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건물주의 딜레마' …"공실나도 임대료 못내려"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유엄식 기자, 박치현 기자, 신희은 기자, 김희정 기자 | 2018.08.08 05:20

[수익형 부동산 딜레마](종합)

편집자주 | 수익형 부동산이 흔들린다. 공실은 늘고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상가, 오피스텔 뿐 아니라 오피스도 마찬가지. 그나마 뜨는 상권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차인이 짐을 싸면 곧바로 상권 침체로 이어진다. 건물주도 자영업자도 위기다.


신도시엔 텅 빈 상가, 강남엔 '임대구함'



[수익형 부동산 딜레마]①3.3㎡당 3000만~4000만원 상가 높은 임대료 불러
지난 2일 세종시 어진동의 한 대형상가 모습. 완공된지 약 2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상가가 임차상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로 남아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2016년 10월 완공된 세종시 어진동 소재 A상가는 지금도 상가 대부분이 텅 빈 채로 남아 있다. 지상 6층 연면적 6만6442㎡ 규모로 상가 277실, 오피스 321실 등 총 598실이 공급된 대형 상가지만, 가장 목이 좋다는 1층도 영업 중인 점포는 3~4곳이 채 안돼 보였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분양가보다 싼 가격에 매물로 나온 상가도 수두룩하다.

세종시 곳곳에는 A상가처럼 건물 대부분이 비어있는 '유령상가'가 넘쳐난다. 위례나 동탄, 미사 등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대한민국의 대표 상권이라 여겨지는 서울 강남도 위기를 겪긴 마찬가지다. 공실은 늘어가는데 수익률은 갈수록 떨어진다. 상가 투자로 안정적인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던 시대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상가 공실 문제는 신도시에서 특히 심각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세종의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12%로 지난해 2분기(6.3%)보다 2배 가까이 올랐다.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이보다 높은 14.3%다.

신도시의 상가 공실 문제는 높은 공급가격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상업용지를 경쟁입찰에 붙이면서 땅값이 높아지고, 상가 분양가도 덩달아 올랐다. 이는 높은 임대료로 이어지고 자영업자의 수익을 악화시켜 줄폐업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앞서 사례로 든 세종 A상가의 경우 토지 낙찰가격은 3.3㎡당 905만~1186만원으로 세종의 평균적인 공동주택용지 가격의 약 3배에 달했다. 1층 상가 분양가는 2014년 분양 당시 3.3㎡당 3000만~3200만원으로 서울의 웬만한 상가 매매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상가 분양가 상승은 전국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 공급된 상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3097만원으로 2001년 통계수집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과 압구정동 일대 상가 곳곳에서 임대구함 딱지가 붙어 있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기존 상권 역시 높아진 매매가가 상가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 올 2분기 서울 강남구의 상가 매매가는 3.3㎡당 4686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2% 증가했고, 2016년2분기보다는 39.6%나 올랐다.

투자비가 오르니 수익률은 기대치를 밑돌 수밖에 없다. 통상 상가 투자의 기대수익률은 5~6% 선이지만 올 2분기 서울의 임대수익률은 4.6%에 머물렀다. 강남(3.5%)과 서초(2.9%), 마포(4%) 등 주요 상권은 서울 평균보다 못했다.

상가의 위기는 금리인상 이후 더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가 오르면 과도한 대출을 받은 투자자는 임대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최근엔 자영업 경기 악화 등으로 상가 투자 여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올 하반기 금리인상이 실현되면 일부 지역에서는 매매가 하락 등 조정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국내 최고층 빌딩도 절반이 ‘텅텅’…침체된 오피스 시장



[수익형 부동산 딜레마]②오피스텔도 분양가 상승, 공급 과잉으로 수익률 내리막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제공=롯데물산
#국내 최고층(123층·555m) 랜드마크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14~38층은 기업 사무공간(오피스)이다. 준공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신동빈 회장 집무실을 비롯해 롯데그룹 계열사가 입주한 저층부를 제외한 중·고층부(24~38층)는 대부분 비어있다. 공실률은 56%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올해 초 롯데월드타워 오피스 임대 업무를 롯데자산개발에서 건물 지분 75%를 보유한 롯데물산으로 넘겼다. 내년까지 공실률을 20~30%대로 낮추는 게 목표다.

