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소유’도 ‘공유’도 싫다... 난 구독하며 산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김지현 기자, 강기준 기자, 조성훈 기자 | 2018.08.02 05:00

[구독경제가 뜬다] (종합)

편집자주 | 전통적인 상품경제에서 소비자들은 ‘산만큼 기업’에 물건 값을 냈다. 그런데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부상하면서 이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쓴 만큼 주인’에게 돈을 내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공식이 아예 뒤집히고 있다. 산만큼,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먼저 내놓고 쓰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부상하고 있다.


“소유도 공유도 싫다”…월정액 내고 구독하며 산다



[구독경제가 뜬다] ① ‘상품경제→공유경제→구독경제’…구매 건너뛰고 구독으로 소비


술을 마신다고 생각해보자. 맥주 한 병 사거나 맥주 한잔 마신 뒤 돈을 낸다. 그렇다면 이렇게 마시는 건 어떤지?

매달 9.99달러 회비를 내면 수백 개 맨해튼 술집에서 매일 칵테일 한 잔 마실 수 있는 미국 스타트업 후치(Hooch). 월가의 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투자한 회사다. 지난해 매출이 200만달러(22억원). 술집은 홍보가 되고 딱 한 잔으로 끝나는 게 아니어서 장사가 된다. 고객은 1만원 회비에 언제든 공짜 술이다.

혹은 이건 어떤지. 일본 기린맥주는 매달 7,452엔(7만5000원) 회비를 내면 한 달 두 번 양조장에서 갓 만든 생맥주를 정기 배송해 준다. 특수페트병과 전용맥주서버를 함께 주는데 꼭지만 틀면 집이 호프집이다. 술도 먹은 만큼 내는 게 아니라 월정액 내놓고 마시는 시대다.

술뿐이 아니다. 속옷, 생리대, 영양제, 콘택트렌즈, 과자, 커피, 전자책, 자동차 등 물건뿐 아니라 병원과 영화관 관람, 매장 임대 등 서비스까지 수많은 분야에서 월정액 서비스가 시도되고 있다. 산만큼, 쓴 만큼 내는 것이 아니라 월 구독료 내고 회원 등록한 뒤(subscribe) 물건이나 서비스를 받아쓰는 것이다. 바로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시대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구독경제는 수백 년 넘은 소유 개념을 해체하며 새로운 경제생활을 만들고 있다.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을 소유(ownership)에서 가입(membership)으로 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리포트에 따르면 2016년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약 4200억 달러(469조원)이고 2020년에는 5300억 달러(59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구독 서비스 이용자가 1100만 명에 달한다.

구독모델의 효시를 따지자면 신문이다. 하지만 구독경제라는 경제현상이 자리 잡게 된 계기는 월정액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 영상을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성공이다. ‘넷플릭스 모델’이 디지털콘텐트를 넘어 전 방위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스타트업 ‘무비패스’는 월 9.95달러를 내면 한 달 내내 매일 극장 가서 영화 한 편씩 볼 수 있는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1편 값으로 최대 30편을 보는 셈이다. 회사는 이용자가 어떤 종류의 영화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 데이터를 팔아 돈을 번다. 월 회비 149달러(17만원) 내면 수시로 가서 검진받는 병원도 생겼다.

구독경제는 정기배송 모델이 등장하면서 더 다양해지고 있다. 월정액 내면 매달 한 번 면도날 4~5개를 집으로 배송해주는 미국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이 2011년 창업해 성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회사는 창업 5년 만에 320만 명 이상 회원을 확보하면서 유니레버에 10억 달러에 매각됐다. 그러면서 이 모델 자체가 칫솔, 란제리 등 전 상품분야로 확산됐다.

내구성 높은 고가 제품에 대해서는 정수기 렌탈과 유사한 구독경제 모델이 시도되고 있다. 패션 스타트업들은 월정액 내면 추가비용 없이 디자이너 브랜드의 드레스, 액세서리, 구두 등을 골라 입고 반납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고 벤츠나 BMW 등은 월정액 내면 마음에 드는 차를 골라 타다 싫증 나면 수시로 바꾸는 구독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도래는 소비가 매번 번거로운 구매과정을 건너뛰고 즉각적인 이용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덕분에 기업은 고객을 붙잡아 두면서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관계가 새롭게 맺어지는 셈이다.

