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반년만에 반토막' 가상통화, 안녕하신가요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이학렬 기자, 서진욱 기자 | 2018.07.19 05:00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종합)

편집자주 | 연초까지만 해도 가상통화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상징이었고 누군가에는 나라 망칠 버블이었다. 불과 반년만에 가상통화 가격은 반토막이 났고 사람들의 흥미도 옅어졌다. 하지만 관심이 떨어져 방치돼 있을뿐 시장에선 여전히 사건사고가 계속됐다. 정부는 G20 회의를 지켜보자며 기다려 왔다. 오는 21일 G20 회의를 앞두고 반년의 시장을 돌아보고 남은 과제들을 짚어봤다.


[MT리포트]자금세탁방지만 강화..반쪽에 멈춘 가상통화 규제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1>실명제 후에도 계속된 사건·사고
올 1월말 가상통화 거래실명제가 시작된 이후 가상통화 광풍은 멎었지만 가상통화 시장이 안녕했던 것은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빗썸이 지난 2월 해킹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받았고 코인네스트 대표는 지난 4월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5월엔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업비트가 유령코인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지난달엔 코인레일과 보안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자랑하던 빗썸이 해킹으로 수백억원 규모의 코인을 도난당했다.

◇반쪽만 완성된 통제시스템= 전문가들은 가상통화 시장을 통제하기 위해선 두 가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시스템 측면에서의 감시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관리할 시장 측면에서의 통제다.

지금까지 정부는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접근해 왔다. 가상통화 거래실명제가 대표적이다. 거래실명제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제도지만 이를 통해 가상통화 시장의 자금흐름을 추적할 수 있고 향후 과세의 기반도 마련됐다. 이 때문에 현재는 3개 은행만 거래실명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다른 은행들도 동참해 투자자들을 금융시스템으로 끌어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통한 접근만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래실명제 실시 이후 정부와 국회가 내놓은 유일한 대책 중 하나인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자금세탁방지 의무 강화가 핵심이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모두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토록 하고 직접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토록 하는게 골자다.

◇거래소 불투명성 막을 대책은 없다= 특금법 개정안으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에게 신고와 보안 강화 의무가 생기지만 가상통화 시장의 불투명성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내부의 시세조정, 뒷돈 받고 가상통화 상장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 의혹은 여전히 자율규제에 맡겨져 있다. 블록체인협회가 지난 11일 12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자율규제 심사 결과, 모두 통과했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은 심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믿지 않는 분위기다.

투자자들의 불안은 여전하지만 ‘지켜보자’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 내부적으론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에 대한 규제 방안, ICO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통일된 움직임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만 먼저 나서기는 어렵다는 것. 자칫 규제차익을 노린 국제적 투기 세력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이미 가상통화 시장의 열기가 꺾인 상황에서 굳이 정부가 나서 다시 들쑤실 필요가 없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공법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국내외 시장 추이를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종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금처럼 정부가 가상통화 취급업소를 방치해 둬서는 안된다”며 “가상통화 투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신고제로는 안되고 가상통화 취급업소가 갖춰야 할 요건들을 규정하고 라이선스를 갖춘 업체만 영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미국 뉴욕주는 인가제, 일본은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에선 인가제나 등록제를 시행할 경우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결과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내놓고 있다. 기존의 거래사이트들이 정부의 규제를 요구하는 것도 사실상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가상통화 시장의 한 전문가는 “취급업소간 형평성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보호”라며 “자본금 요건을 차등화해 대형, 중소형 거래사이트들이 공존할 수 있게 하는 등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가상통화 투자자, 절반은 시장을 떠났다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2>가상통화, '통화' 아닌 '자산'으로 전락
한때 전세계를 흥분시켰던 가상통화 시장은 올 1월을 기점으로 완전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에서 거래실명제가 시행된 시점이다. 실명확인된 은행 계좌로만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거래실명제는 가상통화 시장으로 몰리던 돈의 흐름을 통제했다.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하지 않은 투자자는 출금만 가능하고 입금이 불가능해지면서 자연히 가상통화 시장의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가상통화 시장의 열기가 한국의 규제만으로 꺾인 것은 아니다. 때마침 터진 일본 최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인 코인체크 해킹사고와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통화 ‘테더’ 조사 등이 가상통화 자체와 거래사이트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린 것도 영향을 줬다.

이후 전세계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고 난립하던 국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취급업소)는 은행에 실명확인 계좌 개설이 가능한 빅4 위주로 재편됐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나타나며 가상통화는 ‘통화’라는 이름을 내주고 ‘자산’으로 불리고 있다.

◇반년새 달라진 시장 풍경= 글로벌 가상통화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세계 1600여종의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지난 1월 8일 8138억7100만달러(약 919조원)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당시 하루 거래금액만 440억6050만달러(약 50조원)에 달했다. 이날 가상통화의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1만5909달러(약 1796만원)로 하루 동안 약 18조원이 거래됐다.

이후 반년이 지난 18일 오후 1시 기준 가상통화 시가총액은 2980억7800만달러(약 336조원)로 최고점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하루 거래량도 절반이 안 되는 194억7430만달러(약 22조원)로 위축됐다. 비트코인은 가격은 7426달러(약 838만원)로 절반 이상 하락했다.

