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메릴린치에 나타난 정체불명 펀드의 정체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진경진 기자, 이태성 기자 | 2018.08.17 05:00

[메릴린치 미스테리] (종합)

편집자주 | 한국 주식시장에 지난해부터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해 대규모 자금으로 단타를 치는 정체불명의 펀드가 출현해 논란이다. 코스피 대형주에서 코스닥 소형주까지 가리지 않고 단기 매매로 수익을 내는 메릴린치 창구의 행태에 투자자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메릴린치 창구 논란과 그들의 정체, 매매 패턴과 제도적 문제를 짚어본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메릴린치



'신출귀몰' 시장 교란하는 단타 메릴린치 정체는



[메릴린치 미스테리]①메릴린치 고객 중 알고리즘 퀀트 펀드 가능성 유력…투자자들 청와대 청원 제기

"외국계 증권사 메릴린치가 최첨단 알고리즘 매매로 시세를 조작하고 개인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다. 외국계 거대 자본에 대한 강력한 제제가 필요하다." (7월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는 단타 매매로 한국 증시 투자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단기 매매를 하는 AI(인공지능) 펀드로 추정되는 자금이 국내 주식을 사고, 팔고, 공매도하며 시장을 자유자재로 휩쓸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2017년 초부터 메릴린치 창구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이 '신출귀몰' 단타 펀드는 대형주, 중형주, 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빠른 속도로 치고 빠져, 투자자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통상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주문을 외국인 투자자 유입으로 보고 개인이 따라 사곤 하다. 하지만 메릴린치 창구에서 매수주문이 집중돼 주가를 끌어올렸다가 이들이 빠져나가 주가가 떨어지면 개인이 고스란히 손실을 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의 매매가 미국계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기에 투자자들은 메릴린치를 처벌해달라고 청와대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메릴린치 창구일 뿐…"단타 주체 아니다"=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단타 거래가 빈발하는 메릴린치 창구는 일명 '멸치'로 통한다. 메릴린치 창구에서 단타 매매가 시작되면 개인들은 혀를 차며 "또 멸치가 활동을 개시했다"고 한숨을 쉬는 경우가 많다.

증권가에서는 단타 매매 주체가 메릴린치인지 아니면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인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단타 트레이딩을 수행하는 주체는 메릴린치가 아닐 가능성이 99.9%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2015년부터 시행된 볼커 룰(Volcker Rule) 규제 이후 자기 매매가 금지됐다. 볼커 룰에 따르면 투자은행은 자기자본으로 위험성 있는 자산에 직접 투자하는 자기 매매(프랍 트레이딩)를 할 수 없으며 이런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에 대한 보상도 금지됐다.

메릴린치 본사 초단타 퀀트팀에서 일했던 권용진 엔트로피 트레이딩 그룹 대표는 "볼커 룰 이후 메릴린치 본사가 프랍 데스크를 해체했고 트레이더들을 해고했다"며 "메릴린치 창구에서 나타나는 단타가 메릴린치 자기매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즉 2015년 볼커 룰 시행 후 메릴린치가 프랍 데스크를 해체했기에 2017년 이후 한국 증시에 나타난 메릴린치 창구 단타는 메릴린치 자기 매매는 아니라는 것이다.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메릴린치 홍콩 오피스를 접촉하려 시도했으나 메릴린치 국내 지사와 홍콩 지사는 모두 연결을 거부했다.

◇신출귀몰 메릴린치 창구, 정체는=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단타 매매의 주체가 메릴린치를 프라임브로커리지로 활용하고 있는 메릴린치의 고객, 알고리즘을 이용한 퀀트 헤지펀드일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매매하는 펀드일 것"이라며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는 23세에 하버드대 수학과 교수가 된 제임스 사이먼스가 설립한 헤지펀드 회사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전문 금융사다. 글로벌 시장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한 펀드가 다수 활동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미국계 AI펀드다.

펀드매니저들은 메릴린치 창구에서 이뤄지는 단타가 국내 투자자들이 모방할 수 없는 전략적이고 독특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사장은 "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는 매매는 성공확률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 투자자들이 추종하기 쉽지 않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공매도를 위한 대차 물량을 빠르게 조달하는 것으로 볼 때, 네트워크가 뛰어난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잘 아는 투자 주체로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있는 헤지펀드로 추정되며 한국인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퀀트 펀드=고도의 수학·통계적 지식을 이용해 구축한 컴퓨터 명령어 체계(알고리즘)을 이용해 운용되는 펀드로, 인간 펀드매니저 대신 인공지능(AI)이 투자종목과 매수·매도 시점을 결정한다.

오정은 기자, 진경진 기자



"1%만 먹고 판다" 메릴린치 단타 실력 '수준급'



[메릴린치 미스테리]②메릴린치 실전 단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인간 아닌 AI 알고리즘 매매“

투자자들이 시세조종과 시장교란행위라고 지적하는 메릴린치 창구의 단타(단기투자) 패턴은 다양하다. 증권업계 브로커들은 "매일 메릴린치 창구 단타가 나타나고 있으며 단순 매수, 매도에서 공매도, 이벤트 드리븐(수익창출 기회가 발생하면 빠르게 매매하는 전략)까지 전략이 다채롭다"고 말했다.