구유나 기자



“왜 매번 사러가?”…면도날, 란제리, 생리대, 칫솔, 영양제 ‘정기구독’



[구독경제가 뜬다] ② 인공지능 개인맞춤, 선택장애 고객위한 큐레이션 정기배송도 등장

사진=달러 쉐이브 클럽

115년 동안 세계 면도기 시장을 장악해온 질레트는 최근 5년간 미국시장 점유율이 20% 포인트나 줄었다. 2011년 면도날 정기배송 스타트업 ‘달러 쉐이브 클럽(Dollar Shave Club)’이 등장하면서다. 이 회사는 월정액을 내면 매달 4~6개씩 면도날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매번 면도날을 사러 가야 했던 남성들이 열광했다.

달러 쉐이브 클럽이 성공하면서 수많은 제품에 정기배송모델을 적용한 시도가 잇달았다. 미국 전동칫솔 스타트업 ‘큅’(Quip)은 매달 5달러를 내면 석 달에 한 번 칫솔모를 보내주는 모델로 6000만 달러(670억원) 투자를 받았다. ‘허블(Hubble)’은 월 30달러 내면 일회용 콘택트렌즈 60개씩 매달 보내주고, ‘롤라(Lola)’는 탐폰,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한 달에 한 번씩 배송한다. 초기 정기배송모델은 소비자들이 주기적으로 사야 하는 상품들이 많았다.

그러다 정기배송모델은 개인맞춤 서비스와 결합 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등으로 고객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배송하는 것이다. 영양제를 정기 배송하는 스타트업 ‘케어오브(Care/of)'는 고객이 설문에 답하면 전문의가 최적의 영양제 조합을 만들어 매달 배송한다.

란제리 회사 ‘아도르 미(Adore me)’는 인공지능이 취향을 분석해 고객에게 가장 맞는 브래지어 등 속옷을 배송해준다. 2017년 매출이 1억 달러(1060억원)에 달했다. 또 스타트업 ‘큐롤로지(Curology)’는 고객의 피부 상태를 화상통화로 진단한 뒤 매달 ‘나만의 화장품’을 보내준다. 미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정기배송모델이 매월 고객의 현관문을 두드리면서 바쁜 현대인들의 소비를 관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택 장애’를 겪는 소비자를 위해 큐레이션과 정기배송을 결합한 회사들도 생기고 있다. ‘스낵네이션(Snack nation)’이라는 스타트업은 오후 출출한 직장인들을 위해 사무실 규모만 선택하면 알아서 과자를 조합해 보내준다. 건강한 과자들만 엄선한 선물상자 정기배송인 셈이다.

/사진=바크 박스

강아지들을 위해 정기 배송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바크박스(Bark box)’는 매달 강아지 장난감과 간식을 넣은 상자를 배송하는데 강아지에게 어떤 사료와 장난감을 사줘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애견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2017년 매출이 1억5천만 달러(1600억원)에 달한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정기배송모델이 소비자들의 구매습관을 바꿔놓고 있다"며 “스타트업들이 귀찮았던 쇼핑을 편하게 만들면서 대형 브랜드를 위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정기배송모델 형태의 구독경제 시장규모는 2011년 5700만 달러(635억원)에서 2018년 3월 기준 29억 달러(3조2330억원)로 성장했다.

김지현 기자



넷플릭스처럼…병원, 술집, 커피, 헬스클럽, 영화관 ‘무제한 구독’



[구독경제가 뜬다] ③ 디지털콘텐트 넘어 실물로 확산…퍼줄수록 돈이 된다?


월정액 내고 영화, 드라마 등 디지털콘텐트를 무제한으로 보는 ‘넷플릭스 모델’이 디지털콘텐트를 넘어 음식료와 의료, 헬스케어로 확산되고 있다.

2011년 창업한 미국의 ‘무비패스’는 원래 월 50달러(약 5만7000원) 내면 매일 영화관 가서 한편씩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였다. 한 달 6편 봐야 본전을 뽑는 구조였기 때문에 큰 인기는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월정액을 9.95달러로 낮췄다. 1편 보는 값으로 30편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미국 전체 영화관의 91%에 해당하는 4천여개 극장에서 말이다. 대신 이 회사는 이용자들의 영화 관람 데이터를 팔고 있다. 데이터 기업들이 앞다퉈 무비패스 지분을 사들였고 회원이 급증하면서 올해 6월 기준 300만 명에 달한다.

