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보물선에 몰린 1조, 다시 부는 보물선 광풍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오정은 기자, 김사무엘 기자, 강기준 기자 | 2018.07.20 05:30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종합)

편집자주 | 근 20년 만에 다시 등장한 보물선 테마주(株)에 증시자금 1조원이 몰렸다. 증시는 꿈을 먹고 산다지만 허황된 꿈은 상처만 남긴다. 이미 주가하락이 시작돼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고 당국도 사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묵은 보물선 테마의 실체를 검증하고 이들이 증시에서 활개치는 이유를 분석한다.


보물선에 몰린 '1조'…가라앉는 건 한순간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① 제일제강 외 4개 종목도 보물선 테마 편승하려다 실패

돈스코이호(號) /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캡처
최근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울릉도 보물선이다. 자본금 1억원의 신생회사 신일그룹이 1905년 울릉도 앞바다에 수몰된 러시아 전함 '돈스코이호(號)'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신일그룹은 이 배에 150조원 가치의 보물이 실려있다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제일제강 (1,420원 10 +0.7%) 등 신일그룹과 관련 있는 기업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급격히 거품이 꺼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신일그룹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이들이 다단계 가상화폐 판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공개되 상황을 더욱 의심케 한다.

◇제일제강 밑에 숨어있던 4개 테마주에 몰린 자금만 '1조원'=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돈스코이호와 관련, 표면적으로 나타난 기업은 제일제강이 유일하지만 물밑에선 4개의 기업을 추가로 테마주에 묶으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A사는 계열사가 신일그룹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루머가 있었고 B사는 과거 돈스코이호 인양을 추진했던 동아건설 인사들이 근무하고 있다는 게 배경이었다. C사는 선박 인양사업, D사는 제일제강 납품관계로 묶였다.

주가급등이 시작된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동안 5개 기업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총 1조원에 달했다. 제일제강이 5000억원을 넘었고 나머지는 500억~1500억원씩이었다. 이들의 평소 거래대금은 일평균 10억원 남짓에 불과했다.

거품이 꺼진 테마주들은 처참하다. 제일제강은 18일 최고가 5400원에서 현재 3100원으로 내려앉았고 A사도 40%의 손실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10일 전부터 제일제강 보물선 이슈가 메신저로 유포됐다"며 "이후 3~4개 기업을 테마주로 편입하는 시도가 이어져 투자자 피해가 커졌다"고 귀뜸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교수
◇20년 전 보물선 재탕. 투자자 왜 현혹됐나= 신일그룹이 언급한 보물선은 이미 2000년~2001년 동아건설이 인양하겠다고 한 것이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도 보물선과 해저유물, 광물개발을 내용으로 시장을 흔들었다. 2010년에는 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허위로 판명됐고 경영인들은 구속, 기업은 상장폐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풀이된 보물 테마에 1조원의 자금이 몰린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달콤한 거짓'을 믿고 싶어하는 심리가 먹혔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심리학 분석임을 전제한 후 "부동산 경기가 좋거나 증시가 좋을 때는 사람들이 근거없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양극화가 심해지고 자금압박을 받는 등 경제적 강박이 생기면 투자자들이 빠른 시간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조급증이 생긴다"며 "이런 현상은 경제위기 때마다 반복되는데 보물선이 이런 틈새를 파고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물선 테마가 등장한 2000~2001년은 한국증시의 IT 버블(거품)이 꺼져 숱한 '주식 파산자'들이 생겨났던 시기였다. 2000년 3월 2834.40(현 기준으로 수정)이었던 코스닥 지수는 그해 연말 525,80으로 추락했다. 이듬해는 카드대란까지 발생했다. 2010년~2011년 CNK인터내셔널의 다이아몬드 파동 때도 이와 유사했다.

◇보물테마 등장, 증시 침체기와 일치…당국 "신일그룹 주시"= 최근 역시 경기둔화와 증시급락,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어려움이 큰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신일그룹은 '보물선'에 자사의 '가상화폐'와 '주식대박'을 세트로 묶었기 때문에 폭발력이 컸다는 평가다.

