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역설의 정치, 역설의 경제

본지 박종면 본지 대표 | 2018.05.21 04:50
붓다는 31살에 도를 깨친 후 설법을 하기 시작했고 80살에 열반에 든다. 죽기 전까지 붓다는 49년간 설법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붓다는 이를 부인한다. “어떤 사람이 여래가 설법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여래를 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까지 말한다. ‘금강경’에서는 제자 수보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수보리여 절대 착각해서는 안 되네. 내가 일체중생을 구제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네. 왜냐하면 실제로 여래가 제도한 중생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지.”

그야말로 ‘역설’이다. 인류역사상 큰 스승이자 많은 사람을 구제한 성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붓다가 자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며, 어떤 누구도 구하지 않았다고 선언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게 진실이고 진리다. 왜냐하면 도를 깨치는 것은 스스로 하는 것이지 타력에 의지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붓다가 가르치는 ‘역설의 진리’는 불교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정치도 경제도 모두 역설이다.

당선 직전부터 1년여 재임기간 중 도널드 트럼프의 백악관 뒷이야기를 다룬 ‘화염과 분노’를 읽어 보면 트럼프가 이끄는 백악관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리얼리티쇼 같은 좌충우돌의 연속이다. 게다가 트럼프는 지성의 대명사였던 오바마 전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인쇄물은 읽지도 않는 반문명의 사람이다.

그럼에도 집권 초기 우려와 달리 트럼프 집권 후 미국경제는 호황이고 지지율도 40%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북한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통해 70년 동안 지속된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러시아 스캔들과 섹스 추문으로 과연 얼마나 대통령직을 유지할지 걱정했던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순항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나. ‘트럼프의 역설’이고 ‘정치의 역설’이다.
그럼에도 집권 초기 우려와 달리 트럼프 집권 후 미국경제는 호황이고 지지율도 40%를 넘어 계속 오르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북한 김정은과 직접 대화를 통해 70년 동안 지속된 미국과 북한의 적대관계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 러시아 스캔들과 섹스 추문으로 과연 얼마나 대통령직을 유지할지 걱정했던 트럼프가 이렇게까지 순항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나. ‘트럼프의 역설’이고 ‘정치의 역설’이다.

‘정치의 역설’은 한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숙명적으로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실정이 없었다면 문재인정부는 출발이나 할 수 있었을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문재인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정부가 70~80%대의 높은 지지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 일등공신이다. 참으로 독특한 그의 정치행태는 20~30%를 제외한 다수의 국민을 문재인정부 쪽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역설의 진리’는 예외 없이 경제 영역에도 관통한다. ‘사람 중심의 경제’를 표방하고 나선 문재인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서민들을 위한 정책에 집중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최대 수혜자는 최근 집값이 제일 많이 오른 강남 사람들이다. 그들은 지난해 대선에서도 홍준표 후보를 상대적으로 제일 많이 지지했다.

역설은 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섰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고 7월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난다.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고 특히 청년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간다.
 
‘역설의 진리’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먼저 겸손해지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모습은 가장 바보스런 것이다. 이상은 높더라도 시작은 가장 평범하게 해야 한다. 붓다가 경고했듯이 어떤 왜곡된 상에 집착해서 스스로 위대한 지도자라 착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어린 백성인 양 어겨 모두 자신의 신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무서운 착각이다. 정치도 경제도 겸손해야 한다. 부처님 오신달 5월에 우리가 껴안아야 할 화두다.

베스트 클릭

  1. 1 이재용·최태원 'K2 바람막이' 입고 백두산 오른 사연
  2. 2 '젠틀맨' 이재용 "가방은 제가…"
  3. 3 [2018평양]'디카왕' 최태원 회장, 그 사진 좀 보여주세요
  4. 4 송이버섯 2톤, 국내 가격으로 따져보니 '최대 17억원'
  5. 5 김정은 '송이버섯' 2톤 선물…文대통령, 이산가족에게 나눠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