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즉시연금 폭탄…연간 순이익보다 많은 보험금 물어낼 판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8.08.02 03:57

일괄구제 적용시 20개 생보사 총 7747억 추가 지급해야, 연간 당기순이익 훌쩍 넘어…RBC도 타격 불가피

금융감독원이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대해 만기환급 재원(책임준비금)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연금으로 추가 지급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일부 중소형사는 연간 순이익의 두 배 가까운 돈을 보험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보험금 지급을 위한 거액의 준비금을 쌓아야 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비상이 걸린 보험사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보험사별 즉시연금 추가 지급금액 현황’에 따르면 삼성생명을 비롯해 국내 20개 생명보험사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관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라 총 7747억원의 보험금 및 이자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

보험사별로는 삼성생명(4200억원), 한화생명(851억원), 교보생명(640억원) 순으로 추가 지급 규모가 컸다. 중소형사는 금액은 ‘빅3’보다 적지만 순이익 규모와 비교할 때 부담은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됐다.

‘빅3’ 다음으로 추가 지급 규모가 많은 곳은 KB생명으로 391억원에 달한다. KB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210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다.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KB생명의 지난 1분기 보험금 지급여력(RBC) 비율은 203.7%인데 391억원에 대한 보험금을 한꺼번에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93.2%로 10.5%포인트 가량 급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DGB생명은 지난해 순이익(126억원)의 1.5배에 해당하는 188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는 지난 1분기 179.8%였던 DGB생명의 RBC 비율을 175%대로 떨어뜨릴 수 있는 규모다.

BNP파라비카디프생명은 177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특별계정 평가이익이 발생해 약 190억원 가량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연간 순이익이 30~40억원에 불과한다. 보험금 지급에 따른 RBC 비율 하락폭은 20%포인트 수준에 달한다. 다만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지난 1분기 기준 RBC 비율이 340%대로 높아 RBC 비율이 급락해도 재무건전성은 탄탄하다.


지난해 적자를 낸 KDB생명, 현대라이프생명도 각각 249억원, 64억원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이들 보험사는 실적뿐만 아니라 재무건전성도 안정되지 않아 부담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분기 기준 RBC 비율은 KDB생명 154.4%, 현대라이프생명 157%다.

이밖에 동양생명(209억원), 미래에셋생명(200억원), ING생명(125억원), ABL생명(119억원), 처브라이프생명(86억원), 흥국생명(85억원), 하나생명(79억원), IBK연금보험(29억원), AIA생명(25억원), 신한생명(24억원), 푸르덴셜생명(4억원), DB생명(2억원) 등 거의 모든 생명보험사가 금감원의 일괄구제제를 적용받으면 수백억~수십억원의 보험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보험금은 한꺼번에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보험 만기 때까지 나눠 지급해 실제로 RBC 비율이 급락하진 않지만 향후 지급할 보험금에 대한 준비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보험사가 져야 할 자본 부담은 마찬가지다.

금감원이 아직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지 않은 KDB생명과 하나생명 등에 대해서도 한 민원에 대한 분쟁 조정 결과를 유사사례에 모두 적용하는 일괄구제제를 내세워 보험금 추가 지급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들 회사는 즉시연금 보험약관이 삼성생명과 다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과 킥스 시행을 앞두고 중소형사들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즉시연금을 추가 지급하면 재무건전성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분쟁 조정 결과가 나오지 않은 보험사나 즉시연금 관련 민원이 1건도 없는 보험사에 대해서도 일괄구제제를 내세워 수십억 내지 수백억원의 보험금 추가 지급을 지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덧붙였다.

성일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일괄구제제를 강요해 민간 중소형 보험사까지 궁지로 몰아넣는 것은 또 다른 관치금융으로 비칠 수 있다”며 “금감원은 그림자규제를 지양하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책임 있는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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