보유한 코웨이 지분 27.17%의 가격은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9만1400원)으로 1조8300억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인수금액은 2조원 초·중반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웅진이 PEF 컨소시엄 등을 통해 1조5000억원 안팎을 마련한다고 해도 자체 조달자금이 5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유상증자로 조달할 예정인 자금에 보유현금을 더해도 필요한 수준에 못미친다. 올 상반기 기준 웅진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30억원에 불과하다. 금융기관 예치금과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등을 포함해도 2000억원 정도다. 하지만 그룹 내 단기차입금 등 부채를 감안하면 유의한 수준은 아니다.

그룹사들의 실적악화도 부담이다. 지주회사 웅진은 올 상반기에 17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2월 코웨이 재인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웅진렌탈’ 사업이 실적악화의 이유가 됐다. 렌탈부문의 이익이 본격화하기 전까지 2~3년은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 기간 태양광 전지소재를 제조·판매하는 계열사 웅진에너지도 업황부진으로 300억원 가까운 손실을 봤다. 웅진씽크빅이 영업이익 113억원을 거뒀지만 이마저도 1년 전보다 16%가량 줄었다.

업계에서 웅진그룹의 코웨이 재인수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력사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무리한 경영확장으로 법정관리까지 겪은 과거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MBK파트너스가 웅진과 매각협상에 부정적인 것도 부담이다. 실제 웅진이 코웨이 재인수를 공식화하자 MBK파트너스는 “웅진을 매각대상자로 고려하지 않고있다”고 선을 그었다. 2012년 코웨이 매각협상 당시 웅진의 잦은 말바꿈과 갑작스러운 법정관리 신청으로 매각이 무산될 뻔한 경험이 있는 MBK파트너스는 웅진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MBK파트너스와 매각협상이 장기화되면 웅진으로선 대규모 자금조달에 따른 그룹사의 주가 및 재무부담만 커질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웨이 재인수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수준을 고려하면 웅진그룹이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민하 기자



윤석금 회장, 지분·직함도 없이 경영 논란



[윤석금 회장 재기 미스터리]③국내 렌탈 개척자 vs 부도덕한 경영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73·사진)은 백과사전 영업사원에서 웅진그룹을 일군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다. 1990년대 국내 최초로 정수기를 ‘대여’(렌탈)하고 관리비를 받는 방식의 사업을 도입, 현재 렌탈업계의 사업구조와 서비스모델을 정착시킨 ‘개척자’로 평가받는다. 윤 회장이 이끈 웅진그룹은 정수기 렌탈사업과 학습지사업을 중심으로 국내 계열사 27개사, 연매출 6조원의 대기업그룹으로 성장했다.

승승장구하던 웅진그룹이 내리막길을 걷게 된 것은 2010년 전후다. 기존 소비재사업을 넘어 건설과 화학, 금융 등으로 사업을 급격히 확장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2007년 6600억원을 투자해 극동건설을 인수했지만 건설경기 불황으로 재정난이 지속됐다. 2010년에는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해 금융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이 역시 건설경기 불황으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대출 부실문제가 터져 손실만 더했다. 2년 뒤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한 태양광사업마저 어려움에 빠지면서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재계에서는 윤 회장의 잘못된 판단과 무능한 경영이 부실을 키워 그룹 전체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평가한다. 윤 회장 스스로도 2012년 법정관리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리하게 확장하다 보니 기업회생 절차까지 오게 된 것같다”며 자신의 과오를 시인했다. 특히 법정관리 과정에서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드러나면서 윤 회장은 샐러리맨의 신화에서 부도덕한 경영자로 추락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듯 보인 윤 회장은 올해 초 활동을 재개했다. 그룹이 법정관리를 겪은 지 6년여 만이다. 직접 ‘웅진렌탈’ 브랜드 출범까지 챙기면서 정수기, 비데 등 생활가전 렌탈사업 재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윤 회장은 “렌탈 개념을 도입한 원조로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렌탈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렌탈사업 재개 시점에 맞춰 자서전 ‘사람의 힘: 영원한 세일즈맨 윤석금이 말한다’도 출간했다. 일각에선 집행유예 중인 윤 회장이 그룹 내 지분과 직함도 없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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