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그동안 모르고 먹었던 '기내식의 모든것'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황시영 기자, 최석환 기자 | 2018.07.06 05:30

[기내식 대란이 남긴 것](종합)

편집자주 | '밥 없이'(no meal) 떠난 비행기 131대. 지난 1일부터 5일간 아시아나항공에서 벌어진 일이다. 장거리 비행에서 기내식은 필수이며, 안전운행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의 원인과 문제점을 점검했다.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에서 사과까지'…결국 돈문제



[기내식 대란이 남긴 것]①화재가 직접적인 원인지만 알짜사업 이권다툼...기내식 사업 영업이익 18%의 알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내식 공급 지연에 대한 입장 발표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은 지난 3월 발생한 기내식 공장 건설현장 화재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예상치 못한 화재로 기내식 공급자 교체에 차질이 생겼고, 능력이 부족한 업체에게 일을 맡기면서 사단이 났다.

하지만 이면에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 기내식 사업을 둘러싼 이권 다툼이다. 그 과정에서 무고한 하청 업체의 대표의 죽음이 발생했고,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나의 기내식 사업규모는 1280억원이다. 올 상반기까지 기내식 공급을 담당했던 LSG스카이셰프코리아의 전체 매출의 67%에 달한다.

아시아나는 보통 하루에 2만5000식을 소화하는데 7~8월 성수기에는 3만식까지 늘어난다. 작은 규모의 기내식 공장으로는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1일부터 아시아나 기내식 공급을 맡은 샤프도앤코코리아의 하루 생산량은 3000식(캐파는 1만5000식), 지난해 매출은 70억원에 불과하다.

기내식 업계 관계자는 "공장별로 폐수처리 용량 등이 정해져 있어 갑자기 생산량을 늘릴 수가 없다"며 "공간도 부족해 샤프도앤코가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럽게 물량을 떠안은 샤프도앤코는 현재 기내식 관련 인원 충원에 한창이다.

대표가 숨진 채 발견된 샤프도앤코의 협력사는 포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나는 이번 지연 사태가 포장과 배송에서 발생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포장할 물건(기내식)이 오지 않는 상황에서 포장을 완료할 수는 없다. 전반적인 생산 차질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국내 기내식 사업자는 네 곳뿐…인수인계 미흡= 샤프도앤코가 아시아나와 3개월 임시 공급계약을 맺은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불과 보름 사이에 평소 생산량의 몇 배에 달하는 양을 준비해야 했던 셈이다. 기내식은 음식 생산뿐만 아니라 포장, 보관, 운송 등에서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기내식 공급 능력을 갖춘 사업자는 대한항공, LSG, 샤프앤도앤코, CSP 등 네 곳이다. 아시아나는 지난 3월 신축공장 화재 이후 4곳과 협의를 진행했다. 대한항공은 시설부족으로 협조를 얻지 못했고, LSG와는 조건이 맞지 않았다.

아시아나는 6월 초까지 기내식 공급처를 찾지 못했고, 샤프도앤코와 CSP를 대체 업체로 선정했다. 샤프도앤코의 일 생산 캐파가 1만5000식이고, CSP에서 나머지 부족분을 채운다는 전략이었다.

LSG 협력사들이 대거 샤프도앤코와 계약을 맺고 준비에 나섰으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기존 기내식 공급업체와의 생산표준, 시스템의 차이에 대한 작업자들의 훈련 부족과 물류시스템의 미비로 기내식 지연과 미공급으로 이어졌다.

유명을 달리한 협력사 대표도 기존 LSG 협력사였다. 박 회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유족에게 사과하며 "직접 계약 아니어서 우리가 책임이 없다고 하지 않겠다"며 "여러 가지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고, 협력업체 육성에 협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샤프도앤코 협력사들은 향후 GGK에서 일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익률 18% 알짜사업 차지가 근본적 원인= 기내식 사업은 항공사업에서 알짜 사업으로 통한다. 지난해 LSG는 매출 1890억원에 영업이익 344억원, 당기순이익 2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8.2%에 달한다.

기내식 대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 알짜사업을 갖기 위한 다툼에 있다. 15년간 기내식을 공급해왔던 LSG에서 아시나아와 게이트고메(중국 하이나그룹 계열)의 합작사인 게이트고메코리아(GGK)로 공급자를 바꾼 것이 대란의 시작이다.

아시아나는 GGK에 533억원을 투자해 40%의 지분을 취득했고, 아시아나는 GGK와 30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기존 LSG에서 아시아나의 지분은 20%였다.

김수천 사장은 "LSG와는 지난 몇 년간 기내식 단가와 생산원가의 투명한 공개를 둘러싼 갈등으로 더 이상 신뢰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게 돼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상근이사 확보 등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40%의 지분만큼 이익도 공유하겠다는 전략이다.