넷플릭스처럼 무제한 사용하면 업체가 거덜 날 것 같은 분야에까지 이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월 회비를 내면 언제든 공짜로 마시거나 먹을 수 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인기다. 도쿄의 술집체인인 ‘유유'는 월 3000엔(3만원)만 내면 술을 무제한 마실 수 있다. '유유'를 운영하는 외식체인 안도모와는 최근 도쿄 내 33개 점포에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고객이 더 비싼 음식을 주문하는 경향이 있어 월정액 제도 도입 후 고객과 매출이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도쿄의 커피체인 '커피 마피아'도 월 3000엔에 무제한으로 커피를 마시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월평균 고객 방문율이 20배나 높아졌다.

/사진=펠로톤

의료분야에서도 넷플릭스 모델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한 병원 '포워드'는 월 149달러(약 17만원)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마트에 가는 것처럼 수시로 병원 가서 건강을 체크할 수 있고 넷플릭스 영화를 보듯 앱을 통해 의사와 24시간 상담을 할 수 있다. 물론 큰 질병을 치료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디스캐너를 통해 사전에 병을 진단하고 유전자 분석도 진행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 최고경영자(CEO) 등 IT 거물들도 이 회사에 1억1000만달러(1300억원)를 투자했다.

넷플릭스 모델을 접목한 헬스클럽도 있다. 2012년 창업한 ‘펠로톤’(Peloton)이라는 회사는 실내자전거와 무제한 운동수업 동영상 콘텐트를 결합했다. 실내자전거를 구매한 뒤 월정액 내고 실내자전거에 부착된 태블릿PC로 4000여개 수업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전거를 사지 않더라도 월 12.99달러를 내면 영상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창업 4년 만에 연매출 1억7000만 달러(1903억원)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모델’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무제한 콘텐트 이용모델의 경우 신규가입자 증가는 언젠가 한계를 보이겠지만 콘텐트 투자는 계속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실적이 둔화할 수 있다는 것. 무제한 상품 이용도 무료이용에 이은 추가적인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손해 보는 장사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유나 기자



정수기처럼…포르쉐, 명품 옷, 가구, 매장도 ‘렌탈 구독’



[구독경제가 뜬다] ④ 자동차, 명품의류, 가구, 매장까지…사는 대신 월 구독

포르쉐 월구독 서비스인 '포르쉐 패스포트' /사진=포르쉐 홈페이지

포르쉐 월구독 서비스인 '포르쉐 패스포트' /사진=포르쉐 홈페이지

월정액 139달러를 내면 명품 의류를 마음대로 골라 입고 싫증 나면 반납한 뒤 또 다른 옷을 골라 입는다. 매월 2000달러를 내면 포르쉐도 바꿔가면서 탈 수 있다.

자동차, 명품 옷, 가구, 심지어 사무실까지 소유하기엔 부담스럽고 몇 년 쓰고 나면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고가 제품들에조차 구독경제가 부상하고 있다. 월 구독료 내고 쓸 만큼 쓴 뒤 돌려주고 다시 다른 제품을 받아쓰는 것이다. 정수기에서 봤던 렌탈 방식의 구독경제이다.

자동차업계는 월 구독료를 받고 고급 차종을 마음껏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원하는 차로 바꿔가며 탄다는 점에서 같은 차종을 일정 기간 임대하는 리스와는 다르다. 볼보는 올해 봄부터 월 600달러에, 캐딜락은 지난해부터 월 1800달러에 이러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포르쉐는 월 2000달러부터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고, 벤츠와 BMW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고객들은 일정금액만 내고 차량을 고른 뒤 날짜와 장소만 택하면 된다. 그러면 자동차 회사 직원이 집 앞까지 차를 배송해주고 타다가 중간에 얼마든지 다른 차로 바꿀 수 있다. 유지보수도 회사에서 알아서 해준다. 돈만 내면 더 이상 신경 쓸 게 없는 셈이다.

