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미·중 무역전쟁 5개월, 싸움의 균형이 무너졌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유희석 기자,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장시복 기자, 심재현 기자, 기성훈 기자, 세종=권혜민 기자 | 2018.08.27 05:00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종합)

편집자주 | 지난 3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각서에 서명, 선제공격에 나서며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미국의 잇단 공격에 중국도 반격에 나섰지만,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싸움의 균형은 무너지고 있다.

임종철 디자이너



G2 맞아? 무역전쟁 5개월, 확연히 드러난 미·중 격차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공격 강도·경제 지표 美가 압도… 트럼프 "中, 짧은 시일 내 미국 앞지르지 못할 것" 공세 지속


미중 무역전쟁이 지난주 후반 열린 차관급 협상에서도 별다른 성과없이 종료되면서 당분간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세계 2대 강국인 미중간 무역전쟁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등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운 것 외에도 미국과 중국 G2(주요 2개국) 국가간 실력차가 여전히 크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계기도 됐다. 현격한 격차가 확인되면서 14억 인구를 기반으로 한 중국이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경제 패권 전망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역전쟁 5개월…공격 강도, 경제 지표 모두 미국이 압도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중 무역전쟁은 장기전 양상 속에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우세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이 유례없는 경제 호황을 바탕으로 공세의 고삐를 죄는 반면 중국은 대응책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미 부과된 500억 달러 규모 상관 관세에 이어 2000억 달러 규모 추가 부과도 공언했다. 중국은 미국의 공격시 맞대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나마도 2000억 달러 규모 관세에 대해선 600억 달러 규모 대응만을 밝혔다. 중국의 대미 수입 규모가 지난해 기준 1500억 달러에 불과해 수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진 탓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 규모는 5060억 달러였다.

시장 평가도 마찬가지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지난 3월22일 이후 지난 주말까지 미국 다우지수가 4.5% 상승한 반면, 중국 상하이 지수는 같은기간 16.8% 급락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8.4% 떨어졌다. 거시 경제도 미국이 2분기 경제성장률 4.1%를 기록, 4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반면 중국은 전분기 대비 약간 하락한 6.7%를 기록했다. 중국은 1∼7월 고정자산투자, 7월 소매판매, 산업생산, 실업률 등 최근 나온 경제지표들도 모두 시장전망치를 밑돌았다. 중국 정부는 경기 하강에 대비해 중소기업 대출을 독려하고, 디레버리징(부채축소)에도 속도 조절에 나섰지만 이는 중국 경제의 최대 위험 요소인 부채 문제를 키우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지난 22일 CNBC뉴스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미국의) 실업률을 한 번 보라. 계속 내려가고 있다. 채워지지 않고 있는 일자리 660만 개를 보라"면서 "지난 2분기 미국 경제는 4.1% 상승했다. (중국의) 보복에 대해 그리 많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패권 경쟁 전망 수정 "중국, 짧은 시일내 미국 앞지르지 못할 것"

미국의 압도적인 우위는 △중국에 비해 낮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의존도 및 대중 수출 의존도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서의 우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달러 기축통화의 힘 △셰일가스의 등장으로 한층 탄탄해진 에너지 수급구조 △공격받을 여지가 적은 개방된 기업환경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무역전쟁으로 양국간 현격한 격차와 함께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는 미국의 의지가 확인되면서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수성'으로 요약되는 세계 패권 경쟁 전망도 다시 쓰여져야 할 판이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전만 해도 이미 세계 2위로 올라선 중국 경제가 6%대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면서 얼마지나지 않아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11월 중국 경제성장률이 당시 연간 목표였던 목표인 6.5%를 향후에도 유지하고 미국이 2.0% 성장에 묶일 경우 2028년 양국 GDP 규모가 역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런 산술적인 계산은 이제 설득력을 잃게 됐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안정적인 고성장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2분기 GDP 성장률은 미국이 4.1%, 중국이 6.7%로 격차가 크게 축소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중간선거 유세 집회 연설에서 "내가 대통령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중국은 짧은 시일 내에 미국보다 더 크게 성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고 말하고, "더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기를 확실히 꺾어놓겠다는 얘기다.

진상현 기자



무역전쟁, 중국이 미국을 이길 수 없는 '4가지 이유'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 中 무역, 대미 의존도 훨씬 커…무작정 보복관세 매길 수 없어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점차 승기를 굳혀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집요해지면서 중국 경제는 확연히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이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에 소비도 늘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3년 만에 처음으로 3%대를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왜 미국을 이기지 못하는 것일까.