당국에서도 신일그룹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물선 투자 주의보를 발령했고 한국거래소도 주가조작 의혹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조사를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언론에서 보물선과 관련한 세밀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 과열을 막는 데 큰 도움을 줬다"며 "불공정 거래와 무분별한 테마주 생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보물선이 사기라는 고소가 접수될 경우 곧바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신일그룹은 이미 이름이 비슷한 신일광채그룹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반준환, 이태성, 오정은 기자




"100배 수익 보장" 투자자 홀리는 신일그룹 정체는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②보물선과 코스닥, 스캠코인까지…"신일그룹 사기" 검찰 고발도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사무실 전경.
"신일골드코인은 지금 120원에 할인 판매 중이며 9월30일 상장 예정 가격은 1만원 이상입니다. "(신일골드코인 홈페이지 설명)

코스닥 상장사 인수와 가상화폐 공개(ICO)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보물선을 인양해 15조원을 투자자에게 분배한다는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보물선과 코스닥, 가상화폐 다단계 판매까지 얽힌 신일그룹 정체가 결국 주가조작과 스캠코인(사기코인) 발행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한 차원 진화된 작전세력' 아니냐는 우려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100배 수익 약속' 가상화폐로 제일제강 인수 의혹=과거 주식시장에서 무자본 M&A(인수합병)는 주로 사채를 끌어다 자금을 댄 뒤 회사를 인수하고, 회사 자금으로 다시 사채를 갚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신일그룹은 가상화폐 ICO라는 신종 수법으로 투자금을 조달, 제일제강을 인수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일그룹은 5월부터 3차례에 걸쳐 신일골드코인 프리세일을 진행했다.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을 개당 200원에 7월 말 공개(ICO)하고 9월30일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예정인데 상장 예정 가격은 1만원이라고 밝혔다. 1차~3차 판매에서 신일골드코인 판매 가격이 개당 30원~120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100배 이상의 수익을 약속한 것이다.

ICO에 앞서 가상화폐를 투자자들에게 사전 판매하기 위해서는 코인 발행목적, 규모, 운용계획을 밝힌 백서(white paper)를 공개해야 하는데 신일골드코인은 백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한 가상화폐 투자자는 "코인 프리세일을 진행하면서 백서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건 명백한 사기코인이라는 의미"라며 "코인 전문 투자자라면 홈페이지만 봐도 사기코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중장년층과 노년층 등 잘 모르는 사람들이 200~300만원씩 투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6월 진행된 1·2차 신일골드코인 프리세일에서 약 20억원의 자금이 모인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진행 중인 3차 세일에선 8억4000만원 어치 신일골드코인을 판매 중이다.

신일그룹은 이렇게 모집한 자금으로 코스닥 상장사 제일제강 (1,420원 10 +0.7%)의 인수 계약금을 지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4월 유지범 신일그룹돈스코이호국제거래소 회장이 상장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며 "신일골드코인으로 상장사를 인수하는 최초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류상미 신일그룹 대표와 최용석 씨피에이파트너스케이알 회장은 제일제강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18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오는 25일에 중도금 8억76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신일그룹은 사기" 돈스코이호 법적 분쟁 비화=신일그룹의 보물선 발견과 정체를 둘러싼 논란은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신일그룹과 이름이 비슷한 신일광채그룹이 돈스코이호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홍건표 신일광채그룹 회장은 "돈스코이호는 내가 2000년대 동아건설에 근무할 때 발견했으며 신일그룹이 최근 발견했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신일그룹은 인양 신청도 안 해놓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어 사기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남부지검에 신일그룹 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신일광채그룹은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해 지난해 7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매장물 발굴 허가신청을 했고 현재 보완서류를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일그룹은 신일광채그룹의 주장이 허위라며 반박에 나섰다. 신일그룹 관계자는 "2000년 동아건설이 발견한 것은 돈스코이호가 아니고 최근 우리가 발견한 것이 진짜 돈스코이호"라며 "침몰선은 최초 발견자가 소유한다는 국제관례에 따라 우리가 소유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돈스코이호 인양을 위한 매장물발굴허가신청을 정식 접수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오정은, 김사무엘 기자




침몰선에서 다이아까지… 보물테마 20년史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③신일그룹 인양하겠다는 돈스코이호, 10년 전 동아건설 데자뷔

보물선 테마주는 이전에도 있었다. 2000년~2001년 동아건설, 삼애인더스트리, 대아건설, 흥창 등이 대표적이다. 20년 가까이 시장에 묻혀있던 테마를 이번에 제일제강이 다시 끄집어낸 셈이다. 앞선 기업들의 보물선 인양은 흐지부지됐고 주식은 결국 상장폐지되는 아픔을 겪었다.

◇보물선 인양, 결론은 주가조작으로 귀결 = 이번에 신일그룹이 인양하겠다고 주장하는 ‘돈스코이’호는 동아건설 주가조작에서도 거론된 재료였다.

동아건설이 처음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2000년 12월 초였다. “러일전쟁 때 침몰한 보물선을 찾았다”는 뉴스에 “동아건설이 탐사작업에 10억원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동아건설은 14일간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보물선 파동 와중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태였던 동아건설은 결국 2001년5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돈스코이호 인양은 ‘없던 일’이 됐고 주식은 상장폐지됐다.