LSG의 의견은 다르다. 모든 부분에서 아시아나와의 계약 조건을 준수해 왔으며 원가 가격에서도 항상 계약에 명시된 사항을 적용해왔다는 입장이다.

LSG 측은 아시아나의 재계약 거부를 다른 곳에서 찾는다. 금호아시아나가 사실상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에 2000억원을 투자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거절해서 계약이 종료됐다는 것이다. 때마침 중국 하이난그룹은 금호홀딩스에 1600억원을 20년 만기 무이자로 투자했다. 해당 내용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

박 회장은 "외환위기로 어려운 상황에서 LSG와 계약하다보니 계약 조건이 아시아나에 불리한 것이 많아 더 유리한 조건으로 GGK와 계약을 한 것"이라며 "하이난그룹의 투자는 기내식 공급자 선정과 관계없이 신규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계약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밥 없이 떠난 131편의 비행기…안정 찾았지만



[기내식 대란이 남긴 것]②아시아나 5일 중·단거리 노선 간편식으로 변경...미봉책 지적, 4일간 42% '노 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내식 공급 지연에 대한 입장 발표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아시아나항공 (4,095원 상승80 2.0%)의 기내식 대란이 5일 만에 급한 불은 끈 모습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머리를 숙인 지 하루 만이다. 아시아나는 이날부터 간편식 대체 등으로 기내식 서비스를 변경하고, ‘노 밀 제로’(no meal zero)를 방침으로 세웠다.

하지만 승객들의 기내식 선택권이 줄어들고,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간편식으로 대체한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기내식 서비스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상당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지원하겠다며 손을 내민 경쟁사 '대한항공'의 호의(?)는 아직 필요성이 적다는 이유로 일단은 거절했다.

5일 아시아나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기내식을 탑재하지 않거나 기내식으로 인해 1시간 이상 지연한 비행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떠난 총 310편 중 131편(42.3%)이 기내식 없이 날았고, 65편이 1시간 이상 출발이 지연됐다.

아시아나는 이날부터 기내식 서비스 구성을 한시적으로 변경했다. 메뉴를 줄이고, 간편식을 최대한 활용해 혼란을 최소화하자는 전략이다. 기존과 같은 기내식을 공급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서다.

우선 중·단거리 노선의 이코노미클래스 기내식을 스낵박스와 간편식(브리또 및 핫도그)로 바꿨다. 비즈니스클래스는 메뉴를 줄였고, 퍼스트클래스에 제공되던 사전 주문 특별식(궁중정찬)은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 같은 기내식 서비스 변경은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는 전날까지 구성품이 다 갖춰지지 않아 실린 기내식도 폐기할 정도로 혼란스러웠으나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 공급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나 아시아나는 제안은 고맙지만 현재 안정화를 거치고 있는 만큼 사양하며, 향후에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에서 승객들의 불만은 높은 상황이다. 또 기내식 대란에 고스란히 노출됐던 일선 승무원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해 있다.

한 승무원은 “간편식으로 대체했다고 정상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승무원의 피로도는 안전운항과도 직결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인천공항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했지만 불만은 쉽게 사그라 들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 직원들은 오는 6일 기내식 대란의 책임을 경영진에게 묻는 집회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질 예정이다.

이들도 대한항공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가면을 쓰고 집회에 나서 박삼구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할 것으로 보여, 대한항공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논란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1일부터 인천공항을 출발하는 아시아나항공 국제선 항공편에 기내식을 제때 싣지 못해 기내식 대란이 일어난 가운데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 공항 이용객들이 지나고 있다.


김남이 기자



10억 기내식 양대 산맥 'LSG vs. 게이트고메' 경쟁



[기내식 대란이 남긴 것]③독일 vs. 중국 회사 6억9600만식 vs 3억5000만식 年 공급

게이트고메의 기내식/사진=게이트고메
글로벌 기내식 시장은 'LSG 스카이쉐프(LSG Sky Chefs)'와 '게이트고메(Gate Gourmet)'가 연간 10억식(食)이 넘는 시장을 두고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다.

대한항공 (27,750원 상승300 1.1%)은 사내에서 기내식을 조달하지만,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른 글로벌 항공사들은 LSG 스카이쉐프 혹은 게이트고메를 통해 기내식을 '아웃소싱' 조달하고 있다.

'LSG 스카이쉐프'는 독일 LSG 그룹의 주요 케이터링(식음료 공급) 브랜드다. LSG 그룹은 루프트한자의 계열사로, 본사는 프랑크푸르트 인근 노이젠부르크에 있다.