월정액 내면 매장을 임대하고 물건까지 팔아주는 업체도 생겼다. 지난해 초 창업한 미국 스타트업 ‘불레틴’은 거리의 매장을 월 구독료를 받고 빌려준다. 요지의 매장을 빌리려면 임대료 비싸기 때문에 이 회사는 매장을 쪼개서 선반 한 칸, 벽 한 면씩 빌려준다. 매장을 빌리고 싶은 업체는 필요한 공간만큼만 예약하고 빌려 쓰면 된다. 물건만 보내면 알아서 팔아준다.

매장을 쪼개서 임대해주고 물건도 대신 팔아주는 스타트업 '불레틴' 매장 모습. /사진=불레틴 홈페이지

패션업계도 명품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월 구독 방식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트리밍’이라는 스타트업은 명품의류 등을 월 139달러만 내면 한 번에 3개까지 보내준다. 반납 후엔 새 주문을 할 수 있다. ‘르 토트’는 월 49달러에 횟수 제한 없이 옷을 입고 돌려줄 수 있다.

한번 산 침대와 장롱은 최소 10년을 써야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됐다. 가구 스타트업 ‘페더’는 월 35~200달러를 내면 가구를 빌려 쓸 수 있다. 3~12개월 기간도 선택이 가능하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Z세대는 소유보다 경험을 추구한다. 비싼 제품으로 과시하기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빌리는 것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영국 BBC는 "사람들은 이제 소비재를 소유하는 대신 '인생의 구독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기준 기자



월1만원 매일 공짜관람 ‘무비패스’의 위기…‘넷플릭스 모델’ 한계는



[구독경제가 뜬다] ⑥ 순식간에 300만 가입자…하지만 회원 늘수록 손실 느는 구조 해결 못해

/사진=무비패스


월정액만 내놓고 나면 영화, 드라마 등 디지털콘텐트를 마음껏 볼 수 있는 넷플릭스의 등장은 소비의 개념을 ‘구독’으로 넓혔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모델'을 다른 분야에 적용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등장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무비패스는 매월 9.95달러 내면 영화관 가서 매일 영화 1편씩 볼 수 있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1편 값으로 월 30편을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런 획기적인 서비스로 2018년 6월 기준 회원이 300만명으로 급증했고 미국 언론들은 '오프라인판 넷플릭스'라고 불렀다. 대신 무비패스는 데이터 판매를 수익모델로 삼았다. 이용자들이 어떤 영화를 얼마나 자주 보는지 행동패턴 데이터를 판매하는 것이다. 영화사는 이를 제작여부, 마케팅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다. 9.95달러라는 가격정책을 시행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지난달 27일 무비패스가 일부 고객들의 티켓 비용을 지불하지 못해 500만 달러를 급히 빌렸다는 사실이 보도됐고, 같은 달 30일 이 회사 CEO 미치 로우는 회사 자금사정이 안정될 때까지 2주 동안 ‘크리스토퍼 로빈’(Christopher Robin), ‘메가도론’(The Meg) 등 개봉예정작 2편에 대해서는 티켓 값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관객이 몰릴 것 같은 영화는 예매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모델자체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최저가 전략이 가능했던 것은 판매자가 할인가격을 정하고 부담을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아마존 플랫폼에서 워낙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는 기꺼이 부담을 떠안았다.

하지만 무비패스는 이용자의 공짜구매에 따른 비용을 영화관이나 영화배급사가 아니라 전적으로 자신이 떠안는 구조이다. 영화관에서 티켓을 정가에 사서 고객에게 지급한다. 예를 들어 뉴욕의 이용자가 월 회비 9.95달러를 내고 14달러짜리 영화를 20편 관람(280달러)했다면 무비패스는 270.05달러(9.95달러 – 280달러)를 부담해야 한다. ‘어벤져스:인피니트 워’ 개봉당시엔 무려 115만 장의 티켓 값을 내기도 했다. 회원이 많아질수록 손실이 쌓이는 구조이다.

/사진=무비패스


이 때문에 무비패스는 2017년 9월부터 지금까지 매달 약 20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18년 1분기 매출은 4860만 달러인데 손실은 이보다 2배 많은 9380만 달러였다. 지금까지는 받아놓은 투자로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티켓 값 지불여력이 바닥이 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실탄마저 다 써버렸음이 증명된 것이다.