◇침체된 오피스 임대시장…렌트프리, 공유오피스 증가

경기 둔화 여파로 오피스 임대 시장이 침체 국면이다. 경영이 어려워진 입주 기업들이 높은 임대료 부담에 속속 짐을 빼면서 공실률이 높아졌고, 시설이 좋은 신축 오피스 건물도 입주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오피스 공실률은 12.1%로 전기대비 0.2%포인트 상승했다. 새로운 표본으로 통계를 작성한 2017년 1분기 이후 최고치다.

권역별로 보면 광화문·종로·명동 등을 아우르는 도심권역(CBD) 공실률이 15.6%로 가장 높고 잠실·용산 등 기타권역(ETC) 15.3%, 여의도·영등포 등 여의도권역(YBD) 10.8%, 강남대로·테헤란로·서초 등 강남권역(GBD) 9.4% 순으로 조사됐다.

도심권에선 종로의 공실률 상승이 눈에 띈다. 올해 2분기 기준 종로지역 공실률은 21.1%로 지난해 2분기(11.6%)와 비교해 2배 가량 급증했다. 강남권에 속한 강남대로(19.9%)도 지난해 1분기(7.2%)와 비교해 공실률이 대폭 상승했다.

여의도권역도 대기업 계열사들이 마곡 지구도 대거 이전하면서 빈 사무공간이 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의 임대료 부담은 커졌다. 올해 2분기 서울 지역 오피스 3.3㎡당 월평균 임대료는 약 7만4000원으로 전기대비 0.1% 상승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오피스 이전을 저울질한다. 이에 공실률을 낮추기 위해 일정 기간 임대료를 받지 않지 않는 ‘렌트프리’ 제공 사례가 늘고 공유오피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매력 떨어지는 오피스텔 투자

오피스텔도 투자 매력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04%로 2007년 상반기(6.79%) 이후 11년 연속 하락했다.

오피스텔은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낮고, 공사기간이 짧아 환금성이 좋다는 이유로 인기를 끌었다. 2006년 1조8000억원 규모였던 오피스텔 거래 자금은 2015년 10조원을 돌파했고, 전국 오피스텔 입주물량도 2009년 6644실에서 올해 7만9132실로 크게 늘었다.

돈이 몰렸지만 수익률 전망은 밝지 않다. 분양가는 계속 오르는데 임대료 상승은 더뎌서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오피스텔 평균분양가는 3.3㎡당 561만원에서 788만원으로 뛰었으나 같은 기간 임대수익률은 8.13%에서 5.23%로 낮아졌다.

내년까지 전국에 14만실이 넘는 오피스텔 입주가 예정된데다 지난해 8.2대책 이후 조정대상지역에서 오피스텔 분양권전매가 금지돼 환금성도 나빠졌다. 최근 주거용 오피스텔을 대체할 소형 아파트와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이 늘어난 점도 악재다.


유엄식 박치현 기자


'건물주 힘들다고?' 상인들은 말라죽는다



[수익형 부동산 딜레마]③상권 조성도 안된 곳에 월 임대료 '300만원'
세종시 상가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과도한 임대료 인상은 임차상인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특히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신도시의 상가 입점은 높은 임대료에 비해 매출은 적어 폐업으로 이어지기 쉽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투자수요가 상업용 부동산으로 옮겨가면서 임대료 인상 등으로 임차상인들의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비싼 값에 상가를 매입한 건물주는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임차상인은 조기 폐업 또는 입점을 연기해 공실이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고가에 분양한 수익형 부동산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위례신도시 중심부 상가건물들은 현재 상당수가 공실이다. 2~3년전 분양당시 가격은 3.3㎡당 최대 1억원에 육박했고 상가 임대료도 1층, 33㎡ 기준 월 300만원대에 달한다.

위례신도시 소재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월 300만원대 월세와 인건비를 감당하려면 프랜차이즈나 유명 브랜드가 입점하지 않는 한 힘들다"며 "월세가 할인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비싸 입점을 포기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정부종합청사가 이전한 세종시에서도 높은 임대료 때문에 임차인이 떠나 비어진 상가를 쉽게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상가가 평일 낮 시간을 빼곤 내방객이 드물어 영업을 해도 임대료와 인건비를 맞추기 어렵다.