국내 가상통화 시장에도 변화가 일었다. 200만~300만명에 달한다던 가상통화 투자자는 현재 실제 거래 기준으로 100만~120만 정도로 추정된다. 실명확인 계좌를 개설 기준으론 60만명 정도다. 투자자 절반 이상이 시장을 떠났다는 의미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130여개 정도로 추정되지만 실제 영업하고 있는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소위 ‘빅4’가 95% 정도를 장악하고 있어 나머지 거래사이트들의 비중은 미미하다.



◇‘통화’ 아닌 ‘자산’..공식명칭서 ‘통화’ 빠져= 가상통화의 명칭은 가상통화, 가상화폐, 암호화폐, 암호자산 등 여전히 혼용돼 사용된다. 아직 한국 정부의 공식 용어는 ‘가상통화’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가상통화는 ‘통화’(Currencies)라는 이름을 잃어가는 추세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는 지난달말 총회에서 “적절한 하나의 용어가 결정될 때까지는 ‘가상통화(Virtual Currencies)/암호자산(Crypto-Assets)’을 병기하기로 결정했다.

FSB(금융안정위원회)는 아예 연초부터 가상통화 대신 ‘암호자산’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 G20(주요20개국)에서도 마찬가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통화를 일부 지급수단으로 쓸 수 있지만 통화나 화폐로 보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세상을 바꿀 것처럼 기대를 모았던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통화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근본적으로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이 경제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달 17일 발행한 연차보고서에서 “거래 급증에 따른 분산원장 규모의 증가는 각 전산기기의 저장 용량을 초과하게 되고 이는 서버부터 개인 스마트폰까지 모든 영역을 압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산원장이란 기술 자체가 과도한 데이터량을 필요로 해 처리속도가 늦어지고 이에 따라 거래지연 등이 발생해 불편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비자카드의 경우 초당 3526건의 거래를 처리하지만 비트코인은 초당 3.30건에 불과하다.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토스의 송금거래를 블록체인으로 모두 대체할 경우 한국의 모든 서버가 필요할 정도로 엄청난 저장용량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스는 국내 송금시장의 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을 반대하는 세력의 주장일 뿐이라는 반박도 많다. 인터넷도 처음 나왔을 때는 느리고 불편했지만 결국 세상을 바꾼 것처럼 블록체인도 기술 발전으로 문제점을 극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종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중앙시스템의 보안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위·변조를 방지하는 보안기술로서 블록체인의 일부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며 ”특히 블록체인 기술은 이제 막 발전단계인데 앞으로도 계속 비효율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기자


기대했던 G20 회의, 가상통화 규제 빈손?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3>자금세탁방지 규제는 강화
올 1월말 가상통화 거래실명제 실시 이후 정부는 G20(주요20개국) 회의를 기다려왔다. “아직 가상통화에 대한 국제적으로 통일된 정의도, 규제도 없다. G20 회의 결과를 지켜보자”는게 정부의 공식 답이었다.

G20 재무장관들은 지난 3월 회의에서 “FSB(금융안정위원회)와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등 국제기구들 중심으로 가상통화 관련 이슈를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필요한 국제 공조 방안을 검토해 보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자연스레 시장은 ‘G20’이 가상통화 시장 규제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해왔다.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다. G20 회의 때 모이는 각종 국제기구들도 이번 회의에 맞춰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취급업소), ICO(가상통화 공개) 등을 연구해왔다.

하지만 이번 G20 회의 결과는 시장을 실망시킬 가능성이 크다. 현재 각종 국제기구들의 움직임을 종합해 보면 가상통화 자체에 대한 정의나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ICO에 대한 규제 방향은 아직도 통일된 목소리가 없기 때문이다.

FSB는 지난달 25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총회에서 가상통화 시장에 대해 논의했지만 “가상통화가 현재까지 금융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며 “가상통화 시장의 유동성 및 변동성 위험과 리스크 전달경로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데 그쳤다.

ICO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IOSCO(국제증권감독기구)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했다. 지난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IOSCO 총회에선 “각국의 ICO와 가상통화에 대한 대응 방식이 매우 상이한 만큼 획일적인 정책 권고 등을 마련하기보다 각국의 대응 방식을 비교, 정리함으로써 개별 국가의 정책 결정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 검토 작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유일하게 국제적으로 통일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자금세탁방지다. FATF는 지난달 2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총회를 열고 가상통화의 자금세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FATF 권고기준과 가이던스를 개정하기로 하고 이같은 내용을 G20에도 보고하기로 했다. FATF는 각국 정부에 가상통화와 관련된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적으로 G20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G20 회의에서 전반적인 규율체계까지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진형 기자



이달말 실명확인 가상계좌 재계약…'빅4 체제' 그대로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4>기존 빅4 재계약 무난할 듯

시중은행과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간 가상통화 거래용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서비스 계약이 이달말 일제히 끝난다.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기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는 재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과점체계는 유지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간 맺은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계약이 이달말 끝난다.