◇오전에 사고, 오후에 팔고…"1%만 먹고 빠진다"=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 창구를 이용하는 고객은 글로벌 연기금에서 헤지펀드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단타 메릴린치'로 불리는 메릴린치 창구는 짧은 호흡으로 주식을 사고파는 단기 매매로 매우 특징적인 패턴을 보인다.

일례로 8월6일, 코스닥 종목 파라다이스 (21,050원 200 +1.0%)는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만한 특별한 이슈가 없었다. 9시 정각 파라다이스 주가는 0.27% 오른 강보합세로 거래를 개시했다. 9시3분부터 메릴린치 창구에서 순매수 유입이 시작돼 2분, 4분, 10분 간격으로 매수 주문이 체결됐고 주가는 10시 정각에 5.96%까지 올랐다.

메릴린치 창구 매수세는 12시49분까지 지속돼 총 23만9751주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다 12시49분부터 오후 2시25분까지 매매가 멈췄다.

주가는 오전 11시14분 7.86%까지 올랐다. 5.15%로 상승 폭이 줄어든 오후 2시26분 갑자기 메릴린치 창구에서 10만1156주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 이후 오후 3시30분 장 마감까지 메릴린치 창구에서 매물이 쏟아졌고 파라다이스는 4.07%로 마감했다. 당일에 산 물량을 모두 당일 청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8월6일 코스닥 종목 우리기술투자 (3,955원 135 +3.5%)에서도 유사한 메릴린치 창구 매매가 발생했다. 오전 10시까지 메릴린치 창구에서 19만5120주 순매수가 순차적으로 체결됐다가 10시5분 16만4216주를 단박에 던지고 이후에도 매물을 내놓으며 빠른 속도로 치고 빠졌다.

양사 매매로 메릴린치 창구가 취한 이득은 1~2%로 추정된다. 펀드매니저들은 "여러 종목에서 매일 이 정도 수준의 확정 수익을 취한다면 대단한 실력"이라고 평했다.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매매…"인간의 매매 아냐"=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활동하는 단타 펀드는 주로 장 초반 거래량이 증가할 때 주가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실적 공시나 호재성 뉴스가 알려질 때 빠른 속도로 개입한다.

예를 들어 악재 뉴스가 터져 특정 종목 주가가 10% 하락하면 메릴린치 창구에서 대량 매수가 유입돼 주가를 떠받친다. 메릴린치 창구 매수로 주가가 올라오면 이 투자주체는 다시 주식을 매도해 약간의 수익(1~2%)을 취하고 빠진다.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는 패턴을 유지하면서 주가 안정에 기여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원하는 가격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시세 조종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임종성 CIMB증권 상무는 "메릴린치 창구에서 발생하는 매매는 펀드매니저가 손으로 하는 매매하고는 구분되는 AI 매매"라며 "펀더멘탈(기업 기초체력)에 입각한 매매 규칙을 무너뜨리는 전혀 다른 형태의 매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단타 매매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메릴린치가 시장을 교란한다'고 알려진 것과 실제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AI에 입각한 알고리즘 매매는 기본적으로 리스크(위험)를 최대한 회피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권용진 엔트로피 트레이딩 대표는 "알고리즘은 리스크에 베팅하기보단 최대한 리스크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며 "컴퓨터 알고리즘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낮추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설정한다"고 설명했다.

오정은 기자



장벽높은 韓 증시, AI 퀀트 펀드에 '블루오션'인가



[메릴린치 미스테리]③0.3% 거래세로 초단타 전략은 불가능…"중국 증시 대체물로 韓 증시 매력 높아“

한국 투자자들은 메릴린치 창구가 1초에 10회 이상 빠른 매매를 하는 '초단타'를 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본지가 전문가들과 분석한 결과 메릴린치 창구에서 나타나는 매매 방식은 초단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문병로 옵투스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시는 거래당 0.3%의 거래세가 붙기 때문에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시장"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주식시장은 연말에 수익과 손실을 계산해 자본이득세를 내지만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매매당 0.3%의 거래세를 원천징수한다. 즉 한국 증시에서는 매매를 20회만 해도 원금의 6%가 세금으로 손실된다. 시세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대규모 자금을 가졌다 해도 초, 분 단위의 잦은 매매로 수익을 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문 대표는 "어떤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들어와도 0.3% 거래세를 내면서 초단타 매매 수익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때문에 메릴린치 창구에서 활동 중인 퀀트 펀드도 초단타 매매 방식을 취하고 있진 않다.

초단타가 아닌 단타라고 해도 0.3% 거래세는 매매에 큰 부담이 된다. 0.3% 거래세 장벽에도 AI 퀀트 펀드가 한국 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를 거론했다.