또 다른 보물선 테마주였던 삼애인더스트리는 ‘이용호 게이트’로 사라졌다. 삼애인더스트리는 2001년 남해와 서해 앞바다에 침몰한 일제시대 보물선 인양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거제도 앞바다 보물선 인양에 더해 죽도 매장물 발굴, 파푸아뉴기니 금광, 제주도 천연가스 개발까지 종합 선물세트를 내놨다.

2001년초 2000원이던 주가는 그해 1만7000원까지 급등했다가 1000원대로 추락하는 등 파도처럼 요동쳤다. 당시 삼애인더스트리는 보물사업의 가치가 20조원이라며 선량한 개미 투자자들을 호도했다. 보물선 인양을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며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 자금을 끌어 들였다.

그러나 수사에 나선 검찰이 삼애인더스트리를 계열사를 거느린 G&G그룹 이용호 회장을 주가조작, 횡령혐의로 구속하면서 허망하게 종결됐다. 이 사건은 정관계 인사까지 유착된 권력형 비리로 결론나며 ‘이용호 게이트’로 정리됐다.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모습 바꾼 ‘보물’테마주 = 보물선 테마는 10년 뒤인 다이아몬드 광산으로 모습을 바꿔 재등장했다. CNK인터내셔널이라는 코스닥 기업이었는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사업을 그럴 듯 하게 포장해 주가조작에 나섰다.

CNK인터내셔널은 2010년 당시 개발권을 확보한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의 추정 매장량이 4억1600만 캐럿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5배에 달하는 양이고 당시 가치로 수조원이 넘는 수치였다. 사기꾼에 속은 외교부도 “CNK인터내셔널이 카메룬에서 최소 4억2000만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3000원대였던 주가는 보름만에 5배 넘게 올랐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 다이아몬드 광산개발을 사기극으로 결론냈다. 주가조작 주모자 오덕균 CNK인터내셔널 회장은 고점에서 주식을 팔아 9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후 카메룬으로 도주, 잠적했다.

물론 보물선 인양 작업이 사기만으로 얼룩진 것은 아니다. 1975년 신안군 앞바다 침몰 무역선에서 발굴된 유물인양과 2007년 태안 앞바다 도자기 보물선 발굴은 성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허망한 결말로 이어진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준환 기자




외신 "150조원 보물선이라고?…한국인들 돈 낭비"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④러시아 전문가들 200톤 금괴 가능성 일축

/사진=신일그룹 홈페이지
신일그룹이 150조원 가치의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발표에 대해 외신들도 잇달아 보도했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 배에 200톤에 달하는 금괴가 실렸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신일그룹의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을 전하면서 150조원 가치의 금괴를 싣고 있다는 발표에 대해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신일그룹이 설립된 지 한 달 밖에 안됐고, 자본금도 1억원에 불과해 회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키릴 콜레스니첸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선박 한 척에 모든 돈을 보관하는 건 너무 위험한 방식"이라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철도를 이용하면 위험부담이 없는데 왜 굳이 선박을 이용했을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 전쟁 당시 금괴와 금화를 싣고 울릉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 AIF도 해양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보물선 관련 발표는 관심을 끌기 위해 만들어진 이벤트"라고 전했다. 러시아 역사학자 세르게이 코르니로브도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이 있다 해도 아주 소량일 것"이라면서 "이 배를 찾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통신은 2000년 돈스코이호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례를 상기하며 금괴가 실존할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당시 동아건설은 150조원 가치의 금괴가 실린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법정관리 진행 중이었던 동아건설 주식은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2001년 상장 폐지됐다.

세르게이 클리모프스키 상트페테르부르크 중앙해양박물관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돈스코이호에 금괴를 실렸다는 어떠한 과거 기록이나 문서,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러시아의 보물선 군함 소문은 간간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실재한 적이 없었다"면서 "한국인들은 돈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서 2000년에 돈스코이호 소식을 보도한 바 있다. NYT는 당시 "금에 대한 소문만으로 투자자들이 광분하고 있다"면서 "150조원 가치에 해당하는 금괴 무게를 배가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150조원의 금괴면 여태껏 전 세계에서 채굴된 금의 10%나 해당해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강기준 기자




당국 "보물선 사기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⑤금감원·거래소·검찰 신일그룹 주목, 문제 발견시 곧바로 조사

정부 부처와 검찰 등 사정 당국이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며 가상화폐로 투자금을 모으는 신일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보물선이나 가상화폐가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있어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전날 '보물선' 테마와 관련해 투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허위정보 유포를 통한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중이다.