1942년 설립됐으며 비행기 내 식음료 공급은 물론 공항 내부, 열차 내부, 카페·슈퍼마켓 등에서도 바로 갖고 갈 수 있고 미리 조리된 형태의 '레디투고(ready-to-go)' 간편식 케이터링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2억유로(약 4조1800억원), 직원수는 약 3만4000명이다.

전 세계 56개국 205개 공항에서 서비스하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글로벌 항공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기내식 시장에 6억9600만식의 기내식을 공급했다.

'게이트고메'는 스위스 취리히 태생이지만 중국 하이난그룹이 인수한 '게이트그룹(Gategroup)'의 주요 식음료 브랜드다.

게이트그룹은 1992년 스위스항공(Swissair)의 내부 케이터링으로 창립됐다. SAS, 바리그항공, 영국항공 등의 케이터링과 합병하면서 사세를 키웠으며, 1999년에는 1941년부터 케이터링 사업을 해왔던 미국 '돕스 인터내셔널 서비스'를 합병했다. 2002년 스위스항공의 모회사인 에스에어(SAir) 그룹에 합병됐으며 이후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및 채무 재조정 작업을 거쳤다.

2006~2007년에 걸쳐 크고 작은 인수·합병 작업을 거쳐 2008년 초 '게이트그룹'이라는 이름의 회사로 안착됐다. 본사는 스위스 취리히에 있지만, 2016년 4월 중국 하이난그룹이 15억달러(약 1조6700억원)에 인수했다. 2017년 기준 연간 60개국 170여곳 공항에서 3억5000만여식을 공급했다.

2003년 이후 계속 LSG로부터 기내식을 공급받아왔던 아시아나항공은 2016년 12월30일 기내식 업체 '게이트고메코리아 유한회사'의 지분 40%를 533억원에 취득키로 결정했다. 취득일은 2018년 7월 1일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은 LSG와 계약 종료 사유가 LSG 주장처럼 금호아시아나그룹(금호홀딩스)에 대한 투자 불발이 아니라고 지난 4일 밝혔다.

황시영 기자



항공사 기내식 조달 3가지 구조 들여다보니…



[기내식 대란이 남긴 것]④6단계 과정 거쳐 고객에 제공, 직접 조달에서 아웃소싱까지

아시아나항공 (4,095원 상승80 2.0%) 사태를 계기로 항공사들의 기내식 사업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내식은 통상적으로 식자재를 반입해 음식을 만들고, 이를 식기에 담은 뒤 포장을 해서 항공기에 싣는 과정까지 총 6단계를 거쳐 고객들에게 제공된다. 하지만 업체별로 기내식을 조달하는 구조는 조금씩 다르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기내식 사업을 하고 있는 대한항공 (27,750원 상승300 1.1%)은 자체 조달 시스템을 갖췄다.

기내식기판사업본부가 기내식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약 250명의 대한항공 직원들이 별도로 계약을 맺은 전문 협력사와 협업하는 구조로 기내식을 생산·공급한다.

대한항공은 인천과 경기 김포, 부산 등 총 3곳에 기내식 제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첨단 설비를 갖춘 인천 기내식 센터는 하루 4만식 생산, 2만여종의 메뉴 처리가 가능하다.

주로 상위 클래스 기내식, 종교식·당뇨식 등 특별식, 추가음식, 콜드 밀(Cold Meal), 후식류 등을 생산한다. 김포 기내식 센터는 일반석의 핫밀(Hot Meal)과 제빵류를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 부산 기내식 센터는 부산 등 내륙 출발 국제선의 기내식을 담당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하루 평균 7만5000식을 자체 항공기에 공급하고 있으며, 에어프랑스와 유나이티드항공, 브리티시에어 등 30여개 외국항공사에도 기내식을 납품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 사업을 통해 한해 동안 올리는 매출은 984억원(2017년 기준) 규모다.

1988년에 설립된 아시아나도 처음엔 대한항공과 같이 자체적으로 기내식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2003년 기내식 사업부를 루프트한자 계열의 LSG스카이셰프에 매각한 것이다. 당시에도 기내식 사업은 연매출 600억원에 영업이익이 80억원에 달하는 알짜사업이었다.

장거리 비행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내식 수요가 많지 않은 저비용항공사(LCC)는 대부분 외주업체와 계약을 맺는 형태로 기내식을 제공하고 있다. 사전에 주문한 고객들에 한해 기내식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와 같이 공급 차질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LCC 중 가장 매출 규모가 큰 제주항공 (41,300원 상승1150 -2.7%)은 LSG와 외부 도시락업체인 CSP 등 2군데 업체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다. 출발 4일 전까지 주문을 완료한 승객들의 기내식만 비행기에 싣는다. 이스타와 티웨이도 CSP와 계약을 체결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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