첫째는 한국 증시가 중국 증시의 대체 시장이라는 점이다. 신흥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중국 증시인데 제도적 장벽으로 외국계 펀드가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만은 중국을 대체하기엔 업종 구성이 IT에 치우친 반면 한국 증시는 중국 증시와 동조율이 93%에 달한다. 중국 증시의 대체물로 한국 증시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AI 알고리즘 펀드의 활동이 제한적인 점도 매력적이다. 미국 증시의 경우 알고리즘 펀드 활동이 활발해, A라는 알고리즘 펀드가 활동하면 B라는 알고리즘 펀드가 A를 저격하는 등 알고리즘 펀드 간 충돌이 잦다. 반면 한국 증시는 아직 퀀트 기반 알고리즘 펀드에 청정 지대여서 수익 기회가 많다는 지적이다.

오정은 기자



"外人 단타는 투자전략…규제 쉽지않아"



[메릴린치 미스테리]④외국인, 국내 기관처럼 투자주체별 매매현황 실시간 공개 요구도 제기돼



외국인 투자자의 단타(단기투자) 패턴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지만 자산운용 업계는 이를 투자 전략 중 하나인 롱숏 전략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으로 숏머니(단기 투자)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이를 외면해서는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CIO(최고투자책임자·상무)는 "최근 세계 증시는 액티브·장기 투자 자금보다 롱숏 전략을 활용해 기계적으로 매매하는 패시브와 헤지펀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롱숏 전략을 활용한 자금이 국내 증시 하루 거래량의 약 60~80%를 차지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IT(정보기술) 기업은 물론 철강·자동차·은행·통신 등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고 유동성도 좋아 외국인 투자자, 특히 숏머니(단기투자자)에게 최고의 트레이딩 시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를 나쁘게 볼 이유는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 상무는 "숏 머니는 세계적인 추세이고 한국은 이를 활용하기에 좋은 시장이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라며 "우리만 환경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규제에 나서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도 "롱숏은 퀀트 전략 중 하나인데 전략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고,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라고 하기에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 주체별 매매 현황을 장중에 공개해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장중에 연기금, 금융투자, 보험, 투신, 은행 연기금 등 종목별 매매 주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외국인의 경우 매매주체가 '외국인'으로만 한정된다. 외국인 투자 주체를 보험이나 은행, 헤지펀드로 나누면 롱머니인지 숏머니인지 가늠할 수 있어 투자자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루에 10조원 이상 거래되는 시장에서 국가·주체별로 매매상황을 실시간 분류·표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정보를 공개하는 한국거래소 역시 금융감독원을 통해 자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실시간 노출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현재 외국인 투자 주체별 매매 현황은 금융감독원에서 월별로 발표한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CIO)는 "외국인 매매 주체를 구체적으로 노출시킬 경우 추종 매매를 초래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어느 것이 맞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롱숏 전략 :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수(롱)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매도(숏)해 수익을 얻는 투자 전략

진경진 기자, 오정은 기자



메릴린치 단타, 시세조종이라고?



[메릴린치 미스테리]⑤법조계, 시세조종 요건 못갖춰 "주가 움직였다고 모두 시세조종 아냐"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이뤄진 단타 매매에 대해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시세조종행위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가총액이 크지 않은 종목의 경우 이 단타펀드가 치고 빠지는 동안 주가가 큰 폭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단순히 단타로 시세가 움직였다고 해서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시세조종이 성립하기 위한 조건이 있는데 현재 밝혀진 내용만으로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세조종행위는 △위장거래△현실거래 △허위표시 △불법 안정조작 및 시장조성 △현선연계 등에 의한 시세조종으로 구분된다.

이중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이뤄진 단타는 현실거래에 해당된다. 다른 사람과 미리 짜고 같은 가격에 매매하거나(위장거래) 허위사실(허위표시)을 유포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다른 시세조종 요건과는 관련이 없다.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은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본인 명의 또는 타인 명의로 된 여러 개 계좌를 이용하거나 타인과 공모해 주식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오인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 시세조종 성립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허수주문'이다. 허수주문은 매수의사 없이 직전가 혹은 상대호가와 대비해 체결 가능성이 없는 저가 주문을 반복적으로 내 매수잔량이 많이 쌓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법조계는 알고리즘을 이용한 거래에 '매매를 유인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알고리즘 매매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설계된 논리구조에 따라 인공지능이(AI)가 주식을 자동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주식 거래 방식이다. 각종 경제지표와 현재 주가, 거래량, 기업실적 등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를 프로그램에 입력해두면 AI가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석해 주식을 자동으로 사고파는 행위를 한다.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이뤄진 거래는 단순 매수, 매도에서 공매도, 이벤트 드리븐(수익창출 기회가 발생하면 빠르게 매매하는 전략)까지 전략이 다양하고 모두 시장에서 널리 쓰이는 수법이다. 시장의 상황에 맞춰 거래가 이뤄졌고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를 속였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단타거래도 거래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현행 법으로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거래하는 펀드를 처벌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알고리즘 매매와 관련해서는 국내에 규제가 거의 없다. 잘못된 주문이 대규모로 체결될 경우를 막기 위해 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있을 뿐이고,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는 게 한국거래소 설명이다. 거래소 주식매매제도팀 관계자는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시세조종이 아닌 경우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거래는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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