금감원은 "과거에도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던 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 투자자 피해가 크게 발생했다"며 "보물선 인양사업과 관련해 구체적 사실 관계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문제가 생길 경우 곧바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이상조짐을 잡겠다는 의도다.

한국거래소도 신일그룹이 투자하기로 한 제일제강 (1,420원 10 +0.7%)의 거래행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신일그룹이 제일제강의 주식을 인수한다고 한 만큼 거래소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문제가 감지될 경우 빠른 조치를 통해 피해를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나 거래소가 신일그룹의 투자 모집 행태에 대해 문제를 발견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를 통해 검찰에 보내지거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접 수사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빠르게 검찰 수사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거래소는 네이처셀 주가조작 사건을 패스트트랙 제도를 통해 검찰로 바로 넘긴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뿐만 아니라 사정기관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기관 고위 관계자는 "보물선 사건은 사기로 판명날 경우 피해자가 많을 수밖에 없어 고소가 접수될 경우 곧바로 수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사정기관도 이번 사건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신일그룹은 이름이 비슷한 신일광채그룹으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신일광채그룹은 돈스코이호의 소유권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홍건표 신일광채그룹 회장은 "신일그룹은 인양 신청도 안 해놓고 인양할 수 있는 것처럼 대대적으로 홍보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어 사기가 의심된다"고 고발장을 냈다.

홍 회장의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남부지검은 사건 검토 후 수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태성 기자




'돈스코이'둘러싼 5대 의혹…투자 주의해야



[다시부는 보물선 광풍]⑥금 200톤 실재하는지 불투명, 실재해도 150조 안돼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위치한 신일그룹 본사 건물.
신일그룹이 발견했다는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된다. 러일전쟁 당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돈스코이호에 실린 금이 실제로 150조원의 가치가 있는지, 이 배에 금이 실려있다면 신일그룹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다.

전문가들은 신일그룹 주장이 과장돼있고, 실제로 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소유권과 관련, 분쟁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50조원의 금이 있다고? 금괴 200톤 있어도 9조원=돈스코이호 열풍의 가장 큰 의문점은 금의 실존 여부다. 현재까지 이 배에 실제 금이 실렸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약 200톤의 금화와 금괴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돈스코이호는 배수량 5976톤의 크지 않은 배였다. 러일전쟁 발발 후 급히 해전에 참가했다고 알려졌는데, 전투에 참전 중인 무장함선은 식량과 포탄 적재가 우선이어서 금을 200톤이나 싣고 전투에 참여하긴 어려웠다는 지적이 있다.

돈스코이호에 실제로 금이 200톤 실려있다고 해도 그 가치를 150조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 시세는 1g당 4만5000여원으로 200톤의 가격은 약 9조원에 불과하다.

금화가 골동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금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가치를 15배 넘게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입을 모았다.

◇돈스코이호, 인양만 하면 신일그룹 소유?=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면 신일그룹 소유권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러시아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국제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행 민법 제254조는 매장물은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해 공고한 후 1년 내에 그 소유자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발견자가 그 소유권을 갖게 된다고 규정한다. 타인의 토지, 기타 물건으로부터 발견한 매장물은 그 토지, 기타 물건의 소유자와 발견자가 절반씩 취득한다는 규정도 있다.

한 변호사는 "돈스코이호가 러시아 군 소유라는 점이 인정될 경우 민법에 따라 발견된 보물을 절반씩 나눠야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침몰한 지 100년이 넘게 지났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는 법적으로 더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난파선의 소유권과 관련해서는 국내법이나 국제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우리나라에 전문가도 전무한 상황"이라며 "각 정부나 기관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배 이름이 왜 영어로? 코인은 또 뭐야? 여전히 미심쩍은 부분들=신일그룹은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 선체의 꼬리 쪽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적혀 있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제정 러시아 선박인데도 선박 명칭이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표기돼 있다는 점을 들어 의혹을 제기했다.

신일그룹 측은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어로도 적혀 있지만 식별이 불가능해 선명한 영어표기만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선박 전문가도 선박 명칭이 시대와 나라별로 다르게 표기돼 돈스코이호에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일그룹이 만든 가상화폐 신일골드코인(SGC)도 논란이다. 유지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회장은 "신일골드코인은 신일그룹에서 진행중인 실존하는 세계 최대의 150조 울릉도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담보로 그 가치가 보장되는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SGC가 사기코인이라는 우려가 크다. 백서(white paper)는 물론 기술적인 처리방식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GC는 홈페이지에 차트를 게재하고 있는데 이 차트도 허구다.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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