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하라고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금융부장 | 2018.09.01 07:31

[줄리아 투자노트]

외모가 수려한 여중생이 있었다. 예쁜 그 아이에겐 가까이 지내고 싶어 하는 또래가 많았다. 그 아이는 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어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 아이는 학교생활이 즐겁고 행복했다.

어느 날 친구와 사소한 갈등이 있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 일이 일파만파 커져 인기 절정의 그 아이가 왕따 신세가 됐다. 좋기만 했던 학교는 지옥이 됐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무시와 조롱에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괴로워 하던 중 반의 다른 아이가 왕따 타깃이 됐다.

반 아이들은 왕따를 시키려는 아이에 대해 욕을 잔뜩 쓴 종이를 돌려 읽으며 낄낄거렸다. 이 종이가 지금껏 왕따 신세였던 예쁜 그 아이에게도 전달됐다. 그 아인 종이를 펴 욕을 읽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낄낄댈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왕따 신세에서 벗어나 반 주류 아이들 틈에 은근슬쩍 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등 뒤에서 자기 욕을 하며 무시하고 조롱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일인지 직접 경험해본 그 아이는 도저히 그 종이를 펼 수 없었다, 그 아인 종이를 손에 들고 잠시 갈등하다 펴보지 않을 채 자리를 떴다.



청소년 상담을 하는 분에게 들은 얘기다. 그 분은 그 여자 아이가 왕따 당하는 고난을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인격적 성숙을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그 얘기를 듣고 감동이 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왕따 사건 없이 그냥 행복하게 사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굳이 고통을 통해 인격적으로 성숙해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별 어려움 없이, 별 고민도 생각도 없이 평탄하고 행복하게 평생을 사는 ‘운 좋은 사람’도 많다. 특별히 못된 것도 아니지만 인격적으로 깊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뭐든 대충 대중을 따라가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돈 걱정, 건강 걱정, 가족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으냔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별 어려움 없이, 별 고민도 생각도 없이 평탄하고 행복하게 평생을 사는 ‘운 좋은 사람’도 많다. 특별히 못된 것도 아니지만 인격적으로 깊이 있는 것도 아닌, 그냥 뭐든 대충 대중을 따라가는 그렇고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돈 걱정, 건강 걱정, 가족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면 얼마나 좋으냔 말이다.

최근 온라인 칼럼 사이트 ‘미디엄’(Medium)에서 이런 내 의문을 해소해주는 글을 읽었다. ‘마음 속에서 생기는 온갖 문제들을 중단시킬 수 없는 이유’(Why You Can‘t Stop Creating Problems in Your Mind)란 제목의 글이다. 저자는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 걱정이 없고 만족스럽고 즐거운 상태라는 의미에서 행복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고 단언한다. 우리의 두뇌는 우리의 행복이 아니라 생존에 적합하도록 설계됐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생존하기 위해 걱정하고 고민하고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먼 옛날 원시인 조상들처럼 단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존재라면 좀 허무한 일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생존하는 것은 창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숨 쉬는 것만으로도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고 가만히 있어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생각을 창조해내며 사람을 만나면 사랑과 미움의 감정을 지어낸다.

우리가 창조하도록 설계된 존재라고 생각하면 우리의 삶이 달리 보인다. 예를들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추면 고통은 나쁜 것이지만 이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면 고통은 창조 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여진다.

인생에서 무엇을 누릴 것인가에 관심을 두면 세상의 일은 내 감정에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뉘지만 인생에서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에 관심을 두면 세상 일은 가치 있는 것과 가치 없는 것으로 나뉜다. 가치 있는 일과 가치 없는 일을 분별하며 선택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과 마음이 확장되고 이전에 알던 행복과는 다른 행복을 깨달아 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창조한 것을 누리고 즐기는 것에서 얻는 행복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내가 창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사명을 완수해 가는 행복이다. 저자는 이런 행복이야 말로 진실 되고 깊이 있고 오래 지속한다고 강조한다. 앞서 소개했던 예쁜 여중생은 왕따의 고통 중에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는 배려의 태도를 만들어냈다. 배려를 알기 전, 수려한 외모로 인기를 끌던 시절에 느꼈던 행복과 배려를 안 후 느낄 행복은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주인공은 진실을 모른 채 꿈을 현실로 믿으며 이전처럼 잠들어 있을 것인지, 고통스럽더라도 잠에서 깨어 진실을 알 것인지 선택해야 했고 고통이 따르는 진실을 원했다. 걱정 없는 평탄한 삶과 고난 속에서 생각의 지경을 넓히며 가치 있는 무언가를 창조해가는 삶,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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