현재 빗썸은 신한은행, 농협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고 업비트는 기업은행과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맺고 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는 정부가 가상통화 투기 근절과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월말 도입했다. 도입 당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지속적인 자금세탁방지 노력을 유도하기 위해 6개월마다 재계약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들은 무난히 재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빗썸이 해킹으로 350억원 상당의 가상통화를 도난당하는 등 거래사이트 보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지만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와는 무관하다는 게 금융권의 판단이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는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실명 등 신원정보를 확인하고 자금세탁 우려가 있는 경우 거래목적, 자금원천 등을 추가로 확인하는 것으로 해킹 등 보안 위협에 얼마나 대응을 잘 하는지를 보진 않는다.

재계약과 동시에 시중은행들은 신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의 추가 계약도 검토하고 있으나 추가로 진입할 만한 거래사이트가 많지 않다. 올초부터 신한은행과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를 협의해온 '코인플러스'만 신규 진입 가능성이 점쳐질 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와 은행이 만들어온 체계와 노하우를 신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가 단기간에 갖추긴 쉽지 않다"며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과점 체계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없이도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지만 사용자 불편이 크기 때문에 대형 거래사이트와 경쟁하긴 어렵다. 일명 '벌집계좌'라고 불리는 집금계좌에 대해 실명확인 등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조치를 취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 은행권이 여전히 여론 눈치와 자금세탁방지 위험 때문에 새로운 거래사이트와의 계약을 꺼리고 있는 점도 영향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강화된 고객확인(EDD) 등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면 가상통화 거래사이트를 운영할 수 있다"며 "신규 가상통화 거래사이트의 진입을 막고 있지 않지만 은행의 자정 노력 등으로 집금계좌를 이용한 거래사이트수는 확연히 줄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수백종 거래되는 '가상통화', 결제수단으론 '글쎄…'



[가상통화 실명제, 반년]<5>결제 인프라 확대에도 사용성 떨어져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은 HTS코인과 손잡고 지난해 12월 150개 매장에 비트코인 간편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를 안내하는 안내 판넬 뒤로 쇼핑객들이 옷을 고르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사이트를 통해 수백종의 가상통화가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 시장에서 결제수단으로 통용되는 가상통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가상통화 결제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잇따르고 있지만 가상통화를 활용한 구매 및 판매 행위를 이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제처 늘었지만 이용사례 드물어… "제도권 통화, '어렵다'"= 17일 비트코인 정보제공사이트 코인맵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오프라인 매장은 160여곳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말과 비교하면 6개월 동안 10여곳 늘어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서울과 경기도에 대부분 매장이 몰려 있다.

결제 가능 매장에서도 비트코인으로 상품 및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은 지난해 12월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HTS코인과 함께 매장 150여곳에 비트코인 간편결제를 도입했다. 당시 고투몰과 HTS코인은 비트코인 간편결제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쇼핑몰도 열겠다며 공세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비트코인 간편결제를 외면하면서 유명무실 상태다. 지난 5월까지 열겠다던 블록체인 온라인 쇼핑몰 구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투몰 관계자는 "비트코인 간편결제 이용자들이 줄어들면서 결제 가능 매장도 줄었다"며 "비트코인으로 결제하기 전 해당 매장에 결제 가능 여부를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빗썸' 운영사 비티씨코리아닷컴은 소셜커머스 위메프, 숙박 O2O 앱 여기어때, 전자결제서비스 한국페이즈 등과 협업해 상반기 중 가상통화 결제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빗썸 관계자는 "협업 기업들과 어떤 방식으로 결제 서비스를 구축할지 계속 논의 중"이라며 "연내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초기 기대와 달리 가상통화가 결제 수단으로 정착하지 못한 이유로 급격한 가치 변화, 기술적 한계 등이 꼽힌다. 국제결제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연차보고서에서 가상통화에 대해 "발행량이 미리 정해져 있어 시장 가치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가상통화 숫자 증가는 가치 불안정성 확대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처리속도 제한, 과도한 데이터량, 거래지연 등 기술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서점에서 지역화폐 'NW'로 결제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노원구.
◇프라이빗체인에선 가능성 보여…'노원 지역화폐' 사용성 확대=탈중앙화를 배제한 일부 프라이빗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가상통화의 결제수단 정착 가능성이 보인다. 지난 2월부터 서비스 중인 서울 노원구의 지역화폐 'NW'(노원)가 대표적이다. 노원구는 지폐 또는 상품권 형태로 발행했던 지역화폐를 블록체인 기반 가상통화 NW로 개발했다. NW는 개인 또는 단체가 노원구에서 자원봉사, 기부, 자원순환 등 활동으로 얻을 수 있다. 노원구 내 가맹점에서 상품 또는 서비스 비용의 5~40%에 해당하는 금액을 NW로 낼 수 있다.

NW는 출시 4개월 만에 회원 수 3.5배(5402명), 발행액 2.5배(6500만 NW), 민간 가맹점 3배(189곳)로 늘어나는 성과를 냈다. NW 도입 전에 비해 자원봉사와 물품 기증 건수가 증가하는 선순환 효과도 창출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NW 회원과 가맹점을 늘리면서 생태계를 키워가고 있다"며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NW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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