무비패스 투자자 마이클 아리안도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무비패스가)자선사업가라도 되는 줄 아는가”라고 반문하며 “나는 무비패스에 가입함으로써 매달 70달러를 아낄 수 있었지만 이 회사에 투자하는 바람에 그 이상을 잃었다“고 말했다.

무비패스가 데이터판매를 수익모델로 삼겠다는 전략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 회사는 “빅데이터 회사가 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페이스북 등 IT기업들의 데이터 수집과 관련해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회원들의 정보를 모아 데이터업체에 팔겠다’는 무비패스의 모델은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 3월 무비패스가 회원들의 위치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일부 사용자들은 탈퇴하겠다며 항의성명서를 냈고 당일 주가는 무려 8% 가까이 폭락했다. 경영 컨설턴트 에디 윤은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기고에서 “무비패스는 ‘무제한’과 ‘구독’이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했다”며 “구독모델은 그들(무비패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서비스이고 그들이 모든 걸 뜯어고치지 않는다면 무모한 구독모델의 실패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지현 기자



서울의 카페, 주점도 월정액 서비스..."한 달 동안 맘껏 즐기세요’



[구독경제가 뜬다] ⑥ 월정액 회원 통해 고정매출 확보...교차구매 유도 가능

국내 첫 무제한요금제를 시행한 W카페/사진=위메프


#직장인 김모(여 ,33세)씨는 사무실인 서울 강남 인근의 한 커피전문점을 자주 이용한다. 주변에 커피전문점들이 즐비하지만 이 커피전문점은 한달에 2만9900원만 내면 무제한으로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 수 있어서다. 김씨는 "예전에는 한달에 커피값만 10만원 이상 썼는데 맛도 뒤지지않고 월정액이라 가격도 저렴해 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와 같은 무제한 월정액 서비스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가 운영하는 'W카페'다. 한 달에 2만 9900원 짜리 '무제한패스'를 사면 한 잔당 1990원인 아메리카노를 무제한으로 마실수 있다. 또 5만 9900원을 내면 모든 커피와 차를 이용할 수 있다.

단 첫 주문뒤 재주문은 3시간 마다 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한 달에 16잔 이상을 마시면 돈을 버는 셈이다. 회사측은 이용자수나 매출은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증가세라고 밝혔다. W카페는 서울 강남 일대에 6개 매장을 운영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월정액 회원들을 통해 고정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고객이 커피 외에 음료나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동반자들의 구매도 유도할 수 있어 수입이 괜찮다"고 설명했다.

데일리샷 스크릿샷/사진=데일리샷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회원에 가입하면 회원가게로 등록된 카페나 펍에서 수제맥주와 와인, 칵테일을 주문할 경우 첫번째 잔을 무료로 마실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모바일앱인 '데일리샷'이 제공하는 회원제 웰컴 드링크 서비스다. 현재 서울 홍대나 신촌, 이태원, 강남 등에 회원 매장이 50곳이 넘는다. 매장 입장에서는 이 앱을 통해 고객을 모으거나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다.

전자책도 음원처럼 월정액으로 무제한 구독하는 서비스가 늘고 있다. 전자책 업계 1위 리디북스는 지난 3일 구독형 서비스 ‘리디셀렉트’를 선보였다. 월 이용료 6500원에 원하는 책을 10권까지 골라 구독할 수 있다. 한 번에 구독 가능한 책은 10권이지만 반납과 재구독이 자유롭다. 책을 다 읽었거나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싶다면 기존에 구독한 책을 반납하고 새로운 책을 빌리면 된다. 현재 월 정액제로 이용 가능한 책은 1000여권으로 그동안 리디북스 플랫폼에서 평가가 좋았던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구성됐다.

리디셀렉트/사진=리디북스

앞서 '밀리의 서재'가 지난해 10월부터 9900원에 전자책 2만권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월정액 서비스를 내놓은 바 있다. 교보문고의 전자책 브랜드 ‘샘’도 월 구독형 모델 ‘스페셜 콘텐츠 상품’을 월정액으로 제공한다. 가격은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1만원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정액 서비스는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을 줄여주고 기업은 충성도 높은 고객을 꾸준히 유인할 수 있는 윈윈모델"이라며 "최근 모바일앱을 통해 고객모집이나 관리가 수월해진 것도 월정액 서비스가 확산되는 배경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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