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조용필’ 이름 달고 ‘빅뱅’처럼 달렸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05.13 16:45

[리뷰] 12일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기쁨의 무대'로 달린 '청춘의 아이콘'

12일 데뷔 5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 '가왕' 조용필은 추억에 기대지 않고 오늘의 무대를 통해 살아있는 전설의 힘을 보여줬다. 그는 첨단 장비와 녹슬지 않은 절창으로 '신인 가왕'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가왕’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경험의 미덕을 자랑하는 대신, 막 데뷔한 신인의 자세로 추억을 고대하는 관객 4만 5000명과 만났다.

12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 경기장에서 열린 데뷔 50주년 공연 ‘땡스 투 유’(Thanks to you)에서 조용필은 추억을 소환하거나 과거 영광에 기대기는커녕, ‘나의 현재를 보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조용필은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 스타일의 사운드로 무대 포문을 열었다. ‘신인 가왕’이 주는 파격 무대는 선곡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어떤 무대에서도 말미에 등장하는 ‘여행을 떠나요’를 첫 곡으로 내세우는 파격을 선보인 조용필은 앙코르 마지막 곡 역시 ‘바운스’를 택해 흥겹고 역동적인 ‘신인’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특히 ‘단발머리’부터 ‘장미꽃 불을 켜요’, ‘나는 너 좋아’, ‘모나리자’까지 이어지는 숨 막히는 ‘흥겨움 대잔치’에선 너나 할 것 없이 한몸이 되어 열창했다.

조용필은 선곡에 어려움을 겪은 일화를 “모든 곡을 다 부르려면 3일 걸린다”는 농담으로 대신했다. 그의 선곡은 배치에서 남달랐다. 장조 풍의 곡들은 무대 시작과 끝 부분에 배치하고 단조 풍의 노래들은 중간 사이에 배치해 재미→감동→재미 순으로 엮었다. 50주년을 애절함이 아닌 기쁨으로 승화하려는 의도로 비쳤다.

'가왕' 조용필은 12일 데뷔 50주년 기념공연에서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뽕끼' 가득한 선율을 어쿠스틱 기타로 편곡해 들려줬다. 이날 무대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빠른 곡이 잇따라 터질 때 어우러진 너비 80m가 넘는 대형 스크린의 영상과 이에 맞춘 첨단 조명은 환상 쇼를 넘나들었다. 조용필이 밴드 ‘위대한 탄생’과 노래에 집중할 때 대형 스크린은 UHD 커브처럼 무대 중심으로 모였다가 조용필이 멘트를 할 땐 다시 평면으로 펴졌다.

김서룡 공연 총감독은 “키네시스라고 불리는 장비를 이용해 극의 집중도를 높이는 전략”이라며 “관객은 잘 모르지만, 신마다 (스크린이) 커브와 평면으로 바뀌기도 하고 때론 조명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형형색색 조명은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웠다. 빛 속의 비는 그 자체로 조명의 한 부분이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에서 조용필을 중심으로 번지는 반사 조명 내 빗줄기들이 이토록 감동적인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여실히 증명했다. 이렇게 화려하고 예쁜 첨단 스크린과 조명으로 엮은 기술 무대를 본 건 조용필과 빅뱅 무대가 전부일 정도였다.

온종일 가늘지만 쉬지 않고 내린 빗줄기 때문에 '가왕'도 약간의 곤욕을 치러야 했다. 초반 5곡을 부를 때까지 조용필은 중저음에서 흔들렸다. 지난 2003년 35주년 콘서트에서도 비 때문에 망가진 모니터로 간신히 노래를 불러야 했던 기억이 재현되는 듯했으나, ‘어제 오늘 그리고’부터 중심을 잡기 시작했다.

조용필의 파격은 공연 중간 쉴 새 없이 터져나왔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잊혀진 사랑’ 같은 ‘뽕끼’ 가득한 노래를 신 나는 밴드 음향에 맞추지 않고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한 대로 소화하는 ‘신선함’을 선보였다. 자신의 50년 음악 활동을 지켜준 팬들을 위해 ‘한오백년’ 등 전통 가요를 부르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가늘지만 하루종일 내린 비로 공연 관람이 불편했지만, 4만 5000명 관객은 '가왕'의 절창을 함께 따라부르며 데뷔 50주년 공연에 집중했다. /사진제공=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무엇보다 공연 전 몸무게가 4kg이나 빠지는 등 쇠약한 건강 상태에서도 그의 절창은 죽지 않았다.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정을 두고 몸만 가니 눈물이 나네~’로 시작하는 ‘한오백년’의 음절 하나하나에 묻힌 깊은 애상이 듣는 이의 심장에 직격탄으로 꽂히는, 그 소름의 가창을 어떻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대 슬픈 눈에 어리는~’(‘슬픈 베아트리체’ 중)하며 슬픈 듯 그렇지 않은 건조한 애상의 표현력을, 명료한 발음 뒤에 내뱉는 아찔한 호흡을 어찌 이성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어제’를 뒤로 한 ‘오늘’의 조용필은 5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청춘의 아이콘’ 같았다. ‘오빠’라는 칭호가 여전히 유효한, 첨단 기술 무대로 현재의 시간을 즐기는, 그러면서 50년간 매일 진화하는 뮤지션으로 그는 다시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듯했다.

마지막 곡 ‘바운스’를 듣고 ‘신인 가왕’과 헤어지는 순간, 뒤늦게 알아챘다. 비를 맞은 손이 퉁퉁 불어 있었다는 걸. 가요계 살아있는 전설이 지난 반세기처럼 앞으로도 고통과 슬픔의 시간을 위로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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