1. 무역규모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은 중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대중 수출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액은 5055억달러인데 반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는 1299억달러에 그쳤다. 미국이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상품 규모가 중국보다 매우 크다는 의미다. 게임으로 치면 '시드머니'의 수준이 아주 다른 것이다.

또 중국은 미국에 각종 기계류, 전자제품, 의류 등 공산품을 주로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대중 수출이 농산물 중심이다.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대미 수출이 막히면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공장을 옮길 수 있지만,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무작정 줄일 수 없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이자 사료가격 급등으로 중국 돼지 농가에 비상이 걸린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미국보다 높은 것도 약점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외의존도는 2016년 각각 26.58%, 37.05%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수출의 대미 의존도는 18.4%에 이르지만, 미국 수출의 대중 의존도는 4.5%에 불과하다.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2. 달러패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기축통화인 달러화 발행권을 가진 나라다.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이 달러로 거래된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매우 작다. 국제결제시스템망(SWIFT)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위안화의 국제 결제 비중은 1.88%로 40%에 육박하는 달러화의 20분의 1에 그쳤다.

중국처럼 경제 성장을 위해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달러 등 외화보유액 확보가 필수적이다. 대외 신용도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6월 말 현재 총 3조1121억달러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국채 1조2000억달러가량도 보유한다. 무역전쟁 초기 중국이 미 국채를 갑자기 팔아 미국 금융시장을 짓밟을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 국채 시장은 21조달러 규모로 중국이 갑자기 보유 중인 모든 미 국채를 내다 팔아도 별다른 영향을 주기 힘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이 중국이 판 국채를 대부분 매입할 수도 있다.

투자회사 알파인매크로의 천 자오 수석 연구원은 "중국이 미 국채를 모두 팔고 독일이나 일본 국채를 살 수도 있지만, 이들 국채는 금리가 0%에 가깝다"면서 "중국이 미 국채를 판다면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대 경제금융대학원 리샤오(李曉) 원장은 "달러는 세계 결제화폐, 결산화폐이자 주요 자본시장의 교역화폐"라며 "중국은 위안화 환율 안정을 위해 되도록 달러가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는 (기축통화를 가지지 못한) 무역국가의 비극"이라고 했다.

3. 기술격차

미국과 중국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여전히 격차가 상당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미국에 도전하고 있지만, 미국의 핵심 기술 없이는 제대로 된 제품 제조가 불가능하다.

중국의 2위 통신장비업체 ZTE(중국명 중신통신) 사례가 대표적이다. ZTE는 이란과 북한 제재를 위반해 지난 4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가 금지되는 제재를 받았다. 이후 미국 협력사로부터 반도체 등 핵심 부품 수입이 불가능해져, 회사가 문을 닫을 처지에 몰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기술굴기(?起)'를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백악관에서 '외국인 투자 위험 조사 현대화법(FIRRMA)' 원탁회의를 열고 "우리의 성공 덕분에 다른 국가들이 미국 지적재산권을 훔치고 복제하려 하고 있다"며 "세이프가드로 안전장치를 만들기는 했지만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FIRRMA는 특정한 국가의 자본이 미국의 첨단기술 및 안보 관련 기업에 투자할 때 요건을 크게 강화해 적대적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는 내용이 골자다. 사실상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 정책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로 평가된다.

4.국제관계

중국은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동맹이 없다. 오히려 특허권 무시, 기술 탈취, 경제 보복, 제품 복사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로 원성을 사고 있다. 미국에서도 중국의 무역정책에 불만을 느끼는 것이 미국만이 아니라는 점을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른 나라와 연합해 중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상무부 차관을 지낸 브루스 앤드루스는 미 경제매체 CNBC에 "중국이 (중국의 무역 정책에 대한) 세계의 불만과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칼라 힐스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동맹국들과 힘을 합해 중국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서 유럽연합(EU), 일본 등에 연대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들은 오히려 미국과 함께 중국의 잘못된 무역관행을 바로 잡는데 힘을 합하고 있다. 지난 24일 워싱턴에서는 미국과 EU, 일본 대표단이 중국의 산업 보조금 및 국영기업 운영 등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공동으로 제소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와의 무역 갈등은 최소화하고 앞으로 중국과의 싸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태세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부 관료들과 의회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장기 프로젝트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전달했다. 한 백악관 관료는 악시오스에 "대통령은 100% 중국에 몰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희석 기자