세종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상가 분양 당시에는 정부청사와 아파트가 가까워 어느 정도 수요가 받쳐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평일 점심 시간을 빼곤 사람을 볼 수 없다"며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가게 집기를 그냥 둔 채 문을 닫은 식당도 많다"고 말했다.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높은 임대료를 내고 입점했다가 몇 년 버티지 못하고 내몰린 셈이다. 반면 건물주들은 공실이 길어져도 좀처럼 임대료를 조정하지 않고 버틴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를 한 번 들이면 5년간 임대료를 원하는 만큼 올릴 수가 없어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라며 "임차 상인들도 '장밋빛 미래'만 보고 상권이 조성되지 않은 곳에 입점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희은 기자



상권도 양극화… 된다 싶으면 '둥지내몰림'



[수익형 부동산 딜레마]④해운대 옛 역사 뒤편엔 '해리단길', 동대구역은 공실률 16%p↓
핫플레이스로 떠올라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 중인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사진=김희정 기자
부산 해운대 옛 역사 뒤편, 폐역사 뒤 낡은 주택과 근린상가 주변에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이 늘어나 '해리단길'이 됐다. 해운대 해변가 상가 임대료가 치솟자 허름한 주택가에 새 상권이 형성된 것.

점포당 월세가 30~50만원에 불과했던 이곳은 최근 1년 새 100만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부산에선 이미 해리단길 외에 전포동 카페거리와 구남로가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서울 유명상권 뿐 아니라 지방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된다' 싶은 상권이나, 새롭게 조성된 상권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이 여지없이 진행된다.

'샤로수길'로 불리는 서울대입구역과 재개발 효과를 톡톡히 본 왕십리상권이 대표적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이 지역의 임대가격지수(중대형상가)는 각각 1.71%, 1.35%씩 올랐다. 강남역, 홍대, 명동 등 '서울 3대 상권'의 공실률이 상승한 것과 상반된다.

기존 주택을 리모델링한 후 세입자를 찾고 있는 연남동의 주택가. 비싼 홍대의 임대료를 피해 자영업자들이 하나둘 연남동에 둥지를 틀자 단독주택을 근린생활시설로 개조하는 붐이 불었다./사진=김희정 기자
비싼 홍대 상권을 떠나 자영업자들이 옮겨간 연남동도 한 블록 건너 한 블록이 리모델링 중이다. 홍대 상권의 소형상가 공실률이 17.2%로 수직 상승한 반면, 연남동은 최근 홍대역 주변을 넘어 가좌역에 가까운 경의선숲길 끝자락까지 손바뀜이 일어났다.

종로 익선동도 수표로28길을 중심으로 디저트 카페와 이색 식당들이 들어서자 인근 한옥 단독의 호가가 3.3㎡당 5000만~6000만원이다. 건축면적 기준으론 3.3㎡당 8000만원을 웃돈다.

서울역 도시재생 이후 서울역 소형상권도 유동인구와 임대수요가 늘어나 임대료가 오름세다. 잠실석촌호수 인근 송리단길과 용산 아모레퍼시픽 옆 용리단길도 최근 뜨는 상권이다.

주택을 통으로 매입해 리모델링한 해방촌의 한 건물. 골목이 정비되는 효과도 있지만 인근 임대료는 치솟을 수밖에 없다./사진=김희정 기자
지방에선 복합환승센터를 오픈한 동대구역상권의 2분기 공실률이 16.1%포인트(p) 급락했다. 부산 광안리(중대형상가 기준)의 공실률도 전 분기보다 0.6%p 하락했다. 제주도는 노형오거리와 서귀포도심 접근성이 양호한 상가를 중심으로 임대료가 0.57% 올랐다.

이들 지역도 젠트리피케이션의 '역공'에서 자유롭지 않다. 임대료 상승으로 자영업자가 손 들고 떠나면 고유의 색깔을 잃고 상권도 위축된다. 유동인구 상승에 따른 자영업 매출 증가보다 지대 상승속도가 빠르다는 게 문제다.

임대료 상승으로 가로수길, 세로수길, 재개발 구역 내 이태원 등을 거쳐 또 매장 이동을 검토 중인 오너 쉐프 A씨는 "지금 자리에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권리금을 받을 수 있는데 최근엔 상권이 위축돼 새 임차인이 들어오질 않는다"며 "권리금을 받기 위해선 장사가 전만큼 안 돼도 쉬쉬할 수밖에 없고 막상 옮기자니 갈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 해방촌 일대에선 어렵지 않게 리모델링 중인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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