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파트단지 재건축과 공공성

머니투데이 박인석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잠실5단지 재건축 설계공모 운영위원) | 2018.08.14 04:00
잠실5단지 재건축 설계공모 당선작이 결정되고 설계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된다.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사업인 만큼 설계내용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하기도 하거니와 타이밍도 좋지 않았다.

공모전을 주관한 서울시는 강남 집값을 자극할까 조심스러운 데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방거리가 될 염려를 더해 당선작 공개를 주저했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재건축조합원 총회에서 당선작이 받아들여지기는 했지만 설계안 수정을 둘러싼 진통은 지속될 조짐이다.
 
어느 정도 진통은 예상한 일이다. 민간 아파트단지 재건축사업 설계공모를 공공(서울시)이 주관한다는 자체가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재산권을 가진 주민들이 공공의 시각으로 선정한 설계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설계공모를 추진한 것은 공공성 확보 때문이다. 사유재산인 민간 아파트 재건축에 공공성이 웬 말이냐 할 수 있지만 모든 건축은 공공공간에 접해 공공의 환경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공공성과 맞닿아 있다. 사유재산권도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문제는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를 정하는 일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한쪽에선 공익을 앞세우며 건물 높이나 밀도의 강력한 규제를, 다른 한쪽에선 사유재산권을 내세우며 최소한의 규제를 주장한다.
 
 
잠실5단지도 35층 이하로 규제하려는 서울시와 더 높은 층수를 요구하는 재건축조합의 대립이 첨예했다. 재건축단지들마다 비슷한 갈등과 대립이 진행된다. 잠실5단지 설계 공모는 이 같은 대립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이었다.

서울시는 일부 최고 층수를 50층까지 허용하는 대신 공공성 확보가 중요한 대로변 구역은 서울시 주관 설계공모로 설계안을 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당선작의 가장 큰 특징은 재건축사업에 포함된 주민센터, 우체국, 파출소 등 공공시설과 공공임대주택을 기존 주거동 리모델링으로 수용한 것이다. 잠실5단지는 1970년대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 15층 아파트단지라는 역사성을 지녀 전면 철거를 아쉬워한 사람이 적지 않다. 당선작가인 조성룡은 이를 잠실5단지 재건축이 갖출 중요한 ‘공공성’으로 해석했다.
 
리모델링 될 주거동은 공공시설 및 임대주택 용도로 한정했다. 조합 입장에선 분양주택의 재산가치 저하 염려 없이도 공공성을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도록 한 매우 실리적이고 지혜로운 설계안이다.
 
잠실5단지 재건축을 둘러싼 공공성과 사유재산권 대립에 아직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진통 끝에 잠실5단지 방식이 새로운 사회적 합의 모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결과가 어찌 되든 진통의 과정 자체가 우리 사회에 소중한 경험임에 틀림없다. 잠실5단지 설계공모는 우리 사회가 자주 겪어보지 않은 ‘사회적 합의 형성’이라는 민주적 과제의 시금석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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