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7개월만에 10조원이…" 투자자 몰리는 헤지펀드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조한송 기자 | 2018.08.10 05:00

[헤지펀드 전성시대] (종합)

편집자주 | 헤지펀드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올 들어서만 10조원 이상이 헤지펀드로 유입됐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하락하고 공모펀드도 맥을 못추는데 헤지펀드만 10-20%대의 경이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연기금 등 기관은 물론 개인 투자자들도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뭉칫돈 몰리는 헤지펀드 "1년 기다려 가입하기도"


[헤지펀드 전성시대]①약세장에도 올해 평균 수익률 10% 기록…7개월만에 10조원 끌어모아


"가입하려는 인원이 워낙 많다 보니 최소 가입금액이 10~20억원 단위로 높아졌다. 그런데도 한번 투자하면 정리하고 나가는 고객이 많지 않다. 혹시라도 누군가 환매하지 않을까 해서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까지 언제 순번이 돌아올지 모르는 가입 기회를 노리고 있다."(한 증권사 PB(프라이빗뱅커))

헤지펀드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줄곧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사모펀드는 물론 공모펀드 운용사의 한국형 헤지펀드(전문투자형사모펀드) 상품으로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가입자 수가 49인으로 한정돼 있다 보니 대기 고객도 줄을 서고 있다.

◇헤지펀드 설정액 20조 넘어…6년여 만에 100배 늘어=헤지펀드 설정액은 7월 말 22조5000억원으로 올 들어 10조400억원(80%) 늘었다. 2014년 말 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20조원(800%) 가량 급증했다.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 도입된 2011년 말 2400억원에서 6년 여만에 100배 가까이 성장했다.

헤지펀드 성장을 주도하는 곳은 사모펀드 운용사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헤지펀드 설정액이 1조8400억원(7월말 기준)으로 올 들어 7000억원(60%) 이상 늘었다. 차문현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전무는 "지난 4월 출시한 4개 코스닥벤처펀드에 30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상반기 펀드 결산에서 대부분 재투자되는 투자수익이 늘어 설정액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6000억원), DS자산운용(7000억원)도 각각 2300억원(60%), 3200억원(80%) 증가하는 등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들로 자금아 집중됐다.

헤지펀드를 취급하는 공모펀드 운용사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올 들어 헤지펀드 설정액이 9800억원으로 올 들어 4500억원(85%) 늘었다. 성태경 미래에셋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부문장은 "올 들어 4개 헤지펀드를 새로 출시하면서 설정액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약세장에서도 헤지펀드 수익률 10%로 차별화 성공=헤지펀드의 최대강점은 안정적인 운용성과다. 올 들어 주식, 채권 등 전통자산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8.15%에 그쳤다. 해외 주식형펀드도 -1.6%를 기록했다.

반면 7월 말 현재 헤지펀드 수익률은 평균 10%를 웃돌고 있다. 연 환산수익률은 20% 안팎 수준에 달해 부진한 공모펀드와 차별화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헤지펀드로 몰려 설정액이 계속 늘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주식 등 전통자산 가격이 조정을 받으면서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로 늘었다"며 "연 5~6%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하면서 헤지펀드로 갈아타는 기관, 개인 투자자가 다수"라고 말했다.

진입 규제 완화로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가 늘어난 것도 헤지펀드로 자금이 몰리는 요인이다. 헤지펀드 운용사는 2015년 10월 후 현재까지 144개가 새로 설립됐다.

2015년 헤지펀드 운용사 최소자본금이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완화되고 인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됐다. 이후 지난해 12월부터 최소자본금이 다시 10억원으로 더 낮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헤지펀드는 운용의 자율성이 높아 다양한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 용이하다"며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안정적인 고수익 투자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밖에 없어 헤지펀드의 인기가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정훈 기자, 조한송 기자



한국형 헤지펀드, 연 45% 고수익 비결은?