미·중 무역협상 실패… 양측의 다음 카드는?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11월 무역전쟁 종료 구상 불투명… <br>美 '압박', 中 '버티기' 전망… 최대의 난관은 '중국제조 2025'

2개월 만에 재개한 미중간 무역협상이 소득없이 끝나면서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미중간 무역갈등의 해법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오는 11월까지 무역전쟁을 끝낸다는 미중간 협상로드맵 구상도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승기를 잡았다는 판단 하에 2000억 달러의 관세부과 카드 등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첨단산업정책 변화 등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최대한 '버티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간 갈등이 더욱 고조되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브로맨스'도 최대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없이 끝난 차관급 협상… 11월 무역전쟁 종료 구상에도 먹구름

미국과 중국은 지난 22~23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왕셔우언 중국 상무부 부부장과 데이비드 말파스 미 재무부 차관을 각각 대표로 차관급 무역협상에 돌입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은 양국간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고위급 회담의 재개를 위한 전초전의 성격이었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5~6월 3차례에 걸쳐 장관급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도출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차관급 협상이 잘 진행될 경우 오는 11월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예정된 다자간 정상회담에서 만나기 전에 무역전쟁을 종료시킨다는 것이 양측의 큰 구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협상이 소득없이 끝나면서 오히려 11월 무역전쟁 종료라는 큰 구상마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성명서를 통해 이틀간의 무역협상이 끝났다고 전하면서도 향후 협상일정이나 합의내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도 "양측이 건설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다음 단계를 위한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만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양측이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며 이번 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미국 측은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미국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시한은 없다"… 2000억 달러 관세폭탄 등 공세수위 높일 듯

미국은 이번 차관급 협상의 실패에 따라 향후 2000억 달러 관세폭탄, 환율조작국 지정 등 대중국 공세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부장관 등 온건파보다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강경파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차관급 회담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중국과의 무역갈등을 끝낼 시한을 정해지지 않았다"며 장기전과 함께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일 것임을 예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차관급 협상이 진행 중인 지난 23일 예정대로 16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 관세부과 계획에 대한 공청회도 열었다. 현재로선 중국의 대미 수출액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2000억 달러 규모의 관세폭탄도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때문에 예전처럼 북한 비핵화 과정을 돕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며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예정된 4차 방북을 미중 무역갈등 해소 이후로 연기시키면서 중국의 부담은 한층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 4.1%를 기록할 정도로 최고의 호조를 보이는 미국 경제 덕분에 중국의 보복관세에도 대중국 무역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3개월여로 다가온 가운데 팜스테이트 등 자신의 지지층이 중국 보복관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부담이다.

◆중국 "제품은 사줄 수 있지만 과도한 요구는 수용불가"… 시 주석, 미국과 갈등에 따른 내부 우려 부담

중국은 지난 6월초 미국에 관세부과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약 700억 달러의 미국산 농산물과 에너지 구매방안을 제시한 적이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의 강경파와 온건파 어느 쪽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동안 이번 차관급 협상을 포함해 총 4차례의 미중 협상이 진행됐지만, 미국산 제품 구매확대, 중국 시장개방, 중국 첨단산업정책 변화 등 주요 쟁점들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류허 부총리는 최근 외국기업경영자들과의 만남에서 미국산 제품 구매확대 요구는 즉시 수용할 수 있고, 중국에 진출한 외국금융사의 합작사 소유지분제한 확대 등 시장개방은 협상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최대의 난관은 이른바 '중국제조 2025'로 상징되는 중국의 첨단산업정책에 대한 미국의 요구다. 첨단 기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고,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등도 없애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국가안보와 정치적 이유에서 이들 사항에 대해서는 협상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도 세계경제 패권을 넘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양측이 접점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이 이미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폭탄을 서로 주고 받은 가운데 상황은 중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3월 미중간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20% 가깝게 추락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의 관세부과의 직접적인 영향이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의 0.1~0.3%포인트를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가능한 빨리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화시키라고 중국 관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전했다. 미국과의 충돌은 중국경제를 개조하고, 중국을 글로벌파워로 부상시키려는 시 주석의 계획은 무산시킬 수 있다는 중국 내부의 우려들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정렬 기자



美-中 무역전쟁 '고래 싸움에 새우 신세된 韓기업들'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삼성·현대차 등 주력기업 해외매출 비중 80% 웃돌아..韓 최대 피해국 될수도"


디자인/=임종철 디자이너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5개월을 넘어서면서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 산업들에 대한 수출타격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재계는 지난 5개월간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을 향해 으름장을 놓는 수준에서 이제는 구체적으로 제재를 실행하면서 그 파장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빨리,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곳은 국내 자동차 업계와 철강 업계다. 미국이 수입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에 대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수입차(부품)에 최고 25% 추가 관세부과를 검토해 업계는 고심이 깊다.