[헤지펀드 전성시대]②공모펀드보다 제약 적어 유연한 투자 가능해…리스크도 높아 신중한 투자 필요


헤지펀드로 시중 자금이 몰리는 배경에는 연환산수익률 50%에 달할 정도의 경이적인 수익이 있다. 주식과 채권,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등 다양한 투자처에서 고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주식·채권·프리IPO 집중투자로 고수익 행진=머스트자산운용 대표 헤지펀드(1호)는 주식에 집중하는 펀드로 연초 이후 지난 3일 기준 평균 수익률이 23%, 설정 후 연 환산수익률은 45%에 달한다.

이 펀드는 모든 자산을 국내외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한다. 국내와 해외 비중은 70%. 올해 건설사 중 한신공영과 계룡건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아바코, 골재업체 동원 등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거뒀다.

김두용 머스트자산운용 대표는 "약세장에서 수익률 방어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변동성이 적은 종목을 편입해야 한다"며 "펀드 운용 전문인력과 함께 투자 분석을 담당하는 리서치 전문 인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는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새턴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가 대표적이다. 이 상품은 지난 3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 23%, 설정 후 연환산 수익률은 35%다. 자산의 절반 이상을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고수익 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과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한다.

최근 바이오 업체 제넥신 등이 발행한 CB에 투자하기도 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올 상반기 바이오와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시스템 관련 기업의 메자닌에 전체 자산의 절반을 투자했다"며 "리스크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프리IPO 투자에서 수익을 올리는 헤지펀드도 잇따르고 있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만큼 리스크는 크지만 그 이상의 고수익을 추구한다. 파인밸류자산운용의 프리IPO플러스S는 설정 후 연 환산수익률이 34%다. IPO 예정 기업에 투자해 상장 후 차익을 실현하는데 최근 장외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바이오텐, 존슨미디어 등을 편입해 많은 수익을 올렸다.

◇공모펀드보다 제약 적어…유연한 투자 전략이 강점=헤지펀드가 이처럼 고수익을 올리는 건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상 제약이 적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게 투자자산과 비중 등 운용전략을 조정할 수 있어서다.

최근 증시 하락장에서는 안정적인 고수익 채권이나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인버스 펀드 등 특정 상품에 이른바 '몰빵' 투자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사모펀드로 특정 자산과 종목 편입 비중, 펀드 유형 변경 등 운용상 제약이 없다. 반면 공모펀드는 주식, 채권 등 특정 자산에 50~60% 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순자산의 10% 이상을 단일 종목에 투자할 수 없다. 설정 후 펀드 유형 변경도 불가능하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한 펀드매니저는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상 제약이 적어 특정 상품에 과감한 베팅이 가능하다"면서 "순자산의 최대 4배까지 레버리지(차입), 장기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투자가 가능한 만큼 특정 방향성에 베팅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규모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헤지펀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적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헤지펀드 수익률은 동전의 양면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며 "증권사나 은행 PB(프라이빗뱅커) 등 전문가 조언을 토대로 투자자산과 운용전략, 운용성과를 꼼꼼히 따져본 뒤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송정훈 기자, 조한송 기자



문턱높은 헤지펀드, 가입하기도 어려워


[헤지펀드 전성시대]③헤지펀드 운용사, 직접 마케팅 안해… 증권사 PB 적극 활용해야

#30대 주부 A씨(35세)씨는 최근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5억원 가량의 목돈이 생겼다. 주변에서 헤지펀드에 투자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봐도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방법을 알기 어렵다.


막상 여유 자금이 생겨서 헤지펀드 등 사모펀드 가입하고자 해도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사모(私募)는 말 그대로 사적인 관계를 중심으로 증권신고서를 내지 않고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펀드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헤지펀드 운용사 대부분은 직접 마케팅에 나서지 않는다. 직판 체재를 갖추는 데 비용이 드는 데다 콜센터를 운영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헤지펀드에 가입하기 위해선 증권사나 은행을 방문해 판매 중인 펀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별 혹은 지점별 판매하는 상품이 달라서 좋은 상품을 가입하는 데는 투자자의 발품이 필요하다. 한가지 팁이라면 자본 규모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삼성·미래에셋대우·신한금융투자·NH투자·한국투자·KB증권 등)의 주요 거점 지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이들 증권사가 헤지펀드 운용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펀드 판매를 돕기 때문이다. 중소형 증권사 대비 관련 정보도 많고 상품 종류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헤지펀드 모집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선 PB(프라이빗뱅커)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최근 자산가를 중심으로 헤지펀드에 대한 수요가 몰리면서 우량 상품을 유치하는 것이 PB의 주요 능력으로 떠올랐다.