한천수 기아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미국 수입차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단기적으로 미국 수출 차량의 판매 차질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미국 수출 물량의 타지역 전환을 추진하는 동시에 미국 공장 생산량을 극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 경기 부진으로 현지 자동차 수요가 위축되고,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신차 출시와 탄력적 대응을 통해 효율적으로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을 시발점으로 각국이 철강 수입규제 조치에 나서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산 철강 수출량을 지난 3년 평균의 70%로 제한하고 있다. 또 쿼터제와 별도로 한국산 철강에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 수출길이 막힌 유럽연합(EU)도 지난달 23개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잠정 발동했다. 캐나다는 물론 인도·터키 등 신흥국들도 수입 규제 수단 도입을 예고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한정된 구매자를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시작으로 각국간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우리의 주력수출품인 반도체의 경우 아직 영향은 없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스마트폰과 컴퓨터에 이어 반도체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계속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25%의 고율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중국의 IT(정보통신) 제품 수출량이 줄어들 경우 재고 누적에 따른 수요 감소가 시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소화되고,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이 거의 없어 직접적 파장은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통상협력팀장은 "전세계 전자제품의 40~50%가 중국에서 제조되고 그 중 상당 제품이 미국으로 수출된다"며 "양국의 무역전쟁이 길어질 경우 반도체 등 시장 전반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중국의 거침없는 질주를 막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면서, 빠른 속도로 중국에게 주도권을 뺏기던 한국의 주력 산업들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어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정통한 소식통은 "현재 전세계 제조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중국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곳은 미국 밖에 없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제재를 통해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견제하면서 힘을 분산시킨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장시복 기자, 심재현 기자, 기성훈 기자



미·중 갈등에 수출 증가세 꺼질라…정부 '노심초사'



[G2 무역전쟁 5개월 성적표]국내 수출 피해 현실화는 아직…정부 "무역분쟁 장기화·심화 대비해 모니터링 지속"


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이 34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불'을 놨던 지난달 6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실물경제 점검회의'를 열었다. 백 장관은 이 자리에서 산업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단기적으로 우리 수출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수출 실적은 어땠을까. 7월 통관기준 수출액은 전년동기대비 6.2% 늘어난 51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월 수출액 기준 '역대 2위' 기록이다. 또 사상 최초로 수출이 5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중이 무역갈등이 본격화된 데다 6월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0.17% 소폭 감소해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우려를 다소 씻어냈다.

미·중 무역갈등이 시작된지 5개월, 관세 부과로 실전에 돌입한지 2개월에 접어들었다. 아직까지 국내 수출 피해는 현실화되진 않은 모습이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지난해 7월과 비교해 27.3%, 대미 수출은 8.8% 늘며 각각 21개월째, 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도체와 석유화학, 일반기계 등 주력 품목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정부는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도 수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마음을 놓지는 못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전망이 워낙 불확실해서다. 한국으로선 미·중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도 힘들어 마땅한 대응 전략도 없다. 백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상황을 두고 "참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장 두려운 건 무역분쟁의 장기화·확산 가능성이다. 미·중 양국의 수입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소비재 형태의 한국산 수출품엔 큰 영향이 없겠지만, 중간재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역분쟁의 수위가 높아져 글로벌 무역 증가세가 꺾일 경우 수출 전반에 미칠 피해도 예상된다.

정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피해 예상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강성천 통상차관보가 주재하고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수출지원 기관과 업종별 단체가 참여하는 '실물경제 대응반'을 가동해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또 9월 말까지 두 달 간 한시적으로 북미, 중국·홍콩, 유럽연합(EU) 등 주력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단기수출보험 신규 한도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하고, 긴급 수출지원 마케팅 프로그램도 9월말까지로 연장한다. 더 나아가 기술혁신과 신흥국으로의 수출시장 다변화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역분쟁 확대와 심화 가능성에 대비해 전개 상황을 차분히 살펴보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세울 것"이라며 "대체시장에 대한 수출마케팅, 긴급 무역금융 지원, 다자간 공조 강화 등을 통해 수출 상승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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