헤지펀드는 49인으로 가입자 수가 제한된 탓에 계좌를 유치하기 위한 PB별 경쟁도 치열하다. 평소 헤지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다고 귀띔해 놓으면 상품이 신규 출시되거나 추가 자금모집이 이뤄지는 시점에 투자 권유를 받는 데 용이하다. 또 관심있는 펀드가 있다면 직접 운용사에 연락해 판매 창구를 확인해도 된다.

또 온라인 펀드판매 플랫폼인 '펀드슈퍼마켓'를 통해서도 가입할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에 소개된 자문업자와 계약을 맺고 헤지펀드가 출시될 경우 상품안내를 요청하면 투자 권유를 받을 수 있다. 펀드슈퍼마켓은 총 13개 투자자문업자(FA)와 계약을 맺고 잠재적 투자자를 확보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최근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헤지펀드 가입금액이 최소 3~4억원에서부터 최대 10~20억원까지 높아졌다. 공시 의무가 없는 만큼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의 트랙레코드(운용실적), 평판 등을 따져보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한송 기자



"헤지펀드, 이대로 가면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것"


[헤지펀드 전성시대]④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49인룰 완화 등 헤지펀드 정책 개선 시급해"

"창업하려는 사람이 10억원이 없어서 (창업을) 못하진 않습니다. 사모펀드 산업이 제대로 안착하려면 후속 작업이 필요한데 현재 당국의 정책이 인허가 규제에만 치우쳐있다고 봅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사진)는 금융당국의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을 이같이 꼬집었다. 당국은 2015년 10월 사모펀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자본금 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췄다. 진입 문턱은 지난해 10억원으로 한 차례 더 낮아졌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는 144개가 생겼고 수탁고는 22조원으로 팽창했다. 펀드 운용 전략도 롱숏 중심에서 대체투자, 멀티전략, 채권형, IPO(기업공개) 등 다양해졌다.

하지만 원 대표는 최근 사모펀드 수탁고 증가는 증권사가 운용하는 채권형 레포펀드(Repo)가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를 제외하면 전문사모운용사 144개의 운용자산은 15~16조원으로 떨어진다.

원 대표는 감독당국의 정책이 신생 운용사가 시장에 정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49인 규제'(49인 이하에 투자 권유)부터 완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봤다. 그는 "사모펀드는 (투자자) 추가 유치가 불가능해 기존 투자자가 추가 납입하지 않는 한 규모가 점차 작아질 수밖에 없다"며 "49인 규제를 투자 권유가 아닌 실제 가입자 수로 바꾸고 인원 수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 대표는 현 제도대로라면 조만간 사모펀드 대부분이 수탁고 50억원 이하의 소규모, 자투리 펀드로 전락할 수 있다고 봤다. 100억~200억원 규모의 펀드와 10억~20억원 규모의 펀드는 운용전략이나 투자 자산 면에서 제약이 따르고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대표는 사모펀드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DC(확정기여형)에서는 사모펀드를 편입할 수 없고, DB(확정급여형)에서는 활용이 미미하다. 그는 "DC형 투자자가 원하는 것은 수익률 5%대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인데 사실상 기존의 공모 주식혼합·채권형 상품으로는 이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며 "여러 헤지펀드를 하나로 묶어 분산투자하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임자산운용이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헤지펀드를 활용하면 1~2%대의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현재 180조원에서 3년 후 300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재간접펀드를 활용해 국민의 자산을 증식하는 데 기여하고, 헤지펀드 운용사는 공매도 꾼이라는 선입견에서도 벗어나고 싶다"고 밝혔다.


조한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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